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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iN]황남용 재담미디어 대표 "향후 10년 먹거리는 숏폼 웹툰과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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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iN]황남용 재담미디어 대표 "향후 10년 먹거리는 숏폼 웹툰과 AI"

    '아이큐 점프' 편집장 거쳐 출판·제작·IT계 경력 다채
    재담쇼츠·AI 저작도구 개발 앞세워 내년 하반기 상장
    "세계향 만화 제작, 해외시장 확대가 웹툰 제2의 물결"

    황남용 재담미디어 대표가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민수 기자 황남용 재담미디어 대표가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민수 기자 
    "만화가 좋았어요. 보는 것도, 그리는 것도 다 좋아했죠. 대학에 가서도 만화동아리와 학보사 만평기자로 활동했는데, 졸업하고 만화 잡지사에 들어가니까 선배들이 하루 종일 만화만 보라고 하면서 월급도 줘요. 그 때 천직이라고 생각했죠."

    웹툰 제작 회사 재담미디어의 황남용 대표는 출판 만화를 거쳐 웹툰 제작·유통, 플랫폼·AI 개발까지 최근 폭발적인 성장을 이룩한 온라인 만화, 웹툰의 성장사를 경험해온 만화계 전문통이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1999년 대학 졸업 후 서울로 향했다. 만화가 좋아서 무작정 '만화인'이 되고 싶었던 그는 국내 출판 만화 시장이 황혼기를 맞던 1999년 서울문화사의 월간 만화잡지 '아이큐 점프' 편집기자로 입사해 편집장을 지냈다.

    출판 만화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업계 선배의 권유로 이동통신사에 (피처폰) 모바일 콘텐츠를 공급하던 회사 '만끽'으로 옮겨 만화웹진을 서비스했지만 당시 이통사 요금 폭탄과 보조금 뒷돈 지급 논란이 터지면서 회사 매출도 함께 곤두박질 쳤다. 1년 만에 만화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고 회사를 나와야 했다. 재담북스를 설립해 윤태호 작가의 '이끼' 출판 계약을 따내며 단행본 출간 사업에 나섰지만 만화 콘텐츠를 발굴하는 것과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천지 차이라는 것을 경험한 그는 폐업하고 네이트, 싸이월드에 콘텐츠 공급과 SKT의 만화웹진 '툰도시'를 운영하는 한국데이터하우스에 다시 몸을 실었다.

    여러 일을 하면서도 만화 일을 거른 적은 없다. 황 대표는 때론 배우고, 때론 실패하고, 때론 새로운 시장을 경험하면서 지금의 재담미디어를 설립하는데 값진 바탕이 됐다고 말한다.

    "만화 콘텐츠를 발굴하고 유통하고, 다양한 작가들과 맺은 인맥도 제가 좋아하는 만화계에 계속 남아있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지만, 마지막 직장에서 포털 서비스와 플랫폼을 운영했던 경험, 운영본부장으로 일하면서 회사의 경영 노하우를 배웠던 것이 웹툰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자산이었던 것 같아요."
     
    2010년대 들어 모바일 시대가 열리자 네이버·카카오 양대 플랫폼에서 웹툰이 주요 콘텐츠로 떠오르자 만화 시장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황 대표는 만화·웹툰 제작과 유통 경험을 살려 웹툰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지만 회사의 생각은 달랐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직접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가 가진 자산은 경험과 인맥, 자본금 3천만원이 전부였다. 그와 의기투합 한 것은 만화 업계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을 가진 노은정 현 재담미디어 이사와 함께 동고동락하며 신뢰를 쌓은 작가들이었다.  


