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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는 쌀이 플라스틱이 되는 마법의 현장 가보니…[영상]

기업/산업

    못 먹는 쌀이 플라스틱이 되는 마법의 현장 가보니…[영상]

    핵심요약

    냉각배합 등 공정 거치자 방앗간 쌀 나오듯 친환경 대체 소재 '콸콸'
    연간 8천톤 생산해 1회용 음식용기와 파우치백, 농업용 필름 등으로 제조
    1회용 플라스틱과 비닐에 맞서며 유럽에 도전장 내민 라이스팜 박재민 대표

    [개척자들]라이스팜 박재민 대표

    라이스팜의 평택 공장에서 못먹는 쌀로 플라스틱 대체제를 만드는 공정. 엿가락 같은 이 소재를 잘라내면 영락없는 쌀 톨 모양이 된다. 권혁주 기자라이스팜의 평택 공장에서 못먹는 쌀로 플라스틱 대체제를 만드는 공정. 엿가락 같은 이 소재를 잘라내면 영락없는 쌀 톨 모양이 된다. 권혁주 기자
    시골 방앗간 냄새가 희미하게 배어있는 경기도 평택의 200평 규모의 공장 안. 4년차 이상의 못 먹는 쌀 한 자루가 배합통으로 들어가고 기계가 돌아가자 10여분 만에 엿가락 같은 친환경 소재가 꾸역꾸역 밀려나오기 시작했다.

    15미터 정도 길이의 컨베어 벨트를 따라 길게 이어지던 소재는 최종 쌀알보다 조금 더 큰 크기로 잘려진 친환경 펠릿(압축된 조각)이 되어 우수수 쏟아졌다.  

    펠릿은 쌀보다 단단해 잘 씹히지 않았다.  잘리기 전 엿가락 같은 소재를 잡아 당기자 쭉 늘어나면서도 쉽게 끊기지 않았다.



    공장 한쪽 20 여 평의 연구실에서 거듭된 연구와 시험 끝에 나온 성과물이다.

    이 재료로 만든 비닐과 일반 비닐 조각을 특수용액에 차례로 담궈 흔들자 쌀이 주재료인 비닐은 10여초만에 풀어져 비교적 투명한 쌀뜸물이 됐고 일반 비닐 조각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잉여쌀 등 곡물로 플라스틱 대체제를 만드는 특허를 갖고 있는 박재민(44세) 라이스팜 대표는 "이거는 다시 쌀로 풀어지는 거고, 일반 비닐은 절대 녹지 않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100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미세플라스틱이 잔류하는 기존의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라이스팜 박재민 대표가 쌀로 만든 플라스틱 대체재료로 찍어낸 비닐 봉지를 당겨보고 있다. 일반 플라스틱 비닐보다 인장력이 강하다. 권혁주 기자라이스팜 박재민 대표가 쌀로 만든 플라스틱 대체재료로 찍어낸 비닐 봉지를 당겨보고 있다. 일반 플라스틱 비닐보다 인장력이 강하다. 권혁주 기자

    "이거는 쌀로 풀어지지만 얘는 100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거죠"

    쌀에 점성이 있는 감자가루를 좀 섞는다고 질기고 단단하지만 나중에는 흙 속에서 분해돼 사라지는 친환경 플라스틱 대체제가 될 수 있을까? 박 대표는 물질의 본질적인 변화없이 젓산과 당 등 천연물만 첨가해 물리적 결합만으로 친환경 소재를 만드는 것이 회사의 특허 기술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독일의 화학기업인 바스프 등이 플라스틱 대체제를 만들고 있는데 공정과 기술은 알려지지 않았다며 "세계 어디에도 잉여쌀을 이용한 플라스틱 대체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라이스팜은 유럽 시장을 겨냥한 기술 개발에도 몰두하고 있다.

    박 대표는 "유럽의 경우 플라스틱의 물리적 분해 없이 토양 속 20~25도의 상온에서 사라지는 기술인증을 요구하고 있고 해외 기관들이 그걸 받고 있다"며 "우리도 1차적으로 문제가 없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기업 컨설팅 분야에서 일했으며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등 여러 공공기관의 연구용역 수행 경력이 있는 박 대표는 2019년 쌀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회사인 라이스팜을 창업했다.

