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경기 용인시병에서는 군 장교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부승찬(53) 후보와 국민의힘 고석(63) 후보가 이른바 '국방 대전'을 치른다.
전통적인 보수 강세지역이지만 최근 경제 상황과 정부여당의 악재들이 맞물리면서, 국정 안정이냐 정권 심판이냐에 관한 전국 선거 판세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정권 심판론 vs 尹心 안정론 '정면 승부'
2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부승찬(공군 소령)·고석(육군 준장) 후보는 모두 국방·안보 분야 출신으로 정부 심판론과 안정론을 놓고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부승찬 후보 모습. 부 후보 블로그 캡처먼저 부 후보는 공군사관학교 졸업 후 연세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를 수료, 이후 국회의원 정책보좌관을 지내며 정치경력을 다졌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방부 대변인을 맡았다.
2년 전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는 윤석열 정권을 향한 '저격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과정의 역술인 천공 연루 의혹을 제기해 진실 공방의 중심에 섰던 것.
부승찬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이언주 후보와 함께 유세를 하고 있다. 부 후보 블로그 캡처당내 경선에서 현역 의원을 누르고 공천권을 쥔 부 후보는 초반부터 윤 정부를 겨냥하는 데 집중했다. 정부의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계획 발표에 "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안보를 내팽개친 보수 정부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윤 정권의 독단과 무능에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경제·민생·외교 모두 망가졌다"고 날을 세웠다. 1호 공약도 '대통령실 이전 특검 추진'이다.
지역구 공약으로는 '수지의 기분 좋은 변화'를 슬로건으로 지하철 3호선 연장과 신분당선 재구조화를 통한 요금 인하, 용서고속도로 우회도로 설치 등을 내걸었다.
국민의힘 고석 후보와 한동훈 위원장 모습. 고 후보 페이스북 캡처반면 고 후보는 '친윤석열계' 인사로 통한다. 그는 육군사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법대에서 위탁교육을 받아 학사를 취득, 윤 대통령과는 사법연수원(23기) 동기다. 주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서 군법무관으로 복무했다.
육사 동기생 중에는 가장 먼저 별을 달았는데, 당시 대전지검 논산지청장으로 재직 중이던 윤 대통령이 직접 영전을 축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역하고 나서는 줄곧 변호사로 활동해오다 지난 대선 이후 국민의힘 용인병 당협위원장 공모에 신청하는가 하면, 수지새미래연구원을 창립하며 지역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고석 후보가 국민의힘 한동훈 위원장을 비롯한 당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 후보 페이스북 캡처단수 공천을 받은 고 후보는 '힘 있는 여당 후보'로서 보수 가치를 사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최소한 정부가 일은 할 수 있게 해주는 국회가 돼야 한다"며 "이번 총선은 선조들이 피와 땀과 눈물로 세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선거"라고 호소했다.
첫째 공약은 '3호선 연장의 조속한 추진'이다. 야당 의원의 약속이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는 논리를 내세워, 여당 의원·시장과 정부가 합심해 사업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또 반려동물 돌봄 공공앱 도입, 도심형 테마공원 조성, 어린이전문병원 유치 등을 약속했다.
대체로 보수 우세…동별 표심+인구 구성 주목
두 '국방맨'이 맞붙은 용인병은 대부분 선거에서 보수로 기울었다. 단 직전 총선에서 민주당 손을 들어주며 보수진영에 회초리를 든 적이 있어 섣불리 결과를 장담할 순 없다는 관측이다.
기존 용인시을에서 병 지역구로 분구된 19대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보수정당이 평균 1만 6천표 차이로 2연승을 거뒀다. 용인병 신설 전에도 수지구 일대에서 한선교 전 의원이 내리 4선을 하는 등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이었다.
그러다 보수정권 탄핵을 거쳐 3년여 만에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는 전국을 압도한 집권여당이던 민주당이 용인병에서도 판을 뒤집어 6천표 정도 차이로 파란 깃발을 꽂았다.
이후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시장선거)를 거치면서 표심은 다시 보수 쪽을 향했다. 대선에서 국힘이 1만 4천표 가까운 차이로 이겼고, 석 달 뒤 열린 용인시장선거에서 4천표가량 더 벌어진 1만 8천여표 차이로 연승했다.
