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사진공동취재단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은 지난달 23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불안한 물가와 환율, 예상을 웃도는 경제 성장률 등을 근거로 기준금리를 '전원 일치'로 3.50%로 동결했다.
일부 위원은 "긴축 완화를 위한 필요 조건이 점차 충족되고 있다"며 향후 금리 인하 논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은이 11일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5월 23일 개최) 의사록을 보면 한 위원은 회의에서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 상승률이 완만한 둔화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거듭된 일시적 반등으로 목표 수준(2%)에 이르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현재의 3.5% 수준에서 동결하고 물가의 목표 안착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른 위원은 "소비자물가는 전망 경로에 부합하는 둔화세를 보이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내년 하반기에 목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유가나 환율 상승 등으로 향후 물가 경로의 상방 리스크는 증대됐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위원은 "국내 물가는 성장 전망, 유가나 환율 전망 상향 등으로 상방 압력이 커졌으나 완만한 소비 회복세 등으로 기조적으로는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향후 물가 경로는 농산물 가격, 국제유가, 환율 움직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위원도 성장률 개선에 따른 물가 인상 압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그는 "예상보다 강한 실물 경제 호조세가 지속되는 경우 물가에 대한 상방압력이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경제 흐름을 추가 확인한 후 통화정책 긴축 완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2.8%로 지난 3년 동안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치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6일 서울 명동거리에 놓인 음식점 메뉴 홍보물. 연합뉴스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두 달째 2%대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목표치(2%)보다 높은 수준이다.
물가와 예상을 웃도는 성장세뿐 아니라 환율 불안도 기준금리를 조기에 인하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다른 위원은 "성장 흐름이 개선된 가운데 환율 등 대외 여건의 리스크가 상존하고,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커진 상황인 만큼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통화정책 기조 전환 시기는 환율 등 대외 여건의 안정 상황,물가의 목표 수준 수렴 확신 여부, 기준금리 유지에 따른 경제주체의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금리 동결 의견을 밝히면서도 통화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시사했다.그는 "통화정책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점을 고려할 때, 물가 측면에서는 긴축 완화를 위한 필요 조건이 점차 충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