    황남용 재담미디어 대표. 김민수 기자 황남용 재담미디어 대표. 김민수 기자 
    작가들의 매니지먼트와 에이전시를 중심으로 2013년 설립한 재담미디어는 2015년 3대 게임사인 엔씨소프트의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승승장구했다. 경험이 많은 전문 인력을 영입하며 오리지널 웹툰 제작에도 나섰다. 첫 해 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더니 이듬해에는 24억으로 껑충 뛰었다. 웹툰 시장에 순풍이 불며 투자 제의와 업무 협약 제안이 이어졌다. 재담미디어 매출은 작년 185억원에 이어 올해 예상 매출 210억원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올해 초 오픈한 중단편 웹툰 플랫폼 '재담쇼츠'로 틈새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해 웹툰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박석환 CSO를 필두로 AI 저작 도구를 개발 중에 있다. 이 프로젝트에 한국 만화계의 대표 거장인 이현세 작가의 참여를 끌어내 만화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작가가 40여 년 넘게 그려온 만화 단행본 4174권을 AI 학습용 데이터로 구축해 누구나 만화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AI 저작 도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재담미디어의 목표는 '네카오'를 넘어 '네카쇼'입니다. 회사 직원들끼리 자주 이야기하는 건데 양대 플랫폼 네이버·카카오에 재담쇼츠까지 더해지는 3대 플랫폼이 되는 거죠. 재담미디어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만화를 사랑하고 아주 잘 아는 사람들이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재담의 지난 10년이 작가를 발굴하고 웹툰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숏폼 웹툰과 AI 기술을 필두로 앞으로의 먹거리를 만드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황남용 재담미디어 대표를 노컷뉴스 [만화인]이 만났다.


    재담미디어 갈무리 재담미디어 갈무리 

    "목표요? '네카쇼'(네이버·카카오·재담쇼츠)가 되는 거죠"


    -재담미디어 설립 계기가 궁금하다?

    = 90년대는 만화잡지 등 출판 만화 시장의 황혼기였다. 만화의 거점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온라인 만화가 '웹툰'이라는 이름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90년대 만화계에 발을 들이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만화 작가들과 소통할 기회가 있었는데, 창작에 집중하고 싶지만 여러 계약 문제나 만화 공급처에 대한 고민을 부담스러워하는 작가들이 많았다. 당시 포털이나 여러 매체에 소속 작가의 만화를 공급하고 작가 활동을 관리해주는 매니지먼트 겸 에이전트 회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13년 출판 만화계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이 많은 노은정 이사와 의기투합해 재담미디어를 공동창업했다.


    -만화잡지 편집장 출신이다. 만화가 좋았나, 만화 비즈니스에 소질이 있었나?

    = 사실 비즈니스에는 꽝이었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보고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전공으로 살리진 못했다. 대학에서 만화 동아리와 학보사 만평 기자를 하면서 만화인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999년 졸업 직후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서울문화사가 발행하던 월간 만화잡지 '아이큐점프' 편집기자로 입사했다. 만화 잡지를 발행하고 작가들과 친해지는 일이 너무 좋았지만 출판 만화 시장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편집장으로 있던 중 업계 선배의 권유로 6년 동안 있던 첫 직장을 그만두고 온라인 만화 잡지를 제작하던 '만끽' 편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통신사 기반 포털과 피처폰 모바일 콘텐츠가 성장하고 있던 터라 즐길거리인 전자 만화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컸다. 하지만 '모바일 통신 요금 폭탄' 이슈에 '통신사 보조금 뒷돈' 논란까지 터지면서 통신사에 콘텐츠를 공급하던 회사의 매출이 급락했다. 결국 1년 만에 나와야 했다. 친분이 있던 윤태호 작가의 '이끼'를 서비스하고 있었는데, 다음 만화(현 카카오웹툰)로 연재처를 옮겼다.  

    1년 만에 나와 배운게 만화다보니 단행본을 출간하는 만화 출판사 재담북스를 차렸다. 윤태호 작가와 출판권 계약을 맺고 알고 지내던 몇몇 작가들의 매니지먼트도 담당했는데, 회사 운영 경험이 없다 보니 경영이 쉽지 않았다. 만화 편집자 마인드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싸이월드에 콘텐츠 공급과 SKT 만화 서비스 '툰도시'를 운영하던 한국데이터하우스에 운영본부장으로 가게되면서 온라인 웹툰 서비스와 포털, 플랫폼 운영과 대응에 대한 노하우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 때의 경험이 재담미디어를 창업할 수 있었던 힘이 됐다. 6년 간 있던 '아이큐 점프' 편집장을 지내며 거기서 쌓은 작가들과의 크고 작은 인연도 재담미디어 소프트 파워의 원동력이 됐다고 본다.

