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광주송정역 대합실. 김수진 기자주말 KTX와 SRT 등 호남선 고속철 예매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할 정도로 어렵고 현장 예매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새로 도입된 KTX청룡의 경우 호남선은 주말에는 배정되지 않아 호남 홀대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대합실. 기차표 예약 현황을 나타내는 전광판에는 광주송정역을 출발해 서울로 도착하는 모든 고속열차 표가 매진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미처 표를 예매하지 못한 시민들은 대합실에 앉아 기차 예매 애플리케이션을 연신 두드리며 취소된 표를 찾고 있었다. 전남 보성군을 다녀와 광주송정역에서 수서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는 김민혁(25)씨은 "기차를 좀 더 빨리 타고 싶은데 표가 없어서 취소 표를 기다리고 있다"라며 "아마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 중에서도 기차표 예매 애플리케이션을 새로고침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도권 이외 지역 기차표를 구매하려는 시민들도 열차 예매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청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는 황이솔(22)씨는 "좌석이 없어 결국 입석 취소 표를 구했다"라며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결국 기차표가 나오길 기다린다"라고 언급했다.
26일 오후 광주송정역 전광판에 나오는 광주-서울 상행선 SRT 승차권 발매현황. 김수진 기자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현재 승차권 발권의 약 90%가 애플리케이션에서 이뤄진다. 대부분의 표가 매진된 광주송정역의 현장 매표소에서는 열차 시간 변경 업무만 이뤄지고 있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의 경우 몇 시간 전 역에 도착하더라도 표를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녀가 대신 기차를 예매했다는 신모(73)씨는 "한 달 전에 아들이 기차표를 예약했다"라며 "스마트폰이나 애플리케이션 이용이 어려운 노인들은 결국 자녀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25일 KTX 청룡 시승식 사진. 한국철도공사 제공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철도공사는 기존 열차보다 좌석이 160여 석 늘어난 KTX청룡 열차를 25일부터 호남선에도 투입했다. 하지만 경부선과 달리 호남선에는 평일에만 투입되고 이용객이 더 많은 주말에는 청룡 열차가 투입되지 않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측은 "주말에는 단 2대뿐인 청룡 열차를 함께 운행해야 기존의 주말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며 "경부선의 주말 기준 열차 이용률이 더 높아 호남선에는 투입할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로 교체 등 제반 여건의 개선될 경우 열차 추가 투입을 검토하겠다"라고 덧붙였다.
26일 오후 코레일톡 예매 화면. 김수진 기자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KTX의 주말 이용률은 경부선 112.1%, 호남선 107%, 전라선 124.9%, 경전선 128.5%, 동해선 127%로 집계됐다. 공사 측은 "코로나 이후에 여행을 가는 수요가 많아져서 예약률이 더 높아졌다"라며 "시간표를 효율화하고 있지만 선로 증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여기에 현재 선로에서는 시속 320㎞로 달릴 수 있는 청룡 열차를 투입하더라도 기존 최고 속도인 시속 300㎞로만 운행할 수 있어 소요 시간 단축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시속 320㎞ 이상 달릴 수 있는 새로운 선로가 구축돼야 KTX보다 더 빠른 속도로 운행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