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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공천' 민낯…민심 반영 왜곡하는 與野 경선 여론조사

국회/정당

    '시스템 공천' 민낯…민심 반영 왜곡하는 與野 경선 여론조사

    여야 모두 경선 기간 이틀 내 당원·일반국민 조사 일사천리 끝내야
    결국 연령대별 할당 못해…與 서울 중·성동을 조사 표본, 50대 이상이 86%
    낮은 응답률에 역선택 방지조항까지 첩첩산중…틈 파고든 '이중투표' 독려 난무
    "선 넘는 부정 행위, 과소평가 말고 강한 제재 나서야"

        
    민의(民意)를 정확히 반영하겠다는 여야의 '시스템 공천'이 실제로는 민심을 반영하기 힘든 구조라는 점이 확인됐다.

    통상 2~3일 짧은 경선 기간 내에 이뤄지는 당원·일반국민 여론조사는 표본 수 채우기에 급급한 상황인데, 응답률이 높은 특정 연령층의 목소리가 과표집되고, 한 사람이 당원·일반국민 조사 2곳에 모두 참여하는 꼼수까지 난무하는 실정이다. 국민의힘에선 당 지지 성향이 강한 고령층 위주로 여론조사가 실시되면서 사실상 당원 투표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이혜훈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 사이 양자 대결이 펼쳐졌던 서울 중·성동을 경선 여론조사에서 50대 이상의 표본이 86%, 20대부터 40대의 분포는 14%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당내 경선은 지역에 따라 당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를 합산하는데, 서울 중·성동을의 경우 당원 투표를 20%, 일반 여론조사를 80% 반영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지난 10일 이번 총선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며 "사적인 이해관계가 반영되지 않은 시스템 공천 등 선진적이고 민주적인 당 운영을 통해 민의를 정확히 반영하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 50대 이상의 민심이 과표집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표본 비율이 연령대별로 극심한 차이를 보였던 이유는 처음부터 연령대별로 표본 비율을 할당하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연령대에 가중치를 주는 보정을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경선) 여론조사에 역(逆)선택 방지를 넣었고, 연령대별로 최소 20대가 몇 퍼센트, 30대가 몇 퍼센트 등 비율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다"며 "전화를 받은 분이 일반 국민이면 그대로 전화 받고 응답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비교적 정치에 관심이 높고, 여론조사 응답 비율도 높은 고령층의 의견이 과다 반영되는 것인데,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일반 시민들의 여론조사 응답률이 낮은 상황에서 국민의힘 지지자 여부를 가리는 역선택 조항까지 존재해 응답자 풀은 더 줄어든다. 여기에 시간까지 촉박한 상황이다.

    장 사무총장은 "(연령대 별) 비율을 맞추다 보면 이틀 안에 경선을 끝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측면이 있고, 조정 지수로 하다보면 그것이 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고 이틀이라는 기간을 두다 보니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실론에 더해 일각에서는 일반적인 민심을 알아보는 여론조사와 총선 후보를 정하는 경선 여론조사는 같은 선상에서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역선택 방지조항을 통과해 경선 조사에 끝까지 응답한 시민들은 실제 투표에 나설 가능성이 큰 정치 고관여층이기에, 이들의 높은 지지가 곧 본선 경쟁력으로 연결된다는 시각이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의원은 "경선은 총선에서 이길 후보를 찾는 과정이기에 투표장에 반드시 나올 사람들의 지지가 중요하다"며 "연령별 가중치를 둘 경우, 오히려 투표 성향이 낮은 일부 연령대의 의견이 과다하게 반영돼 투표 민심이 왜곡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짧은 조사 기간과 낮은 응답률이라는 '빈틈'을 노려 경선 후보들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이중투표'를 요구하는 꼼수까지 난무한다는 점이다. 특정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면 책임당원이라고 답하고, 또다른 번호로 걸려오면 책임당원이 아니라고 답해 당원·일반 국민 여론조사에 모두 참여하라고 지침을 하달하는 식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도 아니고, 예전에도 경선 여론조사 직전에 투표에 두 번 참여하는 방법을 알음알음 전파하는 일이 많았다"며 "어떤 후보가 당원들에게 당원 투표만 참여하고 혹시라도 일반 국민 조사를 받으시면 끊으시라고 홍보하겠나"라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의 경선 상대였던 이혜훈 전 의원 측과 부산 서·동구에 출마한 곽규택 변호사 측에 이러한 '이중투표' 의혹이 제기돼 당 차원에서 검토가 진행 중이다.

    꼼수 행태는 비단 국민의힘만의 문제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경선 후보들에 대한 당원,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끝내야 하고, 국민의힘 지지자를 걸러 내는 역선택 방지 조항도 존재한다.

    민주당 신정훈 의원의 경우 경선 투표를 앞두고 2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권리당원이) 아니라고 해야지 (일반 시민으로) 투표를 할 수 있어요. '권리당원입니다' 그렇게 해버리면 끊어져 버려. 무슨 말인지 아시죠"라고 발언한 음성이 한 방송에 보도되며 논란이 일었다.

    야권 관계자는 "경선 시기에는 지하철 인사 같은 것은 다 소용 없고, 권리당원 3천명만 모아 무슨 일이 있든 전화를 꼭 받으라고 하면 상대방을 이길 수 있다는 말이 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감시 사각지대에서 시스템 공천을 파고들고 취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선을 넘는 행위들에 대해서는 영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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