     
    황남용 재담미디어 대표. 김민수 기자 황남용 재담미디어 대표. 김민수 기자 
    -콘텐츠 시장에서 결국 재담미디어가 가진 작가 풀(Pool)이 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인가.

    = 그렇다. 파도와 바람도 잘 타야 하지만 사업은 성장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자본금 3천만원으로 시작했는데 내부적 투자 여력이 없었다. 2015년 엔씨소프트의 1차 투자(15억원)가 큰 도움이 됐다. 웹툰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양대 포털 외에도 중소 플랫폼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만큼 작품 수요가 급증하다 보니 작가들과 전속 계약을 맺고 작품을 기획하고 운영해야 할 PD, 운영 인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 때 우리가 공급한 웹툰에 '재담미디어'라는 바이라인을 최초로 달았다. 여러 매체를 통해 웹툰 제작사 재담미디어의 브랜드가 알려졌고, 알고 지내던 작가들이 믿고 참여해주고 새로운 작가들을 소개해주면서 제작사 신뢰도가 높아졌다. 작가들이 재담미디어에 몰리자 탑툰 투믹스 등 플랫폼들이 작품을 공급해달라며 찾아왔다. 적절한 시기에 전략적 투자와 회사 인지도가 높아질 수 있었던 이유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는 말이 있다. 한국데이터하우스에 있을 때 자체적인 만화 서비스를 하자고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분 투자도 좋고 자회사 운영 방식도 괜찮다고 했지만 안 됐다. '내가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온라인 만화는 네트워크 환경 최적화가 중요하다. 2010년대 이후 인터넷 결제 시스템이 도입되고 만화 등 미디어 콘테츠에 대한 온라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IT 회사에서의 웹·모바일 서비스 노하우와 오랜 편집자 경험, 작가 풀과의 네트워크를 밑천 삼아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작가 에이전시와 제작·유통·공급이 가능한 프로듀싱 및 비즈니스까지 가능한 만화 제작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실패한 경험만 생각하면 창업을 못했을 텐데 다양한 경험과 타이밍도 주요했다고 볼 수 있다.


    -매출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 사실 작가 매니지먼트와 에이전트는 수수료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많아야 10~30% 정도다. 그렇게 창업 첫 해 4억 정도 매출을 시작으로 2014년 1년새 24억을 기록하며 매출이 급성장했다. 문제는 순익인데, 작가 원고료나 회사 운영비용, 인건비 등을 제하면 한계가 있다. 그 때 회사의 성장세를 본 엔씨소프트의 투자 참여가 기폭제가 됐다. 학산문화사 만화 편집자 출신으로 만화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형남 이사를 영입하고 전속계약 작가를 확보하는 등 오리지널 웹툰 제작으로의 사업 확장과 진용을 정비해나갔다. 엔데믹 시점인 2022년 18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023년 185억원으로 주춤했지만 올해 예상 매출은 210억원은 무난할 것으로 본다.


    -재담미디어가 최근 주력하는 사업이 눈에 띈다. 숏폼 '재담쇼츠'를 론칭했다.
     
    =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한 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웹툰 시장은 전연령을 상대로 한 네이버·카카오 양대 플랫폼과 여성향·성인 웹툰에 강점을 둔 탑툰·봄툰·리디·투믹스·레진 등 중소 플랫폼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구조다. 대부분 100~200화 규모의 장편 웹툰을 기반으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30여 편의 웹툰 영상화 경험을 거치면서 완결성을 가진 중단편 웹툰에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드라마처럼 8화~16화의 스토리 완결성을 갖춘 단편을 통해 독자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경우 50~100화의 중편 스토리로 확장할 수 있는 '재담쇼츠'를 지난 4월 론칭했다.

