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가 30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BOK 콘퍼런스에서 정책 관련 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안정뿐 아니라 금융안정도 우리의 임무"라며 "금융안정까지 고려한 중립금리 채택을 시도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이 총재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와 대담하며 이같이 말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없이 물가가 안정된 상태에서 자금의 공급과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이 총재는 "중립금리 추세가 하락하기는 하나 환율,경상수지,자본이동 등 글로벌 요인을 고려하면 중립금리 추정치가 크게 변동한다"며 "그럼에도 한은의 정책목표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기 때문에 금융안정까지 고려한 중립금리를 채택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는 물가안정만 고려한 중립금리보다 약간 높게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한은의 중립금리 추정 과정을 소개하면서 "4~5개 정도의 중립금리 추정 모델이 있고 이를 통해 중립금리 범의를 책정하고 실질금리가 중립금리 범위의 상단인지, 하단인지를 비교해 통화정책 기조를 판단한다"고 밝혔다. 실질금리가 이 중립금리 범위의 위쪽이면 긴축적, 아래쪽이면 완화적이라고 판단한다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그는 중립금리는 불확실성이 큰 만큼 근원물가 등 다른 주요 지표와 비교해 중립금리 판단의 적정성을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중립금리 추정 과정에서 환율과 경상수지, 자본이동 같은 국제적 요인을 도입하려고 하면 추정치의 변동성이 상당히 커진다"며 "이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은은 31일 '한국의 중립금리 추정'이라는 발표를 통해 중립금리 추정 모델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가 30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BOK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르단 총재는 이와 관련해 기조연설에서 "중립금리가 재상승하고 있는지 판단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며 "낮은 잠재성장률, 기대수명 증가 등 실질금리를 낮추는 요인과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로 인한 저축률 하락, 대규모 재정적자 등 실질금리를 높이는 요인이 혼재돼있다"고 진단했다.
요르단 총재는 "중립금리가 통화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준거이지만, 추정치의 불확실성이 크다"며 "중립금리를 정책에 활용하려면 신뢰할만한 추정치를 도출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스위스 중앙은행이 물가 목표를 0~2% 범위로 넓게 규정하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는데, 이런 물가 목표의 유연성은 외부 충격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중립금리나 인플레이션 전망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향후 물가상승률이 1~1.5%로 추정되는데 이보다 오르더라도 물가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현재의 통화정책은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물가목표치를 2%로 단일 목표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이 목표는 중기 목표이기 때문에 단일 목표제 하에서도 통화정책이 유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요르단 총재에게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과 크레디트 스위스 뱅크런 등의 사태를 통해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물었다. 요르단 총재는 이에 대해 "과거에 경험했던 것보다 더 크고 더 빠른 뱅크런이 있었다"며 "은행은 뱅크런에 대비해 유동성 비율을 탄탄하게 만들고 중앙은행에 담보로 맡길 수 있는 자산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하지만 최선의 준비에도 극단적인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의회 등에서 정부가 보증을 통해 중앙은행이 담보 없이도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도록 결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