BNK금융지주 빈대인 회장. BNK금융지주 제공"현재 BNK금융지주는 축구로 따지자면 1~2골 실점한 상황입니다. 지금은 공격보다는 탄탄한 방어를 하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기초를 단단히 하는 내실이 먼저입니다. 저는 이 상황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BNK금융지주 빈대인 회장의 일성이다. 빈 회장은 취임 1주년을 맞은 12일 부산 남구 BNK부산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렇게 밝혔다.
그는 BNK금융지주를 둘러싼 대내외 위협과 우려, 계획 등을 1시간 동안 밝히면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에 대한 대응 △BNK금융지주의 자기자본비율 개선 △부산은행-경남은행 투뱅크 체제 전략 등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성장보다는 방어, 신사업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중점을 뒀다.
빈 회장은 "부동산 PF는 폭탄이다. 조직에 큰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현 상황을 정확히 진단, 파악, 대책을 수립해 방어 가능선을 구축하는게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부동산 PF 사후관리단을 통한 체계적 사후 관리 프로세스를 확립 중"이라며 "부동산 PF 사업장별 위험 분류와 예상 손실 규모 분석, 적정 충당금 적립 규모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NK금융의 2022년 충당금 전입액은 5511억원, 2023년은 이보다 4천억원 더 늘린 9526억원을 조성했다.
궁극적으로 위험자산을 축소하고 우량자산을 확대해 자본 비율 개선까지 이르는 게 목표다.
빈 회장이 취임할 당시 BNK금융지주의 자본 비율은 11.2%, 1년 동안 11.69%로 0.49% 포인트 높였다.
내실화를 통해 최대 12%까지 올리는 것을 이상적인 목표치로 잡았다.
BNK금융지주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IT 투자, 데이터화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빈 회장은 "부산은행이 쓰고 있는 프로세스 체제, 기계, 프로그램을 모두 바꿔야 한다. 일단 기초도 약하고 IT 투자도 안 돼 있는 만큼, 이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며 "낙후한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극복하려 한다. 그 근간은 기본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존 지주 경영전략 부분 내에서 재무기능을 분리한 배경도 설명했다.
BNK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재무부문을 신설하면서 외부 재무관리책임자(CFO)를 영입했다.
그는 "전략과 재무를 한꺼번에 하면 과부하가 걸린다고 봤다. 지금까지 해온 내부의 시선이 아닌 외부의 시선이 필요한 시기라고 봤다"고 밝혔다.
빈 회장이 취임 때 밝힌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보험사 인수·합병이 필요하다면서도 현재 법적 제약도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할 뜻을 밝혔다.
BNK부산은행 신입행원들의 지역사회공헌활동. BNK부산은행 제공 올해 경영철학은 내실경영과 지역상생을 내세웠다.
빈 회장은 "금융권은 현재 '자본주의의 대전환'에 직면했다. 과거에 기업 목적의 최우선이 '주주 가치 제고'였다면 현재는 그와 더불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충족하는 경영이 요구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BNK가 주도적이고 책임감 있게 추진할 상생금융 모델 확보, 그룹 봉사단 발족, 지난해 말 발족한 CEO 직속 지역상생발전위원회를 더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BNK부산은행, BNK경남은행 투뱅크 체제의 비효율 개선도 과업으로 꼽았다.
빈 회장은 "최대 비효율로 꼽히는 부산은행-경남은행 전산망 통합은 기술적, 법적 과제가 많다. 전문가와 실무자 위주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법적으로 두 은행의 고객 정보가 공유되지 않도록 방화벽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에 대해 법적으로 정확한 기준이 없는 것이 애로사항"이라고 말했다.
비효율을 걷어내면 내실화, 자본비율개선도 순차적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봤다.
앞으로 BNK금융그룹의 미래비전과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구상도 내놨다.
BNK는 과거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2026년 10월까지 신규 사업에 진출할 수 없고, 대주주 적격성 결격 사유 등의 문제도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그 이후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새로운 BNK를 만들기 위해 지주사 중심의 컨트롤 타워 강화, 조직과 인적 쇄신을 통한 경영 효율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발굴, 고객 중심의 상생금융 역할 확대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빈 회장은 이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짜는 중이고 BNK 성장전략을 금명간 밝히겠다고 했다.
1년간 못내 밝히지 못했던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1년 내내 갈등했다. 결론을 냈다. 그동안 뭐했냐는 비판을 받을 각오를 했다. 대신 10년 뒤 나타날 성과에 집중하려 한다. 기초와 내실을 다지는 것이다. 그동안 역할도 그랬지만 선발, 마무리가 아닌 구원투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