    작품들의 성격은 다양하지만 다른 플랫폼에서는 접하기 힘든 스토리들을 만날 수 있다. 생활툰, 인디웹툰, 해외 만화상 수상작, 기성 작가의 미공개 작품 등 다른 플랫폼에서 보기 힘든 작품들이 망라되어 있다. 기존 건별 결제 시스템으로는 작품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OTT 처럼 월 구독 방식으로 독자들이 다양하고 신선한 작품들을 선택해 보고 경험할 수 있다. 신인 작가의 경우 창의적인 작품을 시도해볼 수 있고, 기성 작가들도 아이디어로 구상했던 스토리나 새로운 작품 구상을 펼칠 수 있다. 콘티를 제작하듯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야기들이 모이고, 새로운 웹툰 IP를 공급하고 신진 작가 풀을 수혈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기에 영상화 될 수 있는 기회도 연결시키고자 한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등과 협력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담쇼츠 갈무리 재담쇼츠 갈무리 
     이현세 작가와 재담미디어가 협력한 AI 라이브드로잉 콘텐츠. 연합뉴스  이현세 작가와 재담미디어가 협력한 AI 라이브드로잉 콘텐츠. 연합뉴스 
    -이현세 작가와 AI 저작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어떤 모델인가?

    = AI도 미래 비전의 중요한 축이다. 웹툰 제작 환경을 보면 작가 혼자 데셍, 채색, 배경, 3D 모델링 등 모든 작업을 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주간 연재에 1회 제작하는데 풀 컬러에 100컷 안팎의 많은 컷 수가 들어가는 고된 작업이다. 여기에 스토리까지 신경 써야 하지만 매주 쏟아지는 수천 편의 웹툰과 경쟁해야 한다. 웹툰 스튜디오처럼 글 작가, 그림 작가, 여러 서브 작가 분업화 되어 가면서 정해진 수입을 나눠야 한다. 경제적 부담까지 가중되는 것이다. 지난해 출범한 재담의 웹툰기술연구소가 개발 중인 AI는 저작 도구다.

    이현세 작가와 만화·웹툰 제작을 위한 AI 공동기술협약을 맺고 40여 년 넘게 그려온 만화 단행본 4174권을 AI 학습용 데이터로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저작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작가가 스토리 콘티를 짜고 데셍을 하면 AI가 배경, 채색, 후보정 등 자동으로 분업화된 작업을 하고 결과물을 내놓는다. 작가는 인간의 창의적 영역인 기획과 아이디어, 연출, 밑그림을 제시하면 AI가 서브 작가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만화·웹툰 작가가 아닌 크리에이터나 프로듀서가 되는 것인가?

    = 만화를 만드는 창작 툴이다. 이현세가 AI가 될 수 없고 AI가 이현세가 될 수 없다. 다만 이 것을 어떻게 볼 것인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시간 차가 다를 수 있다. 이현세 작가의 경우 자신의 평생 작품을 아카이브화 하고 자신의 오리지널 그림체를 이용해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작품을 창작해 낼 수 있다는 것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 아이디어와 좋은 스토리가 있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한 허들을 느끼는 이들에게는 만화 창작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본다.

    웹툰의 대중화에 큰 공헌을 한 생활툰의 경우 그림체가 대체로 전문 만화 작가와는 질적으로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하지만 대중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낸 작품들로 크게 성공했다. AI로 아무리 멋진 그림을 만들었다고 해도 독자들이 공감하지 않으면 한낱 그림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앱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쉽게 만들어주는 저작 도구들이 이미 일반화되어 있지 않나. 누구나 창의적인 스토리가 있다면 만화라는 그림으로 표현하고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크리에이터이자 프로듀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만화는 대중 예술이자 상업 예술이다.      
     

    -재담미디어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시점은?
     
    = 2025년 말에서 2026년 초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재담쇼츠' 서비스 안정화와 구독자 10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만화의 상징성이 큰 이현세 작가가 참여한 AI 저작 도구 개발이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본다. 회사에서 우리끼리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한국 웹툰 시장에는 '네카쇼 밖에 없다'고. 네이버·카카오·재담쇼츠 웹툰 3대 플랫폼으로 생각할 정도로 자신감을 표현한 말인데, 우리에겐 다 계획이다 있다. (웃음) 재담쇼츠는 내부 운영 체계로 갈지, 별도로 분사해서 협업 체계로 갈지 고민 중에 있다. 콘텐츠 제작·유통과 플랫폼 비즈니스의 DNA는 다르기 때문에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임할 태세다. 연말이면 재담쇼츠의 방향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황남용 재담미디어 대표. 김민수 기자 황남용 재담미디어 대표. 김민수 기자 

