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국민권익위원회가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신고 사건에 대해 긴급 e브리핑을 하겠다고 기자들에게 문자로 공지한 시각은 10일 오후 5시였다.
정승윤 부위원장의 브리핑 예고 시점은 퇴근을 앞둔 오후 5시 30분. 대부분 서울에서 일하는 취재진이 세종청사에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예상했던 대로 정 부위원장의 브리핑은 질의와 답변이 없는 짧은 일방적 발표였다. 발표 내용은 간략했다. '공직자 배우자는 제재 규정이 없다',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 여부를 논의했으나 종결했다'는 것이었다.
권익위는 대통령 직무 관련성 여부와 대통령기록물인지 여부에 대한 논의를 종결한 이유에 대해 나중에 청탁금지법 시행령 14조를 들었다.
'신고 내용이 언론매체 등을 통하여 공개된 내용에 해당하고 조사 중에 있거나 이미 끝난 경우로서 새로운 증거가 없는 경우', '법 위반 행위를 확인할 수 없는 등 조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돼 종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신고를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권익위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 사건이 언론에 공개된 사안이고 검찰에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점에 비춰 종결처리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공직자의 아내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고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은 따지지 않겠다고 함으로써, 권익위가 사실상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 등을 건넨 혐의(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를 받고 있는 최재영 목사. 황진환 기자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지인 관련 부탁을 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왜 대통령과 직무관련성이 없는지, 윤 대통령이 가방 수수 사실을 알았는지, 알았다면 규정에 따라 '신고의무'를 다했는지 등 지금까지 제기된 의문은 하나도 풀리지 않았다.
청탁금지법 9조와 22조는 공직자가 '자신의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안 경우' 지체 없이 서면으로 신고하고, 이 신고 의무를 어긴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권익위에 신고한 참여연대는 성명에서 "6개월 시간을 끌던 권익위가 배우자 제재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종결하고, 사건의 핵심인 윤석열 대통령의 신고의무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했는지 밝히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법 위반 여부는 덮어버린 것이고, 국민의 상식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공직자 배우자의 경우 청탁선물을 받아서는 안 되지만 처벌 조항이 없다는 것은 신고가 접수된 때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직무관련성에 따른 법위반 여부가 쟁점인데 권익위는 결국 이 판단을 회피한 셈이다.
원칙에 따라 조사 중이라며 6개월이나 시간을 끌다가 하필 대통령 부부가 해외순방을 떠난 날에 허겁지겁 이런 결론을 내놓은 권익위.
과연 국민권익을 대변하고 반부패 총괄기관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지, 국민보다는 권력의 눈치를 보는 정치적 셈범에 능한 기관이 아닌지 의구심이 가시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