이는 용인병을 아우르는 수지구 인구의 소득수준과 연령대가 높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동별로 보면 보수 표가 많이 나온 성복동 등은 50대 이상이, 비교적 진보 표심이 강했던 풍덕천2동 등은 20~40대가 많은 편이다. 실제 용인특례시 인구 현황(지난달 기준)에 따르면 50대 이상 인구가 가장 많은 동은 성복동(2만 1900여명), 신봉동(1만 5700여명) 순으로, 선거 때마다 보수 표가 몰린 곳들이다. 1·2동으로 나뉜 풍덕천동은 20~40대가 3만 5700여명으로 가장 젊은 동네로, 특히 풍덕천2동에서는 총선과 대선에서 잇따라 민주당이 앞섰다.
올해는 선거구 조정으로 죽전2동이 정 지역구로 넘어가, 총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죽전2동은 대선, 지선에서 국민의힘이 각각 570여표, 1200여표 차이로 이겼으나, 지난 3차례 총선에서는 모두 민주당이 평균 1천표가량 앞섰던 곳이다.
유권자들 "정치·정책 실망, 먹고 살기 힘들어"
이처럼 민주당에는 다소 불리한 지형이면서도, 전국적인 여론 흐름에 영향을 받을 여지도 크다는 게 용인병의 특징이다. 그만큼 당락을 좌우할 부동층이 두터운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유권자들은 보수 우위의 지역 성향을 인지하면서도,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함과 동시에 야당을 향한 비호감도 감추지 않아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보수 강세인 성복동에서 20여년 살아온 최모(80대·남)씨는 "나이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보수를 찍는다. 야당 대표 범죄 혐의 같은 것 보면 실망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이번엔 여당도 마찬가지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투표 할 마음이 사라졌다"고 푸념했다.
성복동 주부 박모(30대·여)씨도 "이웃들이 대부분 여당 편을 드니까 그쪽 얘기 많이 듣고 투표를 보수 쪽으로 했었다"며 "그런데 요즘은 솔직히 두 정당 다 마음에 들지 않고, 반반이다. 정치에 관심이 없어졌다"고 털어놨다.
용인특례시 수지구 중심지역 일대 모습. 용인특례시 제공상대적으로 진보 강세인 풍덕천2동에서는 경제 정책에 대한 실망감으로 집권여당을 향한 쓴 소리가 도드라졌다. 이곳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김모(50대·여)씨는 "윤석열 정부 출발하면서부터 계속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다. 정부여당에 감정이 좋지 않아 다들 투표 많이 안할 것 같다"며 "예전 정부 출신들 그대로 앉혔으니 별 기대도 믿음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보수 지지 의사가 강한 시민의 경우, 진보진영의 정치적 의혹 제기에 대한 반감으로 야당 심판론에 무게를 실었다. 20년차 성복동 주민 이모(80대·여)씨는 "보수 후보가 믿음직스러우니까 지지 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며 "야당은 정책보다 상대방 흠집만 내서 싫다"고 했다.
전문가들 "용인병, 전국 판세의 상징성 강해"
전문가들은 정부에 대한 평가 방향에 따라 선거 결과가 뒤바뀔 수 있는 '상징적 구도'의 지역구라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을 집중 타격해온 공격수와 윤심을 품은 집권여당 주자 간 맞대결로, 정권 심판 여부를 따지는 바로미터라는 것이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두 후보는 정부에 대한 심판이냐 아니냐를 놓고 성립된 총선 구도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모델들"이라며 "민주당에게 불리한 지역임은 분명하지만, 보수정당에 대한 실망감이 컸을 때인 직전 총선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기도 했다"고 짚었다.
이어 "보수를 지지하면서도 정국에 따라서는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지역이라는 의미"라며 "연령대를 떠나 소득 수준만을 기준으로 삼으면, 고소득층에서 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는 조사 결과도 있기 때문에 용인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지라고 해서 절대적 보수 텃밭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 역시 "젊은층 비율과 함께 미래산업인 반도체 벨트 등에 대한 염원도 높아져 용인병의 정치 성향이 많이 변한 상태"라며 "최근 정권 심판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 속에 친윤 성향의 고 후보가 등판하면서, (용인병은) 정권 심판이냐 안정이냐에 대한 전국 판세와 비슷한 흐름을 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