    -웹툰을 중심으로 한국 만화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 국내 가장 규모가 큰 네이버·카카오 웹툰 서비스 상단에 노출된 800여 편 중 10~15% 정도만 유의미한 비즈니스가 일어난다. 중소 플랫폼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나머지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스토리를 담은 작품은 기승전결 완결성을 가져야 하는데 100~200화 넘게 이어지면서 그 구조가 쉽게 깨진다. 완결 이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다 보니 스토리가 산으로 가도 정리하지 못하고 연재를 이어간다. 플랫폼도 기업이다. 매출 수 십 억을 내면 플랫폼 상위 노출도 용이해지고 차기작 계약도 쉬워질 수 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면 차기 계약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 그러다보면 상위권의 인기 작품들의 장르를 쫓아가는 경우도 있는데, 결국 자기가 잘하는 자기 작품에서 완결성을 가진 작품을 기획해야 끊고 맺음이 명확해진다. 이야기가 늘어지면 앞에선 무슨 이야기가 전개 됐는 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시장의 수요가 크다 보니 요즘은 데뷔도 빠르고 성공도 빠르다. 그렇다 보니 실패를 두려워 한다. 오히려 실패의 경험에 익숙해져 자기만의 작품, 창의적인 이야기를 생각할 겨를이 없어진 것 같다. 외람된 얘기지만 그런 여유나 휴식기에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면 '재담쇼츠'에서 중단편 작품으로 풀어가는 워밍업도 한 방법이다. 작가들의 창작 실험대로 활용했으면 한다. 원고료와 수익배분 시스템도 지원한다.  


    -웹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 시장 확대가 중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 만화 시장에서 한국 웹툰의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의 인기 만화를 보면 문화적 다양성을 담고 있다. 너무 자국 문화에 한정된 스토리는 해외에서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일본 만화도 그렇고 우리 만화도 캐릭터가 국적을 특정하기 어렵거나 판타지 장르의 인기가 높다. 그런 과정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정말 많은 노력을 해서 해외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그 성과가 나오고 있는 중이다. 네이버웹툰, 카카오픽코마가 일본·북미·동남아 등에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어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6~7개국에 집중 소개하고 있다. 숫자로 보면 적은 것 같지만 의미 있는 만화 시장을 가진 나라는 이 정도가 거의 다라고 보면 된다.  

    국내향이 아니라 60억 세계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와줘야 한다. 여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삼성과 LG가 일본의 전자제품 시장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나. 일본 망가를 뛰어넘을 글로벌 히트작을 선보일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경쟁도 중요하지만 창작자, 플랫폼, 투자사, 제작사, 만화계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상생하는 노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황남용 재담미디어 대표  황남용 재담미디어 대표 

    -황 대표의 업력이 25년이다. '20대의 황남용'을 만난다면?

    = 만화가 좋아 서울문화사(아이큐 점프)에 입사했는데, 선배들이 만화나 보라면서 아무 일도 안 시키더라. 한 달 동안 만화만 보고 있는데 월급이 들어오니까 이게 내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웃음) 만화와 친숙해지라는 선배들만의 교육 방식이었는데, 시간 지나서 생각해보면 어려서 그랬는지 20대의 나는 다소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면 더 적극적으로, 때론 창의적으로, 후회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치열한 경쟁에 놓인 작가 지망생이나 신진 작가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요즘은 '작가'라는 말이 쉽게 사용되지만, 작가라는 칭호는 대단한 의미다. 작가는 지을 작(作)에 집 가(家) 자를 쓴다. 집을 짓는 일은 주춧돌을 고르고 좋은 나무를 깎아 기둥을 세우고 아름답게 지붕을 얹는 정교하고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하는 장인의 일이다. 주춧돌부터 시작해 기초를 잘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가'라는 칭호가 부끄럽지 않게 평생 자신을 다지고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에 따른 자부심도 가져야 한다. 돈을 벌고 성공하는 직업 작가라는 말을 빨리 들으려고 조바심을 내기보다 작가라는 칭호의 무게와 고귀함의 중요성을 잘 알아줬으면 한다. 기성 작가들에게도 '작가'의 칭호는 그 자체가 삶의 원동력이 된다. 쉽게 얻어지는 칭호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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