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과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한일은 양측 함정이나 군용기가 해상에서 우발적으로 조우할 경우 불필요한 충돌을 막기 위한 '신호 규칙' 등의 방안에 합의했다.
이는 양국 안보협력의 큰 걸림돌이 돼온 2018년 말 일본 해상초계기 저공위협비행 사건을 매듭짓기 위한 차원으로 평가된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대신은 1일 싱가포르에서 진행 중인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회담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공동언론발표문을 공개했다.
양 장관은 먼저,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을 고려해 한일‧한미일 안보협력 증진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을 증진시키면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진전시키고 한일 국방당국 간 상호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양측은 구체적 방안으로 한일 국방 차관급 회의 연례화, 한일 국방정책실무회의 재개, 대한민국 국군과 일본 자위대 간 고위급 교류 재개에 합의했다.
양측은 특히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안전 보장을 위한 논의 결과로, 원활한 의사소통 보장 등을 통해 상호 이해를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양측은 이에 따라 한국 해군참모총장과 일본 해상막료장이 양국 함정‧항공기 간 통신 절차 및 본부 차원의 소통 방안을 포함한 합의문을 작성했고, 향후 서명에 필요한 행정 절차를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양측은 지난해 6월 양국 국방장관회담 결과에 따라 한일‧한미일 간 안보협력을 정체시킬 수 있는 2018년 12월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 간 발생한 사건과 유사한 사안의 재발방지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실무급 협의를 진행해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해군과 해상자위대 간 합의문은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엄에서 채택된 '해상에서 우발적 조우시 신호규칙(Code for Unplanned Encounters at Sea. CUES)이 준수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신호규칙(CUES)은 함정‧항공기 간 수평거리 및 고도가 포함된 '안전거리' 유지 항목과 함께 각측 지휘관이 피해야 할 행위인 '해군함정 확증절차' 등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등을 회원국으로 하는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엄은 올해 4월 개정한 신호규칙에서 안전거리 유지 의무를 추가했다.
해군함정 확증절차로는 함포나 미사일, 사격통제레이더, 어뢰발사관 등을 조우한 함정이나 항공기 방향으로 조준해 공격을 모의하는 행위를 피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규정하고 있다.
신호규칙은 이외에도 국제해상충돌예방법규에 명시된 신호문을 사용해 기동 의도를 발신하도록 하는 등의 통신절차에 대한 규정도 담고 있다.
이번 합의의 핵심인 안전거리와 해군함정 확증절차는 2018년 일본 해상초계기 저공비행위협 사건의 논란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사건은 일본 해상초계기가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 등에 수백m의 저공으로 위협비행하면서 불거졌다. 일본 측은 그러나 우리 함정이 사격통제레이더를 작동(조준)해 오히려 위협을 받았다며 상반된 주장을 펴왔다.
한일 양국의 이번 합의는 사건 경위나 책임소재는 가리지 않은 채 향후 재발방지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가 있다.
예컨대 해군함정 확증절차 상의 사격통제레이더 조준의 경우, 합의 준수 여부보다 사실의 존재 여부가 지금까지의 논점이었다.
안전거리 유지도 개정 신호규칙에서 의무 규정으로 바뀐 것은 바람직하지만 구체적 기준은 마련되지 않아 자의적 판단의 여지가 남아있다.
안전거리 규정은 지휘관 및 선장이 시정(가시거리)이나 양 함정‧항공기의 기동성, 승조원 훈련상태 등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