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2015년부터 담배값을 올리겠다는 정부 발표에 담배를 임시 창고로 옮기는 등으로 반출한 것처럼 처리한 담배 회사에 추가 부담금을 부과한 정부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상 전 가격으로 반출된 것으로 처리해 세금과 부담금을 줄이려고 했지만, 인상된 이후 가격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3일 한국필립모리스가 한국환경공단 및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폐기물부담금부과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2014년 9월 정부는 2015년 1월부터 담뱃값을 한 갑당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2015년 2월 3일 옛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을 개정해 담배 한 갑당 부과되는 폐기물부담금도 7원에서 24.4원으로 올렸다.
당시 정부는 부칙을 통해 부담금 인상의 적용 범위를 '2015년 1월 1일부터 제조장 또는 보세구역에서 반출된 담배'로 정했다. 개정일인 2월 3일 이전에 공장 등에서 반출된 담배에 대해서도 시행령을 소급 적용한 것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이미 제조된 담배를 그해 9월부터 12월까지 임시창고 등으로 옮겨 보관했다. 물류센터에서 보관 중이던 담배들은 반출된 것으로 허위로 전산에 입력했다. 이후 담뱃값이 오르자 해당 담배 물량을 인상된 담뱃세를 반영한 가격으로 도매상에 배송·판매했다.
이에 정부는 한국필립모리스가 임시창고로 옮겼거나 허위로 반출한 담배에 대해서도 2015년 기준 담뱃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폐기물부담금과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차액 등을 추가로 부과했다. 약 535억원 상당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정부의 부과 처분에 반발해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 2심은 추가 부담금을 납부할 의무가 없다며 한국필립모리스의 손을 들어줬다.
부칙 규정 등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제조장에서 반출된 담배에만 개정법령을 적용할 수 있는 데 문제가 된 담배는 제조공장에서 임시창고로 옮겨진 때와 미납세반출 대상 담배로 신고돼 물류센터로 반입된 때 반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2014년 12월 31일 이전에 제조장에서 반출된 것으로 개정 법령을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업체가 제조공장에서 제조한 담배를 임시창고로 옮긴 것은 담뱃세 인상 차액을 얻기 위해 통상적 행태에서 벗어나 임시방편으로 마련된 장소로 담배를 옮긴 것에 불과하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전산상 허위 반출신고가 된 담배에 대해서도 "전산입력 및 법 개정 이후 다시 반출해 도매업자 등에게 배송했으므로 다시 반출했을 때가 반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폐기물부담금의 부과처분의 근거가 된 시행령이 2015년 2월 뒤늦게 시행됐음에도 적용시점을 그해 1월부터로 소급한 규정은 위헌"이라는 한국필립모리스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폐기물부담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개정이 지연된 것은 국가기관이 이를 제때 하지 못한 탓"이라며 "소급입법을 통해 담배 제조업자에게 부담금을 추가 부담시키는 것은 지연에 대한 책임을 담배 제조사에 전가하는 셈이 되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