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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불난 판세에 '기름'…"尹담화, 안 하느니만 못했다"

국회/정당

    與 불난 판세에 '기름'…"尹담화, 안 하느니만 못했다"

    尹 "2천명, 최소한 증원 규모…증원 줄여야 되면 의료계 통일된 안 제안하라"
    대국민담화 통한 반전 기대했던 與 실망감…"이 시점에서 왜 소신 강조"
    함운경은 尹 탈당 요구, 윤상현도 "구체적 해법 없어 안타깝다"
    한동훈 "숫자 매몰될 문제 아니다" 오후에는 "2천명 고수 아니야"
    의정갈등 극적 해결 가능성 낮아져…반전의 한 방 기대 상실

    의대 2천명 증원 방침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1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 개혁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보고 있다. 박종민 기자의대 2천명 증원 방침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1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 개혁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보고 있다. 박종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1일 대국민 담화의 골자는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있는 법"이라는 것과 "힘으로 부딪혀서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두 발언이다.

    의대 증원 2천 명 정책에 대해 숫자를 포함해 협상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깔려 있는 반면, 계속 의사들이 강경하게 나온다면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뜻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4·10 총선에서 불리한 판세에 놓여 있는 여당으로선 대통령의 발언으로 오히려 정무적인 고민이 깊어졌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이 타협안을 강하게 제안했었다며 1차적인 입장을 냈다가, 용산 대통령실의 입장이 자신과 다르지 않음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당이 정부와 의사 사이에 중재를 하겠다는 식의 적극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당내에서는 "안 하느니만 못한 대국민담화"라는 비판과 함께 윤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서서히 파져가는 모양새다.

    尹, 2천명 고수하며 합리적 대안 요구…당내 "기대할 게 없다" 한숨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고,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1시간가량 이어진 담화의 대부분을 영국·프랑스·독일·일본에 비해 적은 의사 수, 지역의료 붕괴 문제 등을 일일이 열거하며 2천 명 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의사 직역 카르텔'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데 사용했다.

    의사단체가 증원 철회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기에 우회로를 만드는 차원에서 2천 명이라는 수치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윤 대통령에게는 굽힘이 없었다.

    그나마 의료계를 향해 대화를 촉구한 부분이 전향적으로 평가받는데, 공백 포함 전체 1만5천자 이상의 담화문 중 550자에 불과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를 향해 "증원 규모에 대한 구체적 숫자를 제시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의료계는 이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천 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있다"며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안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며 의료계와 대화의 창은 열어둔 부분이 전부다.

    이날 오전 대통령의 담화 소식이 국민의힘에 전해졌을 때만 해도,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유연성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상당했다.

    국민의힘 김경율 비대위원이 지나가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김경율 비대위원이 지나가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은 BBS라디오에서 "국민들의 이반된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시급히 협상에 임하라. 그런데 의대 정원 증원은 양보 못한다는 것은 모순인 것 같고, 의대 정원 증원 문제도 의제에 올려놓고 국민들, 의료진들과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신지호 이조심판특별위원장도 MBC라디오에서 "어느 정도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와 같은 점들을 말씀하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담화를 접한 당내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선을 9일 앞둔 시점에서 나온 대국민 담화이기에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기보다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며 "이 시점에서 소신 강조를 해야 했나 싶고, 안 하느니만 못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출마자들의 공개 성토도 이어졌다.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함운경 후보는 "말로는 의료개혁이라고 하지만 국민의 생명권을 담보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의료개혁을 누가 동의하겠나? 저는 이제 더 이상 윤석열 대통령께 기대할 바가 없다"며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인천 동·미추홀에 출마한 윤상현 의원도 "전공의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을 직접 찾아가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않아 안타까웠다"며 "지금 국민들이 바라시는 것은 '조속한 사태해결'을 위해 조건 없는 의·정 대화에 나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전주을에 출마한 정운천 의원은 "정부와 의료계의 싸움에 결국 국민만 피해를 보고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의료개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대국민 담화에 대한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은 나오지도 않았다.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거대책위원장.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거대책위원장. 황진환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부산 남구 지원유세 도중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고 숫자에 매몰될 문제는 아니"라며 "저와 국민의힘은 증원 숫자를 포함해서 정부가 폭넓게 대화하고 협의해서 조속히 국민을 위한 결론을 내릴 것을 강력히 요청드렸다"고 미묘한 시각 차이를 보였다. 그러다 이날 오후 부산 북구 지원유세에는 "정부도 2천명 숫자를 고수하지 않고 대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협상에 방점을 찍은 대통령실 해석에 힘을 실었다.

    與 주도 이슈, 극적 해결 기회 날려…"이제 변수 아니다"

    당내 일각에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마포갑 조정훈 후보)", "대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것은 중요한 일(국민의힘 관계자)" 등의 긍정적 평가도 존재하지만, 정권 심판론을 뒤집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희박하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8~29일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날 공개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보다 1.7%p 내린 35.4%,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기간 0.3%p 오른 43.1%다. 리얼미터 기준 민주당이 오차범위 밖에서 국민의힘을 앞선 것은 1월 4주차 조사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이종섭·황상무 논란'에 고물가 상황으로 여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선거 분위기 속, 의대 증원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고 있던 핵심 사안이지만, 이날 담화문으로 인해 총선 전 극적 타결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고, 선거에 힘을 보태 줄 요소도 아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의원은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극적인 한 방은 없었던 것"이라며 "의정갈등이 총선 전에 극적으로 해결되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고 보고, 이제 선거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없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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