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훈련명의 의무기록 공개하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연합뉴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가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이 가해자인 중대장을 환자 후송 구급차 조수석에 동승하는 선탑자로 지정하고, 신병교육대 의무실 의무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등 초동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를 비롯해 중대장을 살인과 상해치사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는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12일 "훈련병 후송 당시 구급차 조수석에 동승한 간부가 가해자인 중대장이었다"며 "중대장은 얼차려 현장에 있던 최상급자로서 A훈련병이 쓰러진 뒤 사건 발생 전후 상황을 군의관, 속초의료원 등 의료인과 주변 간부들에게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혹행위 가해자가 구급차 선탑자 역할을 수행하거나 환자 인솔을 맡을 경우 자기 방어 기제로 인해 사건 발생 전후의 상황을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의료인의 판단에 혼선을 주거나 정확한 판단을 지연시키는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2014년 육군 28사단 윤승주 일병 가혹행위 사망사건 당시 의무병이었던 가해자들이 윤 일병을 구급차에 싣고 연천의료원으로 후송하며 '냉동만두를 먹다가 기도가 막혀서 쓰러졌다'고 거짓 진술한 예시를 들었다.
또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유가족은 지난 11일 오후 군 병원을 찾아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의무실 의무기록 사본 발급을 신청했지만 A훈령병 관련 의무 기록이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서우석 육군 공보과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사안이 발생한 즉시 대대 군의관에 의해서 그리고 응급구조사와 함께 현장에서 응급조치가 이뤄졌다"며 "수액이라든가 체온을 낮추기 위한 응급조치들이 이뤄졌고 응급의료종합상황센터와 연계해 환자상태와 이동수단 등을 고려해 가장 가깝고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안내 받아 민간 의료원으로 긴급 후송했다"고 말했다.
얼차려 중 쓰러진 훈련병 영결식 엄수. 연합뉴스 이에 군인권센터는 "전산상에 의무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관계 법령 위반"이라며 "사건 초기 상황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이날 오전 해당 사건 고발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했다.
서민위 김순환 사무총장은 고발인 조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군 사망사고가 군에서 기초수사를 진행해 경찰에 이첩하는데, 군에서 일부 피의자를 지목해 넘기는 것은 잘못됐다"며 경찰에 입건된 중대장 외 육군수사단장, 육군 제12사단장, 제17보병여단장,제1대대(신병교육대)장 등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한 이유를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중대장이 과거에도 유사한 가혹행위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오후 5시 20분쯤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쓰러진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이틀 후인 25일 오후 사망했다.
육군은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보나 팔굽혀펴기를 시킬 수 없다는 취지의 관련 규정을 어긴 정황을 파악해 지난달 28일 강원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했다.
강원경찰청은 지난 10일 중대장(대위)과 부중대장(중위)을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입건하고, 두 사람에게 출석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