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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주도권 뺏긴 '집권 야당'…22대 국회, 옹색한 '입지'

국회/정당

    정책주도권 뺏긴 '집권 야당'…22대 국회, 옹색한 '입지'

    與 채상병 특검에 낙선·낙천자 공개 반대했지만…
    22대 '108명'은 똘똘 뭉칠 가능성 커져
    표 단속, 강제 당론에만 집중…반복되는 '거부권 정국'
    의제 선점에도 한계 노출…野에 끌려다니기만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 재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윤재옥 전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 재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윤재옥 전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지켰지만 집권 여당으로서 내상(內傷)은 불가피하게 됐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1호 당론으로 채 상병 특검법 재추진을 언급하면서 여당의 비토크라시(vetocracy:극단적 파당 정치)에 대한 부담감은 임계치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22대 국회에서 범야권이 192석으로 늘고 범여권은 108석으로 줄었지만 양쪽 모두 이탈 가능성은 오히려 적어지면서 '야당의 단독처리→대통령 거부권→폐기' 수순이 지루하게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작 여당인 국민의힘이 집권했으나 주도권을 잃은 '집권 야당'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총선 이후 당내 최대 계파인 친윤계는 위력을 거의 잃어버린 상태다. 반면 강성 친명계로 구성된 민주당이 거부권을 제한하는 등의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 여당의 입지는 더 줄어들게 된다.

    거부권 정국 피곤하지만…더 뭉치는 與?

    29일 채 상병 특검법은 재적의원 294명이 출석한 가운데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하지만 표결을 앞두고 여당에서 대통령 거부권 표결에 대해 당론으로 정해야 했을 만큼 당내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공개적으로 가결에 투표하겠다는 의원은 5명에 이르렀고 추가 이탈표가 여당에서도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총선 국면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일부 현역의원이 동참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개적으로 거부권에 반대 입장을 밝혔던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은 "연금개혁 등 수많은 난제들을 풀어나가야 할 시점에 특검을 거부함으로써 정치적 역량을 특검 공방에 소진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그런 과정에서 대통령이나 여당이 정치적으로 얻을 것은 무엇이지 곰곰이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거듭할수록 야당은 또 다른 쟁점 법안에 대해 일방 처리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정치적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 재표결을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바라보고 있다. 윤창원 기자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 재표결을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바라보고 있다. 윤창원 기자
    하지만 거부권에 대한 피로감에도 여당으로서는 정국을 타개할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어수선한 분위기를 22대 국회에서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2대에서는 낙천·낙선자들의 이른바 양심 선언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오히려 정부와 각을 세우는 등 큰 불협화음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당장 정부에 대한 반대나 견제 목소리는 당권주자들 사이에서만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띄운 연금개혁안만 놓고 보더라도 나경원·윤상현 등 중진의원들이 "모수개혁이라도 하자"며 사실상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당 지도부의 전향적인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범야권에서 주장하는 '임기 단축 개헌론'을 받자는 의견도 나오면서 파장이 이는 듯 했지만 해프닝으로 끝났다. 나 당선인은 지난 27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에서 "4년 중임제를 논의하면서 대통령 임기 단축 얘기도 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라 먼저 얘기하기 조심스럽지만, 개헌을 논의할 땐 모든 것을 열어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추경호 원내대표가 그 다음날 "현직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의원 개인의 의견이고, 국민의힘 모든 의원은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지원금·연금·종부세…野 손에 넘어간 이슈 선점권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76주년 국회개원기념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76주년 국회개원기념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이 '표 단속'에만 주력하는 사이 민주당 각종 의제를 선점하면서 입법화에 나서고 있다.

    당장 전세사기특별법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완책을 발표했음에도 단독 처리를 강행했다. 또 민주유공자법·가맹사업법·세월호참사피해지원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가격안정법·지속가능한한우산업법·농어업회의소법 등 7개 법안이 야당 주도로 부의돼 그 중 4개가 상정, 표결에 부쳐졌다.

    이에 대해 추 원내대표는 "원래 부의된 법안은 그 다음 날 하루 뒤에 상정해서 처리하게 되어 있고 ,국회의장이 원내대표 간에 협의하여 정한 경우에는 바로 상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 협의는 사실 합의"라며 "지금은 힘자랑하듯이 하는 게 관성화되듯이 간다"고 비판했다. 여야 합의없이 부의된 법안을 바로 처리한 데 대한 항의다.

    여당의 이 같은 무력한 모습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3대 개혁 과제였던 연금 개혁 마저 이 대표가 모수개혁을 띄우면서 오히려 이 대표의 제안을 놓고 여당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진 바 있다.

    이 대표가 지난 주말 "여당의 소득대체율(받는 돈) 44%를 수용하겠다"고 하자 국민의힘에서는 나 당선인과 윤상현 의원이 "모수개혁이라도 시급히 하자"고 반응했다. 반면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은 "구조개혁 없는 연금개혁은 개악"이라고 했다.

    여기에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실거주용 1주택 종부세 폐지론'을 언급하고나서야 여당에서 "지금이야말로 종부세가 지금의 경제 상황과 부동산 시장 여건에 맞는지 재검토할 시기"라고 반응하는 등 기존 보수 진영의 주장까지도 모두 뺏긴 형국이다.

    이 같은 패턴은 총선 국면에서도 이미 펼쳐졌다. 이 대표가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지급을 제안했지만 여당은 반대에 급급했다. 건전 재정을 표면적인 반대 이유로 내세웠지만 이 대표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소득과 맞닿아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여당 내에서도 나왔다.

    아울러 22대에서는 조국혁신당이 등장하면서 국민의힘으로서는 협상의 폭이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조국혁신당에서는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론과 한동훈 특검법 등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각종 이슈에서 조국혁신당이 끌고 민주당이 밀어주면 국민의힘으로서는 '반대'만 되풀이하는 무력한 모습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용인대 최창렬 특임교수는 "윤석열(채상병 특검법), 조국·이재명 대표 모두 '사법 리스크'가 있는 만큼 극단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여야 모두 적대적 관계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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