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큰 지진은 처음 봤네."
전북 부안군 행안면 부근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을 관측하기 시작한 1978년 이래 전북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 지진이다.
진앙지 인근 석산은 무너져 내렸으며, 일부 마을 주민은 지진으로 발을 헛딛어 약간의 부상을 입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은 저마다 "'쿵' 소리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12일 오전 8시 26분 49초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역(북위 35.70도, 동경 126.72도)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8㎞, 지진 발생 행정구역은 부안군 행안면 진동리 부근으로 파악됐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창고가 갈라지고 석산이 무너져 버리는 등 위험한 순간은 다수 있었다.
무너져 내린 석산 일부 캡처. 전북CBS 유튜브 캡처부안군 행안면 인근에서 고추밭을 가꾸고 있던 A씨는 "농사 일을 하다가 큰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석산이 무너져 내려 먼지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다"며 "무너져 내린 게 5초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인 석산이면 안 무너지는데 90도로 꺾여진 불법 석산으로 (지진 충격을 못 견디고)왼쪽 두 군데가 무너져 내린 것 같다"며 "지진 소리보다 석산이 무너지는 소리가 더 컸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석산 주변에 민가는 없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석산 왼쪽 바위가 흘러내려온 탓에 '쿵' 소리가 마을에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 주민 오세운(83) 씨의 창고는 두 동강이 났다. 오 씨는 "(작업을 위해)연장을 가지러 갔다가 대포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며 "나와서 확인해 보니 실금이 있었던 곳이 완전히 갈라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창고 외벽은 정확히 반절로 나뉠 만큼 크게 금이 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 씨는 "집이 정말 무너지는 줄 알았다"며 "73년을 평생 (부안에서)다 살았는데, 이런 지진은 한 번도 못 봤다"고 말했다.
전북소방본부는 12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총 30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서울 7건, 부산 2건, 광주 23건, 전북 77건 등이다.
부안군 행안면 진앙지 인근 마을 주민들은 모두 '쿵' 소리를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부안군 행안면 마을 주민 나인숙(86) 씨는 "(마루에 올라가기 위해)발을 디뎠는데 '쿵' 소리와 함께 확 흔들려 올라가다가 픽 쓰러져 버렸다"며 "처음엔 발을 잘 못 디뎌서 그런 줄 알았다"고 말했다.
보행 보조차를 끌던 B씨는 "병원을 가려던 중에 집이 흔들흔들 했고, (큰 소리에)겁이 날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번 지진은 관측 시작한 1978년 이래 전북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다. 흔들림의 정도를 나타내는 계기 진도는 전북에서 최대 Ⅴ(5), 전남에서 Ⅳ(4), 경남·경북·광주·대전·세종·인천·충남·충북에서 Ⅲ(3)으로 관측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부안 지진의 진원 깊이는 8km로 흔들림을 느끼는 강도가 더욱 강했을 것이다"며 "여진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니, 노후화된 건물에 계신 주민들은 반드시 대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안군 행안면 역리 진열대에서 음료수가 쏟아진 모습. 전북 소방본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