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업체를 불러 가구 내부를 전문 장비로 확대해 보니 노란 곰팡이가 가득하다. 독자 제공 부산의 특정 브랜드 신축아파트에서 '혹파리'가 기승을 부리면서 논란이 커지자 시공사가 방역 지원에 나서는 등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부산지역 곳곳에서 혹파리 출현이 잇따르고 있지만, 뚜렷한 원인 파악이 어려워 입주민만 속을 태우고 있다.
'혹파리 떼' 발생 논란 커지자 시공사 "방역 지원할 것"
부산 남구 A아파트 시공사는 최근 아파트 가구에서 발생한 벌레의 정체가 혹파리인 것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현재 입주자대책회의와 방역업체를 선정하는 등 방역 지원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A아파트 입주자대책회의 등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혹파리 관련 신고는 140여 세대에서 접수됐다.
혹파리는 중국이나 인도 등에 주로 서식하는 파리목 혹피라과 곤충으로, 나무에 살며 곰팡이 등 균을 먹고 산다. 질병을 옮기는 해충은 아니지만 가려움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시공사 측은 싱크대와 붙박이장 등 옵션으로 제공된 가구 원목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가구마다 납품업체가 달라 특정 업체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뚜렷한 유입경로나 발생원인 파악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가구에 쓰이는 원목 대부분은 동남아나 중국에서 들여오는데, 이 과정에서 혹파리 알이 함께 실려 왔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면서 "특히 올해 초 비가 많이 왔고 최근 날씨도 따뜻해지면서 알이 부화할 조건이 맞아 떨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한 인근 같은 브랜드 B아파트 일부 세대에서도 혹파리 떼가 나온다는 신고가 접수돼 시공사 측은 방역 작업을 벌였다. 다만 방역 이후에도 혹파리가 계속 발생해 일부 입주민들은 개별적으로 방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잇따르는 신축아파트 혹파리 발생…전문가 "원인 추정할 뿐"
전문 장비로 들여다본 가구 내부에 혹파리 유충이 가득한 모습. 독자 제공최근 몇년간 부산지역 곳곳에서 신축아파트를 중심으로 혹파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강서구와 기장군의 한 신축아파트 단지에서도 혹파리 발생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남구 C아파트에서 혹파리 떼가 들끓어 입주민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는 글이 아파트 내부 커뮤니티에 잇따라 게재됐다.
이번 혹파리 발생 논란이 불거진 아파트와 같은 브랜드인 영도구 D아파트에서도 2022년 혹파리가 기승을 부렸다. 당시에도 납품 가구 일부에서 혹파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혹파리 전문 방역업체 관계자는 "최근 부산에서는 4개 아파트, 전국적으로는 22개 아파트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라며 "모두 지난해 8~10월 입주한 신축아파트로, 신발장과 주방 상·하부장, 식탁 등 가구에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혹파리는 신축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관련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구체적인 발생 원인 파악은 어려운 상황이다.
국립생물자원관 박선재 연구관은 "국내 발생 경향을 보면 신축아파트 등 실내에서 발생하고 있고 야생에서 혹파리를 채집한 기록은 없다"라며 "국내에서는 2008년 이후 발생했고 2010년대부터는 거의 매년 혹파리 발생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로 파티클보드(목재 조각을 접착제로 붙여 굳혀 만든 건재)를 자재로 사용하는 가구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번 나오면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경향도 보인다"면서 "역학조사가 진행된 결과는 없어 발생 원인을 추정할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