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환 앵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가 정부·여당에 대해 비판적 보도 등을 했다는 이유로 MBC와 CBS에 대해 또 법정제재를 의결했습니다.
선방위의 6개월의 임기 중 아직 두 달 가까이 남았지만 이미 역대 가장 많은 법정제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권영철 대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박지환> 권 기자 어서오세요.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MBC와 CBS에 대해 또 법정제재를 의결했어요?
◆권영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어제(21일) 11차 회의를 열어서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지금은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대해 8번째 법정제재를 의결했습니다.
선방위는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대해 1월 11일과 25일, 2월 15일과 22일에 걸쳐 관계자 징계 5건과 경고 2건 등 법정 제재 7건을 의결했으며, 진행자였던 신장식 변호사는 2월 8일자로 하차했습니다.
MBC 제공선방위는 또 CBS '박재홍의 한판 승부' 1월 17일 방송에 대해서도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습니다.
선방위는 또 이태원 참사와 관련, 전 서울경찰청장 등 총 23명이 기소됐음에도 1명만 기소된 것처럼 왜곡해 윤 대통령의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 행사를 악의적으로 비판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가톨릭 평화방송 '김혜영의 뉴스공감' 1월 30일 방송에 대해서도 법정 제재 '주의'를 의결했습니다.
◇박지환>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가 법정제재를 역대 가장 많이 하고 있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잠시 표를 보시죠.
아직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임기가 두 달여 가까이 남았습니다만(2023년 12월 11일~ 2024년 5월 10일) 이미 역대 선방심위 중 가장 많은 법정제재를 의결했습니다.
역대 총선 선방위가 내린 법정 제재는 지상파, 종편, 보도PP의 보도·시사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18대 총선 2건, 19대 총선 0건, 20대 총선 14건, 21대 총선 2건 등입니다.
선방심위가 어제(21일) 11차 회의에서 3건의 법정제재를 의결하면서, 22대 총선 선방위의 법정제재는 15건이 됐습니다. 아직 임기가 두 달여 남았는데 이미 20대 총선의 14건을 넘어섰습니다. 역대 가장 많은 법정제재를 의결한 겁니다. 법정제재 중에서도 관계자의 징계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앞으로도 법정제재를 앞둔 방송사 의견진술이 줄줄이 잡혀 있어서 법정제재는 더 늘어날 예정입니다.
◇박지환> 그런데 표를 보니 지상파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에 집중된 걸로 보입니다.
◆권영철> 그렇습니다. 표를 다시 보시면 알겠지만, 15건의 법정제재 중 9건이 관계자에 대한 징계입니다. 9건 중 MBC 6건, CBS 2건, YTN라디오 1건 입니다.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이 전체 법정제재 15건 중 절반이 넘는 8건을 받았습니다.
반면 종편이나 보도PP는 지금까지 17건의 민원 중 7건은 행정지도인 권고, 3건은 의견제시, 7건은 문제없음 결정이 났습니다.
민원 건수가 적어서 그런지 아니면 종편이나 보도PP에 대해서는 기준을 완화해서 적용하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통계를 보면, 정부에 비판적인 MBC와 CBS에 민원이 집중되고 있고, 징계도 그렇게 이뤄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다만 11차 회의에서 패널 선정 불균형으로 특정 정당에만 비판적인 취지의 방송을 한 채널A '뉴스 TOP 10' 2월 7일 방송은 법정 제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을 듣기로 했으니까 처음으로 종편채널에 대해서 법정제재가 내려질 걸로 예상됩니다.
◇박지환>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는 지난번 의결이 보류됐던 안건 아닌가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3월 14일 10차 회의에서 의결이 보류됐습니다. 법정제재 중에서 과징금 다음으로 높은 '관계자 징계' 의견이 4명이었고, '주의'도 4명이었습니다. 이럴 경우 통상 1명이 의견을 조정해서 의결하지만 11차 회의로 미뤄서 '관계자 징계'로 의결한 겁니다.
CBS특히 '박재홍의 한판승부' 1월 17일자 방송에서 문제가 된 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류희림 위원장에 대한 출연자의 비판적 발언을 문제삼은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박지환> 선거관련 내용이 아니라, 류희림 방심위원장에 대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구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고정 패널인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1월17일 방송에서 "방심위원장, 셀프 민원 넣은 것아니냐. 가족들, 아들, 딸 시켜가지고. 이거는 공적인 업무를 완전 왜곡시킨 것"이라며 "구속시켜야 한다. (대통령은) 이런 사람을 해촉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선방위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거의 명예훼손성이다. 위원장 청부 민원 의혹은 민원인 신분이 노출됐다고 방심위를 압수수색하고 있는 사안"이라면서 "진행자가 또 '저희가 할 말은 하는 방송'이라고 덧붙인다. 진중권 교수의 막말 멘트에 대해 전혀 제지하거나 반박하지 않는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진 교수가 방심위가 국민의힘 입장에서 방송 심의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또 대통령이 단순, 무식한 사람들만 골라 쓴다고 말한다"며 "대통령이 비판 받으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조롱, 희화화하지 말라는 규정 위반"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박지환> 제작진에서 의견진술을 하지 않았습니까?
