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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故 이태석 신부를 생각하며…의료계 대화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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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故 이태석 신부를 생각하며…의료계 대화 나서야

    윤 대통령, 의대증원 논의 제안
    '물질보다 생명'…직역 이기주의에 밀려나는 인술(仁術)

    교수연구동 향하는 의료 관계자. 연합뉴스 교수연구동 향하는 의료 관계자.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에 반발하는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통일된 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생중계된 대국민담화를 통해 증원 규모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다만 2천명 증원 규모는 저출산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의 변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헌법적 책무를 감안할 때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강조해 원칙론과 유화책을 동시에 꺼내드는 강온 양면 전략을 취했다. 또한 증원규모를 손질하더라도 큰 폭의 조정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음을 내비쳤다. 
     
    대통령 담화의 시점이나 내용을 감안할 때 빨간불이 켜진 총선을 앞두고 정권 심판론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도 읽힌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의 의지를 재천명하는 한편 역대 정부가 9번 싸워 9번 모두 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화물연대 파업, 건설현장의 건폭 대응, 건전재정 기조, 사교육 카르텔 혁파 등을 정부의 성과로 부각시키기도 했다. 
     
    1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황진환 기자1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황진환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2천 명이라는 숫자의 빗장을 푼 만큼 의료공백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의료계는 즉각 대화의 장에 나서야 한다. 엊그제 충북 보은에서 발생한 세 살 여아 사망사건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사건이 발생한 충북 지역 전체에서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는 전무하다고 한다. 전국적으로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이 급감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미래는 더욱 캄캄하다. 의료선진국을 자처하던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붕괴된 의료시스템을 수술대 위에 올려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정부와 의료계 앞에 놓여 있다.
     
    현실이 이렇게 엄중한데도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은 7주째 이어지고 있고, 전국 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부터 40시간 준법진료에 나서기로 했다. 대한의사협회 비대위는 여전히 의대정원 원점 재논의를 내세우고 있고, 임현택 회장 당선인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복지부장.차관 파면을 앞세우는가 하면 4월 총선 선거개입 발언까지 했다. 이런 식으로는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시스템을 이 지경으로 방치한 정부도, 의료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27년간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막은 의료계도 대화테이블을 거부할 명분은 없다. 의료계는 다양한 강경발언만 쏟아낼 게 아니라 내부 대화창구를 개설해 통일된 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특히 고등교육법 시행령상 교육부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대교협 승인 등을 거쳐 대입전형 기본사항 변경이 가능하도록 돼 있는데, 5월 하순 공고되는 2025학년도 대입전형 수시모집 요강에 정원 반영이 차질을 빚을 경우 교육현장에도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고(故) 이태석 신부고(故) 이태석 신부
    의술(醫術)을 인술(仁術)이라 부르는 것은 인류를 위한 어진 마음이 담겨 있다는 숭고함 때문이 아닐까?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의료와 교육에 헌신하다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이태석 신부는 인술로 평화의 씨앗을 뿌렸다. 그가 뿌린 밀알은 가난과 내전에 고통받던 남수단 톤즈의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었고, 57명의 제자가 의사나 의대생이 되는 놀라운 기적으로 나타났다.
     
    "의식도 하지 못한 채 병적으로 생명보다 물질에 더 가치를 부여하는 현대의 질병은 지금도 어느 곳에서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남의 일 같지 않다." (이태석 신부의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中)
     
    자기 살 길 찾기가 아닌, 생명을 살리는 의료환경을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시급히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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