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국내 증시·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7년 만의 인상 결정이라 상징적이긴 하지만, 인상폭이 크지 않은데다가 추후 급격한 수준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낮아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다만 고공행진을 이어온 일본 증시 조정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른다.
일본은행은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대규모 금융완화'의 핵심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해제를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2016년 2월에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통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 -0.1%의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잔고 금리)를 적용해 왔는데, 이번에 0.1%포인트 올려 단기금리를 0~0.1%로 유도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은 2007년 2월 이후 약 17년 만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이례적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8년 만에 탈출하면서 다시 '금리 있는' 시대에 돌입하게 됐다.
연합뉴스일본은행이 고수해왔던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종료 효과로 엔화 가치가 오르면 일본 증시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간 엔화 가치가 역대급으로 낮은 '슈퍼 엔저' 현상은 일본 수출 기업들엔 경쟁력으로 작용해 실적에 반영되고, 외국인 투자자들엔 값 싼 엔화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훨훨 날았던 일본 증시가 조정되면 상대적으로 한국 증시의 매력도가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신중론이 많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일본은 선진국으로, 한국은 신흥국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투자 자금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스위칭(전환) 돼 들어올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도 같은 진단을 내놓으면서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는 상징적 의미가 있지만, 금리인상폭이 0.1%포인트에 불과해 큰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정 위원은 다만 "(일본의 금리 인상 흐름이) 추세적으로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론 국내 수출 기업에는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수출 기업 대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는 특히 "일본 주식시장은 펀더멘털 대비 엔저 효과로 인해 지나치게 강세를 보였다는 평가가 있다"며 "지금부터 일본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한국의 투자자들은 주의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엔화 가치가 당장 크게 오르진 않겠지만, 시장은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과열됐던 일본 증시가 조만간 조정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정책 전환과 함께 일본은행이 성명을 통해 "완화적 금융 여건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날 당장 일본 증시 급락이나 엔화 가치 급등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은행의 성명이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적)이라고 해석되면서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장 대비 0.66% 오른 40003.60에 마감했다. 엔화 가치도 일본은행 발표 후 하락해 엔·달러 환율은 150엔을 넘어섰다.
임제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향후 엔화 전망과 관련해 "일본은행의 금리 정상화는 분명한 엔화 가치 절상 요인이기는 하다"면서도 "하지만 정상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기에 큰 폭의 엔화 절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이 확실해진 이후에야 엔·달러 환율은 145엔 이하로 엔화 가치 절상폭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행이 같은날 발표한 '2024년 2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을 보면 엔화 예금은 전달 대비 4억 6천만달러 불어난 98억 6천만달러로 집계됐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의미한다. 엔화 예금 증가 배경에는 엔저 현상 종료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