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박수정 PD, 조석영 PD
◇ 채선아> 지금 이 순간 핫한 해외 뉴스, 중간 유통 과정 싹 빼고 산지 직송으로 전해드립니다. 여행은 걸어서, 외신은 앉아서. '앉아서 세계 속으로' 시간입니다. 박수정 PD가 준비해 왔습니다.
◆ 박수정> 네. 독일에서 주당 41시간 이상 초과 근무자에 대해서 세금 감면 혜택을 추진한다고 하는 소식인데요. 현지시간으로 14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 보도고요. "독일이 근무시간 연장을 위해서 세금 감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오래 일할수록 세금 깎아준다라는 얘기잖아요. 이 정책을 추진하는 취지는 '더 오래 일해 달라' 즉, 국민들이 더 많이 일하게 장려하기 위해서 세금 감면을 검토하고 있는 건데요.
영국과 네덜란드에서는 이미 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하거든요. 초과 근로자에 대해서 세금 혜택을 주는데 독일이 참고로 EU 전체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나라예요. 이런 나라에서 이 정책을 시행하면 유럽의 전체적인 근무 트렌드가 바뀔 것이다, 근무 시간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또 한편으로는 이거 실효 없다, 적용이 안 될 거라는 예측도 있는데요.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최근에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고 해요. 지난해 독일의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0.2% 포인트였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둔화가 됐을까 고민을 하다가 근로시간이 너무 짧아서 그런 것이라고 원인을 찾은 거죠. 독일의 근로시간이 얼마나 짧냐면 일단 OECD가 구분하는 선진국 중에서 평균 근무시간이 가장 짧습니다. 또 지난 50년 사이에 가장 큰 폭으로 근무 시간이 감소한 곳이기도 합니다. 2022년 기준으로 독일의 1년 평균 근무시간이 1,341시간 그리고 우리나라의 1년 평균 근무시간이 1,901시간이에요.
◆ 조석영> 이것도 사실 우리나라 많이 줄어든 거예요. 2천 시간 넘을 때가 있었으니까요.
◇ 채선아> 그럼에도 우리가 한 600시간 정도 더 일하네요.
◆ 박수정> 그렇죠. 참고로 근로시간이 우리나라보다 더 긴 국가는 칠레, 코스타리카, 멕시코, 콜롬비아 이렇게 네 국가가 전부입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 5위인데요. 이 조사 기준으로 독일과 우리나라의 근로 시간 차이가 560시간이더라고요. 우리가 하루에 8시간을 근무한다고 치면 70일인 거예요. 그러니까 1년에 70일을 독일인들은 덜 일하는 거예요.
◆ 조석영> 우리 입장에선 거의 꿈만 같네요.
◆ 박수정> 독일 정부에서는 이게 문제라고 인식한 겁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 경제에 불안을 주는 문제 상황으로 인지하고 좀 개선하고자 더 일하게 하자는 장려책으로 세금 혜택을 고심을 해서 낸 거죠.
◇ 채선아> 그런데 애초에 그렇게 근로시간이 짧았던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 박수정> 기사에서 분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휴가와 여가 시간을 중시하는 유럽 특유의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다는 거죠.
◆ 조석영> 그걸 유럽 특유의 문화라고 해야 될까요? 우리도 일하는 것보단 휴가와 여가를 좋아하는데 (웃음)
◆ 박수정> (웃음) '우리는 노는 거 안 좋아하냐' 이런 말을 하고 싶은데요. 어쨌든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보다 여가시간을 택하는 그런 라이프 스타일도 일조를 하고 있다고 하고요. 또 여성 근로자가 풀 타임이 아니라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어요.
독일의 현재 제도하에서는 파트타임으로 근무를 하면 풀타임으로 근무를 할 때보다 한 달에 최대 79만 원 정도의 면세를 받을 수가 있대요. 그런데 부부가 세금을 함께 소득을 합쳐서 공동 과세 정책 때문에 부부 중에 한 사람, 특히 그중에서도 여성이 세금 혜택 때문에 근로시간과 소득을 줄이게 되는 경향이 생겼다는 거예요. 이런 맹점 때문에 결과적으로 여성의 근로시간이 파트타임으로 줄어들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 조석영> 작년에 노벨경제학상 받은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의 <커리어 그리고 가정>이라는 책을 보면 여성들이 적은 임금이나 더 적은 근로시간으로 가게 되는 선택을 하게 되는 구조가 있다고 하거든요. 이렇게 여성과 남성의 커리어 관리 차원에서 보면 여성도 좀 더 풀타임으로 일하며 커리어를 관리하는 선택을 할 수 있어야 된다는 건데, 전체적인 근로시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오래 일하는 게 좋은 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 박수정> 그렇죠. 이 정책이 애초에 여자를 덜 일하게 하려는 정책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지금 그런 모습이 보이고 있다고 원인을 분석한 거죠.
◇ 채선아> 한편으로는 정말 일을 더하면 세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가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요?
◆ 박수정> '너 세금 덜 내고 일 더 많이 할래?' 했을 때 받아들일 것인가. 이 기사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독일 보면서 진짜 짧게 일한다고 하지만 그것보다 더 짧게 일하고 싶다는 게 유럽 전체의 경향이라고 합니다. 유로화 사용 권역을 유로존이라고 하잖아요. 유럽중앙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유로존 근로자의 근무시간은 2020년 대비 2024년 말까지 평균 5시간이 줄었다고 하고요. 독일 노동조합의 대부분의 의견이 "우리 이 세금 감면 변경안 싫어요. 그냥 더 적게 일할래요"라고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독일 철도노조에서는 2029년까지 현재 근무시간인 38시간에서 35시간으로 주당 근무시간을 축소하는 것에 이미 합의를 했다고 하거든요.
◆ 조석영> 이런 안전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은 더 줄여야 되는 게 맞을 수도 있고요.
◆ 박수정> 시민들의 경향이 점점 적게 일하는 쪽으로 갈 것이지 세금 혜택을 준다고 해서 더 많이 일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기사의 예측인데요. 그래서 이 같은 정책을 이미 실시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재무장관이 이 계획 이야기를 듣더니 파이낸셜 타임즈에 이런 의견을 보냈다고 합니다.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려면 단순히 세금 혜택뿐만 아니라 새로운 동력을 국가 차원에서 찾아야 한다"
◆ 조석영> 회사가 집보다 좋게 만드는 게 국가의 숙제라는 거잖아요.
◆ 박수정> 너무 어려운 일일 수 있죠. 독일보다 70일 더 일하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얘기일 수도 있긴 한데 어쨌든 국가 차원에서 일할 동력을 고민해 본다고 하니까 독일에서 어떤 동력을 찾아내는지 앞으로 좀 지켜보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는 포인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채선아> 네. 여기까지 박수정 PD, 조석영 PD와 함께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박수정, 조석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