◆권영철> 유창수 CBS 제작부장이 했는데요, "진중권 교수의 표현이 과했다는 건 저희가 인정하고 그런 표현을 삼가달라는 뜻도 제작진이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사실 방심위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지금 왜 선거방송에 저촉되는지 저희로선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유 부장은 이어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말씀 드린다. 특정 표현들보다도 그 표현이 나온 취지를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진중권 교수가 종편 프로그램에서 보수 패널 몫으로 나가는 경우도 많다. 진중권 교수가 하는 말이 정부·여당 비판이라고 진 교수를 편파적이라고 하는 건 저희 입장에서 다소 과하게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지환> 그런데도 중징계가 의결됐군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기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권영철> 그렇습니다. 물론 류희림 방심위원장 관련 발언만 문제로 삼은 건 아닙니다.
민원인이 제기한 심의 규정 위반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 제20조(명예훼손 금지),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8조(객관성) 등이었습니다.
민원 내용은 고정 패널인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이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언급해 국민의힘에서 관련 언급을 하면 안되는 분위기인 것처럼 다뤘다는 것과, 진중권 교수가 김성동 국민의힘 김성동 마포을 당협위원장이 출마 준비 중인 데도, 서울 마포을 지역구가 '민주당 텃밭'이어서 신청하는 사람도 없다고 발언한 걸 문제 삼았습니다.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진중권 교수가 마포을이 민주당 텃밭이라고 국민의힘 사람이 아무도 안 가려 한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한다. 누구도 반박하거나 균형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며, "정치는 생물이다. 오늘하고 내일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청취자 입장에선 마포을이 그냥 더불어민주당이 가져가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박지환> 시사·보도에서 평론가들의 발언 하나하나를 문제 삼는 건가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사실 패널들의 발언 하나하나를 문제삼기 시작하면 시사·보도를 하기 어려워 지지 않겠습니까? 전체적인 흐름을 봐야 하는데, 민원인은 자신이 들었던 방송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민원을 넣게되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법정제재를 결정한다면 방송제작이 힘들어 질 것입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출석한 방송제작진들은 그런 점을 계속 강조합니다만, 선방심위가 받이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뿐만아니라 인터뷰 출연자를 정하는 것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선방심위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1월 15일 방송에 대해 법정제재인 '주의'를 의결했습니다. 당시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출연했는데,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한동수 부장과 대척점에 있으신 분들을 불러 정확하고 객관적인 상황을 인식하도록 만들었어야 한다"며 방송내용이 일방적이었다고 발언했습니다.
의견진술에 출석한 박정욱 MBC 시사콘텐츠제작 파트장은 진행자의 질문을 통해 여당 입장을 반영했다고 반박하며 "논객들과 대담을 나누는 게 아니라 인터뷰를 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으나 법정제재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선방심위는 또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1월 22일 방송에 대해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습니다. 출연자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었는데, 20년 전의 통일부 장관을 불러 통일 관련 대담을 나누는 것은 부적절하고 전국 현안을 다루면서도 편파 방송을 했다는 것이 중징계 이유였습니다.
백선기 위원장은 "인터뷰 대상자 선정에 있어 대단히 큰 문제가 있다"며 "대담도 대부분 전국 이슈를 다루면서 일방적인 견해만 전했다"고 발언했습니다.
의견진술에 출석한 YTN 뉴스제작팀 관계자는 "다음날은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과 인터뷰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도 인터뷰했다"며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른 당의 인물도 섭외했다는 점을 총체적으로 고려해달라"고 반박했지만 법정제재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박지환> 조금 다른 얘깁니다만, 방통심의위에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보도한 방송사에 무더기로 과징금 부과 결정을 했는데, 법원이 제동을 걸었지 않습니까?
◆권영철> 그렇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KBS와 MBC, JTBC, YTN 등 방송사 4곳에 1억 4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었는데요. 법원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방통심의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MBC 뉴스데스크 4500만원 △MBC PD수첩 1500만원 △KBS-1TV 뉴스9 3000만원 △YTN 뉴스가 있는 저녁 2000만원 △JTBC 뉴스룸 1000만원이었습니다. 또 대장동 수사기록과 관련해 보도한 JTBC에 과징금 2000만원을 추가 부과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부과 처분은 법원에서 1심 판결 한 달 뒤로 효력을 정지했습니다.
재판부는 "과징금 부과처분으로 인해 신청인(각 방송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존재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도 있다고 인정되며 달리 공공 복리에 중대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집행정지 가처분 인용 이유를 밝혔습니다.
KBS와 MBC, JTBC, YTN은 방통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25조)에 따라 민간 독립기구인 방심위가 내린 제재 결정의 집행은 방통위가 맡는 만큼, 과징금 부과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의 피신청인은 방통위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