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앵커]
북한이 어제 밤 오물풍선을 잠정 중단하겠다며 수위 조절에 나섬에 따라 우리 정부의 대응 기조 변화에도 관심이 쏠렸습니다.
그러나 강경 대응기조에 변화는 없어 보입니다.
통일부에 나가 있는 김학일 기자 연결합니다.
앞서 박정환 기자가 전한대로 정부가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했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기자]
9.19 군사합의서는 지난 2018년 9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 김정은 위원장과 채택한 9.19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입니다.
군사 분계선 일대에서의 재래식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합의한 문서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정부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한 조치로 합의서 중 비행 금지구역을 설정한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한 바 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그 다음날 합의의 전면 파기를 선언했는데, 당시 우리 정부는 더 이상의 조치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남한을 겨냥해 초대형 방사포 18발을 쏘는 시험사격을 하고 GPS교란에다 오물 풍선을 일주일 연속 날리면서 9.19 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강경 대응을 하기로 한 겁니다.
[앵커]
김 기자,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면 무엇이 변하는 겁니까?
[기자]
9.19 합의에 따라 그동안 자제했던 것을 다시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군사훈련을 재개할 수 있습니다.
9.19 합의는 우리 군의 대비 태세에 많은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다는 게 오늘 안보실 회의에서의 평가였습니다.
국가안보실은 9.19 합의 전체 효력정지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보다 충분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북한이 도발을 지속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추가적으로 취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는 북한이 크게 반발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도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천서 발견된 북한 오물 풍선. 연합뉴스[앵커]
북한이 어제 오물풍선의 잠정 중단조치를 발표했지만 정부의 대응 기조는 변화가 없군요.
[기자]
북한은 지난 달 28일부터 어제 새벽까지 15톤의 오물을 담은 풍선 3천 500개를 남한 전역에 살포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밤 10시 넘어 김강일 국방성 부상의 담화를 통해 오물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로는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남측에 충분한 체험을 시켰다"는 것, 그리고 자신들의 오물 풍선은 "철저히 대응조치"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어디까지나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얘기입니다.
북한이 이처럼 분위기를 톤 다운시켰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대응기조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대통령실이 바로 어제 낮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에 착수할 것"이고, "확성기 방송 재개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내일 국무회의에서 9.19 합의의 효력을 정지하는 것도 확성기를 다시 틀 근거를 마련하는 차원도 있습니다.
[앵커]
탈북민 단체들은 문제의 원인인 대북전단을 계속 날린다는 방침이죠?
[기자]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북한은 오물풍선 살포이유로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을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국내 단체들은 전단 살포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내일 국무회의에서 안건 의결이 되면 6월 중에 또 전단을 보내겠다고 합니다.
탈북자단체가 파주서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모습. 연합뉴스탈북민단체총연합회 한창권 회장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6월안에 보낼 예정이다. 한번 확실하게 북한에다가 그런 식으로 이번 전단 문제가지고 본때를 보여야한단 말입니다. 무릎 꿇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야 코꿰맨 소새끼처럼 하자는 대로 한다면 마구잡이로 못하는 거란 말입니다. 우리 쪽에서 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거든요. 여기는 그런 자유가 있고 우리가 똥물 보내는 것도 아니고"
일부 탈북민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오물 풍선에 사과한다면 대북 전단도 중단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반면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북전단이 분계선 일대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주민 안전에도 위협이 되기 때문에 중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에 대해서 정부는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대북전단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서 두 가지 입장이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역시 정부의 입장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통일부는 헌재가 지난해 9월 대북전단 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탈북민 단체에 직접적인 자제 요청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전단 등 살포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재 결정의 취지를 고려하여 접근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현장 사정을 고려해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적절한 조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전단을 날리는 사람들과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 간에 충돌이 벌어질 경우에나 개입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헌재는 지난해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서도 '접경지역 주민 안전'을 위한 입법적 보완 조치를 주문한 사실도 있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인 정부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앵커]
김 기자, 결국 대북전단이 또 날라 가면 북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은 오물 풍선을 잠정 중단하지만 남쪽에서 또 전단이 날라 오면 백배의 오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연합뉴스탈북민들의 전단 살포에, 북한이 다시 오물 풍선으로 대응하면 우리 정부는 9.19 무효화를 토대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추가 조치에 나설 가능성인 높습니다.
그러면 확성기에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여 온 북한도 가만히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접경지역에서의 우발적 충돌이나 국지전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게 사실입니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대학교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남북 간에 확성기 전이 벌어지면 이런 과정에서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고 자칫 국지전 우려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 확성기 방송 재개로 남북 간에 대화가 이뤄져 북한이 유감을 표명한 사례를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때와 지금은 다릅니다.
북한도 학습을 통해 그 때와 다른 대응방안을 검토했을 것이고, 무엇보다 핵 무력의 차원이 달라졌습니다.
오물 풍선처럼 북한의 수준 낮은 도발에 대응하면서도 신중한 평화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통일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