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의 모습. 황진환 기자[앵커]의사들과 의대 교수들이 다음 주 집단 휴진에 나섭니다. 대형병원에서 시작된 의료계 집단행동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인데요.
환자들의 고통과 불안은 극에 달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서 의료계 안팎의 상황 짚어보겠습니다. 이은지 기자!
[기자]네, 저는 지금 서울 용산구 의협(대한의사협회) 회관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네, 주말에 이어서 오늘도 집단 휴진과 관련된 회의가 있었던 건가요?
[기자]그렇습니다. 의협은 아까 약 5시간 전 이곳에서
대한의학회, 전의교협이라 불리는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또 다른 교수단체인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의 대표자들이 모인 연석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대위 강희경 위원장 등 개별 대학 비대위도 일부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앞서 오는 18일, 하루 전면 휴진과 더불어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열겠다고 발표한 의협의 방침에 모두 찬성하는 단체들이란 건데요.
이른바 빅5를 중심으로 말씀드리면,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 등 4개 병원에서 진료하는 서울의대 교수들은 오는 17일부터, 세브란스병원 등 연세의대 교수들은 오는 27일부터 필수부서를 제외한 '무기한 휴진'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중환자실과 응급실, 분만·투석 등을 제외한 모든 외래 진료와 비응급 수술·시술 등을 중단하는 방식입니다.
이에 더해
전국 40개 의대들이 참여 중인 전의교협은 어제 긴급총회 후 의협의 휴진 계획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오늘(13일) 밝혔습니다. 18일 예정된 의협의 하루 휴진과 집회에 의협 회원 자격으로 동참하겠다는 거고요. 병원장들에게 환자 피해 최소화를 위한 진료 조정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앵커]결국 예정된 대로 다음 주부터 휴진을 강행하겠다는 건데, 오늘 회의에서 특별히 추가로 논의된 내용은 뭔가요?
[기자]네, 우선 의협과 의대 교수들의 입장은 현 의료공백 사태의 책임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정부'에 있다는 겁니다.
무기한 휴진을 가장 먼저 결의한 서울의대 교수들이 내세웠던 조건도, 집단행동을 접으려면 전공의 이탈 등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의 가시적 조치'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지난 4일 돌아오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면제해주겠다고 발표했던 대책을 기억하실 텐데요. 당시 정부는 전공의와 수련병원 대상의 행정명령을 모두 철회한다고 하면서도,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방침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복귀 여부를 떠나 모든 전공의에 대한 처벌, 즉 행정처분 가능성을 모두 없애달라는 게 의협과 교수들의 요구입니다. 전체 전공의를 향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완전히 취소'해 달라는 겁니다.
13일 열린 '의대정원 증원사태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제4차 비공개 연석회의. 황진환 기자더불어 대부분의 전공의를 떠나게 만든 '의대 2천 명 증원'과 관련해서도 원점 재검토에 준하는 (정부의) 입장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습니다.
특히 의협은 의료계의 대화 창구는 법정단체인 의협으로 통일돼 있다며, 집단휴진 사태를 막으려면 정부가 이번 주말까지 의협과 전향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의협을 '개원의 중심 단체'로 규정해온 정부에 대한 반발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의협 최안나 대변인입니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정부는 이제 의협을 빼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시고 이 사태를 조속히 해결할 방안을 의협과 함께 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앵커]네…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정말 피가 마를 것 같은데 현장에서 만나본 분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네, 환자들은 만으로 거의 넉 달이 가깝게 이 사태가 이어져 오도록 가장 큰 피해를 감수한 주체들인데요. 내년도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줄 알았다가, 도리어 악화일로로 치닫는 모습에 이제는 '절망'밖에 남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어제 서울대병원 앞에서 열린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기자회견에서는 의사들을 '조폭'(조직폭력배)에 빗대며 엄벌에 처해달라는 외침도 나왔습니다.
오늘 국회 앞에서도 90여 개 환자단체가 모여 "도대체 언제까지 참아야 하냐"며 휴진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연이어 들어보시겠습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중증아토피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등 환자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의료계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환자단체 관계자들]"정부도 의료계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고통받아야 하는 거는 치료받는 환자들 뿐입니다."(한국백혈병환우회 이은영 공동대표)
"지금 이 상황이 저희 같은 사람들에게 여러가지로 얼마나 괴롭고 참담한 일인지 정부도 의사도 똑바로 아셨으면 좋겠습니다."(한국PROS환자단체 서이슬 대표)
[앵커]네…정부는 여전히 '집단휴진은 불법행위다', '엄정대응하겠다', 이런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까?
[기자]네, 그렇습니다.
정부는 앞서 지난 10일 부로 전국 3만 6천여 곳의 의료기관에 진료 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내렸는데요.
환자와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일방적인 진료 취소는 모두 의료법상 '진료 거부'에 해당돼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만약
집단행동 당일 진료를 하지 않으려면, '환자의 동의'와 '구체적인 치료계획 변경'이 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다만, 의대 교수들의 경우 앞선 휴진 사례를 봤을 때 실제 참여율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은 진료가 유지되는 만큼 당장 대학병원 등을 대상으로 한 별도 조치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13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이 쓴 '무기한 집단휴진 계획에 대한 입장'이 붙어 있다. 전날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7일부터 정부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하는 가시적 조처를 할 때까지 무기한 휴진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연합뉴스[앵커]가장 빠른 집단 휴진일이 17일 월요일이고, 이제 18일이면 전국적으로 대다수 병원들로 본격화되는데요. 정말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극적으로 봉합할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기자]현재로서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순 없지만, 또 완전히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정부는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 등의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 11일 한덕수 총리를 만나는 등
지금껏 정치권과 가장 많은 접촉을 해온 서울의대 교수들은 집단 휴진 개시 하루 전인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만남을 가질 계획입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대학병원의 상황과 비대위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국회의 역할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네, 여기까지 이은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