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거야(巨野)의 입법 독주에 대응해야 하는 어려운 과업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정국에 이어 설상가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에 이어 법제사법위원장까지 독식하려 하고 있어 여당 원내대표의 협상력은 더욱 약화될 전망이다.
2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사실상의 국회의장 선거였던 민주당의 내부 경선에서 추미애 당선인이 우원식 의원에게 패배한 것도 협상을 더 까다롭게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여권의 시각에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초강경파 추 당선인이 오히려 상대하기 편하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중립성이 요구되는 의장석에 앉아 야권의 강경파 논리를 설파할 경우 그 자체로 여론의 역풍이 불어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대적으로 온건 이미지인 우원식 의원이 반드시 중립적으로 운영한다는 보장도 없다. 민주당 내부 경선이 빡빡한 경쟁 구도로 치러지면서 강성 지지층의 무서움을 톡톡히 맛본 우 의원으로선 이재명 대표에 우호적으로 국회를 운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추경호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보여줄 첫 관문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이 될 전망이다. 또 향후 22대 국회에서 거야(巨野)의 '특검 정국'을 막아내기 위해 그가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도 주목된다.
與, 의장 후보 우원식에 "중재 실권 없을 듯"…秋 야당 '견제' 선명성 강조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화추진협의회 결성 40주년 기념식에서 제22대국회 국회의장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정치권에선 추 원내대표의 협상 카운터파트너인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중재자 역할을 할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를 두고 이들이 '협상의 실권'을 쥐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우 후보의 경우 당선 일성으로 "민주당이 제시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반드시 실현되도록 하겠다"며 대놓고 친(親)민주당 행보를 약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내에선 "협치는 물 건너갔다"는 목소리가 파다하다. 한 원내 관계자는 "협상할 때 가장 힘든 것이 이들이 실권을 갖고 있지 않을 때"라며 "특히 우원식 후보의 경우 국회의장으로서 중재하기 보단, 결국 민주당 당원들이나 지도부 의견에 휘둘려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 더 까다롭다"고 전했다.
특히 우 후보의 경우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역임하면서 지난해 육사 내 홍범도 흉상 철거를 강하게 반대하는 등 정부·여당과는 완전히 상반된 행보를 보인 인물이기도 하다. 또 다른 원내 핵심 관계자는 우 후보에 대해 "특히 상임위를 같이 해본 의원들이 그렇게 녹록한 인물이 아니라고 한다. 협상 상대로서는 결코 유리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추 원내대표는 야당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며 연일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그는 민주당 헌법개정특위의 대통령 거부권 제한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주장에 대해 "헌법을 부정하는 발상을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는가 하면 또 22대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해서도 국회 운영위원장은 물론 법제사법위원장 역시 양보할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추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상임위 및 부총리 활동을 하면서 야당과 소통했던 경험을 발판삼아 협치에 힘쓸 것"이라면서도 "정치 공세에 대해선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정부가 최근 해외 직구 규제 정책을 철회한 것을 두고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돼 국민 우려와 혼선이 커지면 당도 주저 없이 정부에 대해 강한 비판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당정관계에 있어서도 주도권 확보 의지를 보이고 있다.
28일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秋 리더십 분수령…친전 보내 '부결' 호소
연합뉴스이런 가운데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은 오는 22대 국회를 이끌 원내 지도부 리더십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추 원내대표는 이번 재표결에 대비해기 위해 야당과 협상을 선택하기 보단, 내부 이탈을 막기로 노선을 확실히 정하고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여기엔 일단 1차로 이탈표 단속을 통해 지켜낸 리더십으로 22대 국회 거대 야당이 밀어붙이는 채 상병·김건희 여사 특검법 정국에도 대응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반대로 이번 본회의에서 이탈표가 두 자리수 이상 등 예상보다 많이 나오거나 최악의 경우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가결되는 경우, 22대 국회 시작 전부터 추 원대대표의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탈표 단속에 대해 추 원내대표는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당내엔 '혹시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23일 오후 본회의 당일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하면서 의원들에게 채 상병 특검법 부결표를 호소하는 친전을 보내는 등 내부 민심 잡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그는 친전에서 "대통령께서도 공수처 수사를 보고 국민의 의혹이 풀리지 않으면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라고 했다"며 "위헌적 법률을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기에 대통령이 헌법상 고유권한인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설득했다.
특히 야당의 탄핵 거론 역효과로 내부 결집을 노릴 수 있다고 기대하는 눈치도 엿보인다. 한 원내 지도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 의원들은 민주당 입법 폭주를 4년 동안 겪었다. 앞으로 곱하기 2배는 할 것 아닌가. 그래서 더더욱 (이탈표가 나오기 어렵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