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시신이 발견된 여관 모습. 고상현 기자제주시 한 여관 월셋방에서 홀로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했던 70대 노인이 숨진 지 3년만에 백골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 사이 여관이 문을 닫아도 아무도 그의 죽음을 알지 못했다. 특히 제주시 담당 공무원이 여러 차례 여관을 찾고 연락했지만, 이 노인의 사망 사실을 몰랐다.
폐업했는데…그의 죽음, 아무도 몰랐다
19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1시쯤 제주시 한 여관 5층 객실 화장실 바닥에 백골 상태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 확인 결과 시신은 이 여관에 거주하던 A(70)씨였다. 여관 주인이 지인에게 청소를 부탁했는데, 이 지인이 청소 과정에서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시신을 부검한 결과 A씨는 2021년 하반기쯤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타살 가능성은 없다. A씨 휴대전화를 조사한 결과 이 당시 이후로 연락이 끊겼다. A씨는 2021년 상반기에 여관이 문을 닫았는데도 계속 객실에 머물다 숨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여관 주인 B씨는 2021년 상반기 여관 문을 닫은 이후에도 해당 여관에 계속해서 거주했는데 최근까지도 'A씨가 폐업 이후에도 살았던 사실'과 '이후 숨진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제주동부경찰서. 고상현 기자경찰이 여관 주인 B씨와 A씨 지인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가정을 꾸리지 않은 A씨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며 이 여관 월세방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다. 가족은 형제만 있지만, 오래 전에 연락이 끊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A씨는 평소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고, 거동이 불편했다.
경찰은 A씨의 정확한 신원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유전자(DNA) 검사를 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로 형제가 확인되면 시신을 인계해 장례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고독사 위험 높았지만…사례관리 없었다
제주도는 2020년 4월부터 '1인 가구 고독사 예방 및 지원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고독사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해 사례 관리를 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상담 및 심리치료 지원 △응급호출버튼 설치 지원 △정기적인 안부 확인 및 긴급의료 지원 등을 하고 있다.
홀로 오랫동안 기초수급비로 살고 있는데다 건강이 좋지 않고, 거동이 불편한 A씨는 '고독사' 위험이 높았지만, 제주시는 A씨를 '고독사 위험 가구'로 등록해 사례 관리하지 않았다.
특히 제주시 담당 공무원은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사업 안내 등의 이유로 A씨를 상대로 여러 차례 연락을 하고 직접 여관에 찾아갔지만, 2년 넘도록 A씨 사망 사실을 몰랐다. 제주시 관계자는 "여관이 폐업한 데다 당시만 해도 쓰레기로 가득해 사람이 살고 있는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또 제주시 담당자가 "직접 객실을 들여다보고 확인했다"지만 A씨 시신은 객실 화장실 바닥에서 발견됐다. 꼼꼼하게 확인을 안 한 것이다. 2년 넘도록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는데도 A씨에 대해서 고독사 예방법상 보장된 형사사법정보 제공 요청이나 경찰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다.
제주시 관계자는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기초수급자 선정 관련 초기 상담하면서 고독사 위험 가능성을 파악하지 못한 거 같다. 만약에 초기 상담에서 좀 더 면밀히 검토해서 고독사 위험 대상자로 선정했다면 고독사 예방 서비스가 지원됐을 텐데 촘촘하게 하지 못해서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제주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초수급자로 등록된 1만7579가구, 2만5605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현장 방문을 통해 수급자들이 실제로 거주하는지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