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언론대혁TF 발대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른바 '언론중재법'으로 불리는 법안이 발의됐다. 악의적인 이른바 '가짜 뉴스' 등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제대로 보상을 받는 경우가 드물고,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짧은 만큼 청구 기한을 늘리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또한 도입하자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민주당이 여당이자 다수당이었던 21대 국회 때부터 추진했음에도 정치권과 국제언론단체 등의 반대로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법안을, 야당이 된 뒤에도 다시 추진하는 일이기에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정청래,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언론중재법 발의…양문석 "3대 악의 축 尹대통령·정치검사·조선일보 무너뜨리는 데 최선"
연합뉴스4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달 31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비롯해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이들 법안에는 강준현, 김동아, 김병주, 신영대, 양문석, 이원택, 임오경, 정진욱, 한민수 등 민주당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담긴 제안 이유는 △언론 관련 민사에서의 원고 승소율이 낮고 △정정·반론보도 청구 기한이 짧으며 △정정·반론보도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법안은 청구 기한이 언론보도가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 언론보도가 있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인 것은 지나치게 짧기 때문에 청구를 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구 소송을 보도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 보도가 있은 날부터 2년 이내에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악의적 보도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 대한 배상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안은 미국의 경우 위법성·의도성·악의성이 명백한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다며, 법원이 손해액 3배 이내에서 손해배상을 명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공동발의자인 양문석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대한민국 3대 악의 축이 윤석열 대통령, 일부 정치검사, 조선일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부터 다양한 신문 관련 법을 다루고 있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가서 3대 악의 축 가운데 한 축을 어떻게 하든 무너뜨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양 의원은 2021년 서울 강남 아파트 구입 과정의 대학생 딸 명의 불법 대출 의혹이 선거 도중 언론에 의해 제기되자 "반드시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관철시키겠다"고 했다.
사법부 판단 신뢰 못하는 野…"尹정권에만 날개 달아줄 것" 비판도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언론탄압 저지 야7당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긴급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다만 이번에 발의된 언론중재법은 현실성과 정치 지형적인 측면에서 실효성 논란을 낳고 있다.
우선 법안은 언론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원고가 이길 확률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제안 이유에 담긴 언론중재위원회의 언론판결 분석보고서에 의하면 2009~2018년 언론 관련 민사 1심 판결 가운데 원고 승소율은 49.31%로 절반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손해배상 청구의 원고승소율이 39.74%, 2022년에는 민사 원고승소율이 38.2%인 점도 거론했는데, 이 자체가 법원의 판단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사안의 본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그 자체가 언로 자체를 좁히거나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을 계속해서 받고 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준웅 교수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 법이 도입되면 안 그래도 떨어진 언론자유지수는 더 떨어질 것"이라며 "이런 식의 언론에 대한 억압은 권위주의적 정부에서 환영하는 것이지, 어떻게 자유를 주장하는 진보 세력에서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존재하는 반론·정정보도 청구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되고, 의원들은 발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으니 나서서 이야기하면 된다. 왜 다른 사람의 입을 막는 방식으로 규제를 하려고 하나"라며 "우리나라는 명예훼손·모욕을 형사처벌하는 나라인데, 민사소송 징벌을 강화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중처벌"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여당이었던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했던 법안의 골자를 그대로 가져온 탓에 오히려 현 여당인 윤석열 정부에 언론 탄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는 지난 3일 공동성명을 내고 "민주당 일각의 언론 징벌 배상 추진을 가장 반길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 악의적이라 규정했던 MBC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포함해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 등 진보·보수를 막론한 대다수 비판 보도가 징벌 배상 제도를 활용한 봉쇄 소송에 짓눌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방송 장악을 저지할 방송3법 입법에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공포될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앞서 대통령실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법안은 거부권 행사를 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여당이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방식에 대해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언론중재법 관련 질문에 "포털이나 언론이 페이크(가짜) 뉴스에는 책임져야 한다.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방식은 좀 의논해 봐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