    하지만 나오는 쌀기름은 적고 부산물이 넘쳐나자 잉여쌀을 이용한 플라스틱 대체소재 생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결국 박사급 연구진과 함께 쌀분말을 함유한 생분해성 복합수지 조성물 제조 방법 등 원천원료와 공정에 대한 3건의 특허를 따내는데 성공해 '그리코'라는 브랜드로 친환경 일반봉투와 1회용 음식용기, 파우치백, 농업용 필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 공장은 경기도 화성에 따로 있다.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밭에 덮는 농사용 필름은 지자체 등을 통해 농민들에게 공급되고 있는데 작물의 재배기간에 따라 두께를 달리해 분해되는 시간이 조절된다.

    작물 수확 직전부터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해 작물 수확 후 그대로 밭갈이(로타리)를 하면 땅 속에 녹아 사라지는 것이다.

    쌀로 만든 1회용 음식용기, 파우치백 등 흙 속에 분해돼 사라져 

    음식용기와 비닐봉투, 숙박업소에 등에서 쓰이는 파우치백 등 1회 용품은 다시 잘게 쪼개져 토양 속 거름이 돼 자연으로 돌아간다.

    최근 미세플라스틱까지 이슈까지 터지면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대체소재 개발과 정책적 지원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박 대표는 "요즘 대내외적인 이슈가 탈 플라스틱 정책으로 25년부터는 플라스틱 포장재가 있으면 플라스틱 관세를 매기게 돼 있다"며 "국내에서도 ESG 경영 등 환경적인 이슈가 같이 연달아 저희 역시 기후 온난화 방지, 탄소 중립을 위한 플라스틱 대체소재 개발이라는 흐름을 타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스팜의 친환경 플라스틱 대체의 주재료는 아직까지 식용이 어려운 4년차 이상의 묵은 쌀로 라이스팜은 수입쌀가공협회, 지자체 등과의 공급 협력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가 지차체, 기업 등과 협약을 맺고 이익의 사회환원에 힘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표는 "저희 자체가 잉여쌀만이 아니라 감자 고구마 등 농업 폐자원을 다 받아서 수익을 창출하면 그 수익의 일정 부분을 그리코 복지카드와 기후 카드를 통해 결식 아동이라든지 취약계층에게 환원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며 "자연에서 나서 다시 자연으로 돌려주는 그 과정에서 나온 수익은 저희 기업이 아니라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시스템을 설립 때부터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못먹는 쌀이 플라스틱 쌀(펠릿)로 재탄생중인 라이스팜 평택공장. 멀리서 보기에 영락없이 쌀톨 같다. 권혁주 기자못먹는 쌀이 플라스틱 쌀(펠릿)로 재탄생중인 라이스팜 평택공장. 멀리서 보기에 영락없이 쌀톨 같다. 권혁주 기자

    "농업폐자원, 비용 들이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고 싶어"

    현재 라이스팜의 매출액은 수십억원대에 불과하지만 지긋지긋한 1회용 플라스틱과 비닐에 맞서고 있는 그의 포부는 크고 화끈했다.  

    기술 유출을 우려해 취재진에게도 바로 옆 자동화 주공장 공개를 꺼릴 정도로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도 컸다.  
     
    박 대표는 "대량생산을 통해 전라남도와 경기도와 사업을 하면서 우선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연간 8천 톤 생산을 1만 2천 톤으로 늘려서 세계 글로벌 시장을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쌀 말고도 여러 곡물과 부산물, 못쓰는 농산물을 전처리할 수 있는 1만 톤 규모의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이어 "이 시설로 농업폐자원이 산업폐기물로 분류돼서 비용 들지 않고  다시 자연 순환이 가능할 수 있도록 소재화시키는 역량을 갖추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해초류와 과일껍질, 동물성 콜라겐 등 다양한 플라스틱 대체제 개발이 활발한 가운데 못 먹는 쌀 등 농산폐자원을 활용한 라스이팜의 기술력과 제품이 시장에서 판도를 바꿀만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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