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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가 선택한 '문화의 힘'…초고령 사회 '돌봄' 누구의 몫인가



책/학술

    호모 사피엔스가 선택한 '문화의 힘'…초고령 사회 '돌봄' 누구의 몫인가

    [신간]호모 사피엔스 · 돌봄의 사회학

    21세기북스 제공 21세기북스 제공 
    호모 사피엔스는 유일한 현생 인류다. 스웨덴 생물학자 칼 폰 린네가 1758년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따왔다. 다양한 호모종과 사피엔스종, 그보다 앞선 네안네르탈인 등 인류 진화의 흔적을 다양한 기원종의 생성과 종말, 이종간의 교류, 자연 환경에서 찾았던 과거의 연구와 별개로 책 '호모 사피엔스'는 인류가 지구상의 지배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문화적 진화에 초점을 두고 추적한다.

    하버드대학교 인간진화생물학과 조지프 헨릭 교수는 인간의 신체적 특성이 더 우월하거나 특별한 본능이나 기능이 발달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문화와 유전의 공진화(共進化) 덕택"에 인간이 지구의 지배종이 됐다고 주장한다.    

    사피엔스종이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한 시점인 수백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호모종의 특별한 재능은 개인의 특출난 지능이나 특별한 정신력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협력하고 선택적으로 학습하는 능력에 있었다는 점에 집중한다.

    개별적으로는 한계와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집단으로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해결법에 도달할 수 있는 종의 특성이 우리 종의 진화에 미친 영향과 의미하는 바를 추적했다. 이를 통해 과거 인류가 어떻게 타인을 통해 학습하고, 모방하며 생존과 발전을 이루어냈는지,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의 집단 협력과 문화적 진화가 어떻게 생존과 진화의 원동력이 됐는지를 밝혀내고자 한다.

    커다란 뇌를 가진 인간은 과연 똑똑해서 살아남았을까, 왜 다른 동물에 비해 더 협력적일까, 그리고 문화적 특성을 이룬 그들은 어떻게 우리의 심리, 언어, 제도를 만들어온 것일까.

    헨릭 교수는 이러한 의문에 대해 인류학, 생물학, 심리학 등의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깊이 탐구하고 연구한 결과를 '호모 사피엔스'에 풀어놨다.

    조지프 헨릭 지음 | 주명진·이병권 옮김 | 21세기북스 | 616쪽



    오월의봄 제공 오월의봄 제공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는 조사기간 10년, 방대한 현장조사, 정교한 이론으로 돌봄 문제를 집대성했다.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한국보다 앞서 1994년 이후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고령자 돌봄 문제에 관해 다양한 연구를 해온 바 있다. 저자의 '돌봄의 사회학'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시작으로 고령자 복지, 돌봄의 사회적 개념, 올바른 돌봄의 실현 등 우리에게도 당면한 고령자 돌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저자는 그간 이뤄진 '돌봄 이론'에서는 '젠더 편향'이 반복돼왔다고 비판하면서, 돌봄이 주로 여성이 해야 하는 전통적 노동으로 한정 지으려는 시도가 있어왔다고 꼬집는가 하면, 10년 동안 행해진 방대한 돌봄 현장 연구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그는 모두가 개인실에서 생활할 수 있는 '유니트 케어' 시설, 장애인·유아·고령자가 함께 거주하는 '공생 돌봄' 시설에 주목한다.

    한국의 노인요양시설은 4인실이 기준이며, 주로 '집단 돌봄'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데 반해, 이 시설들은 이용자 중심이며 '개별 돌봄'이 이뤄지고 있다. 저자는 '좋은 돌봄'의 기준으로 집단 돌봄이 아닌 개별 돌봄, 시설 돌봄이 아닌 재택 돌봄, 시설 내 다인실 돌봄이 아닌 개인실 돌봄을 꼽는다. 시설에 집단으로 수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사자의 개별성에 대응하는 돌봄, 니즈가 있는 당사자를 중시하는 돌봄이 좋은 돌봄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돌봄노동의 값싼 가격에 사회적 의문을 제기하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돌봄의 미래는 어둡다고 단언한다. 그는 "영국의 사회학자 베로니카 비치는 주변화된 파트타임 노동이 '저임금노동이라 여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하는 일'로 만들었기 때문에 저임금이라고 갈파했다"고 꼬집는다. 한국의 돌봄 현장과 크게 다름 없다.

    누가 돌봄을 실천할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다. 저자는 가족('가족의 실패'), 국가나 지자체('국가의 실패'), 시장('시장의 실패') 모두 한계가 있다고 하면서, 시민사회가 포함돼 있는 협(協) 부문에 힘을 실어준다.

    실제로 일본의 '좋은 돌봄'은 주로 모두가 경영자이자 노동자인 워커즈콜렉티브와 생협 등 새로운 공공성(common)을 갖춘 비영리단체나 시민사업체에서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협 부문에도 한계는 있다. 결국 좋은 돌봄은 국가(官), 시장(民), 시민사회(協), 가족(私) 부문 모두 한계가 있기에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는 복지다원사회가 실현돼야 한다고 결론 내린다. 즉 저자가 기반을 둔 이론은 기존 복지국가론을 대체하는 복지다원사회론이다. 그러면서 당사자 주권적 복지사회, 돌봄 시스템을 필요성을 역설한다.

    책에는 일본의 유니트 케어와 공생 돌봄 등 우리가 곱씹어봐야 할 일본과 해외 선진 사례들도 담겼다.

    우에노 지즈코 지음 | 조승미·이혜진·공영주 옮김 | 오월의봄 | 9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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