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추미애 당선자가 아닌 우원식 의원이 선출되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자 당원과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열성 지지층을 이루는 이들은 새로 뽑은 국회의원 당선자들로부터 "배신당했다"며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당대표 연임론'에 더욱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의장 경선 결과의 '반작용'으로 이 대표의 당권은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추 당선자의 패배가 대권가도에 흠집을 냈다는 시각도 있다. 이 대표는 성난 당원들을 달래고 내부 분열을 막기 위해 연일 '당원 중심 정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하면서 2026년 지방선거 후보 선출에 당원의 의사 반영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대선을 1년 앞둔 지방선거를 통해 대권주자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우원식 당선으로 불거진 '원내선거 당심반영론'…李, 대선 앞 지선 영향력 강화 나서
2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가 지난 16일 치러진 국회의장 경선 결과와 관련 있다고 보며 당원 주권 강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당원의 다수는 추 당선자가 의장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실제 결과가 우 의원 당선으로 나타나자 당에 대한 '불신' 문제가 불거졌고 1만여 명이 탈당 신청하는 사태까지 갔다는 분석이다.
관련해 당내에선 김민석 의원을 시작으로 국회의장·원내대표 경선에 권리당원의 의견을 10% 이상 반영하자는 등 당원 권리 확대 방안이 중구난방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장경태 최고위원이 "대학 총장을 뽑을 때도 교수 뿐 아니라 일반 학생들도 참여한다"며 같은 의견을 주장했다. 다만 당 핵심 관계자는 "국회의장은 국회의원들의 의사를 진행하는 사람이라 당원들의 투표로 선출하는 방법은 논쟁의 소지가 있다"며 "아직 논의 초기 단계"라고 전했다.
당원 권리 확대와 관련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언급한 방안은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에서 시·도당위원장을 선출할 때 권리당원의 표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시·도당에서 영향력이 큰 위원장들을 이른바 '친명(친이재명)' 중심으로 배치, 중앙당 뿐 아니라 지역 조직에도 이 대표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의장 경선 후 '당원과 함께, 민주당이 합니다' 호남 콘퍼런스에서 "이번 지선에서 공천을 잘해야 한다"며 "가급적이면 시·도당위원장들이 협의에 의해 (후보를) 선정하는 것보다는 당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선거를 통해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선에서 공천권을 쥔 시·도당위원장들은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50 대 50 비율로 투표해 선출한다. 이 대표는 해당 규정에서 권리당원들의 표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총선 전에도 민주당은 전당대회 규정에서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표값을 60 대 1에서 20 대 1 미만으로 조정해 권리당원의 권한을 높인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당헌을 수정했기 때문에 그에 맞춰 시·도당위원장을 뽑는 당규도 수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그러진 추미애 '공격'-이재명 '확장' 역할론…당대표 연임 무게감은 더 커져
이 대표가 강조한 방안은 대권을 의식한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지난 대선을 계기로 이 대표를 지지하는 권리당원이 많이 늘어난 만큼, 오랜 기간 당에 있던 대의원보다 권리당원들의 영향력을 높이는 것이 대선 행보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가 자신의 지지기반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2년 뒤 지선 후보자들을 자신의 세력으로 굳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초 추미애 당선자가 국회의장이 됐으면 이 대표와 역할을 분담해 이 대표 대권에 도움이 됐을 것이란 일각의 평가도 있었다. 추 당선자가 정부·여당에 강수를 두며 이 대표의 입법 성과를 지원해 주면, 이 대표는 한 걸음 뒤에서 중도 확장 전략에 주력하는 구상이었다. 추 당선자도 의장 출마 선언을 하며 대선에 나오지 않고 이 대표의 입법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우원식 의원이 의장 후보로 선출되면서 이런 구상은 실현되지 못했다. 오히려 경선 결과에 대한 당원 반발이 커지며 이 대표에 대한 역할 기대로 이어지면서, 당대표 연임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의장 경선 과정이 과열되면서 당내 갈등을 우려해 추 당선자로 교통 정리에 나섰던 이 대표의 뜻과 다른 결과가 나온 상황에 연임은 필수라는 분위기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우 의원이 의장 경선에서 이겼다고 해서 이 대표가 잃은 건 없다"며 "전당대회에 시·도당위원장 및 당 지도부 선거가 있는데 여기서 더 친명을 표방하는 사람에 더 표가 쏠리지 않겠나. 지방선거도 2년 앞으로 다가왔는데 그걸 주도하는 사람도 이 대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