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1층 예약·수납 창구. 이준석 기자"교수들이 무기한 휴진한다고요? 나같이 약만 타는 사람은 괜찮은데, 다른 환자는 어떻게 하라고요."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17일 오전 11시 분당서울대병원 1층 예약·수납 창구에서 만난 김모(72)씨는 불안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진료를 예약한 김씨는 병원에 도착한 직후 진료를 받고 곧바로 처방전도 받았다. 수납까지 걸린 시간은 30분. 평소와 다름없는 속도였다.
김씨는 "병원에 안내문도 없고, 안내 문자도 오지 않아 교수들이 집단 휴진한 지 몰랐다"면서도 "나 같은 일반 환자는 교수가 없어도 동네 내과로 가면 되지만, 수술을 앞둔 환자나 중증 환자는 어떻게 하냐"고 우려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 이준석 기자응급실도 별다른 문제없이 운영됐다.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에 도착한 응급환자들은 막힘없이 응급실로 들어갔다.
자녀의 팔이 골절돼 응급실을 찾은 김모(51)씨는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의사한테 진료를 받았다"며 "진료가 끝나고, 의사의 처방대로 의료진이 곧바로 아이의 팔을 깁스 해줬다. 불편 없이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에 근무중인 교수는 모두 500여명. 이중 50% 이상이 무기한 휴진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단체 행동에 나선 교수가 예상보다 많지 않아 혼란은 비교적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50%라는 수치는 무기한 휴진 취지에 동의하는 교수일 뿐 실제 이들 모두가 휴진에 동참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휴진을 결정한 일부 교수들도 사전에 환자들에게 휴진 사실을 알려 헛걸음하는 환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진료과목은 모두 24개로, 진료를 중단한 과는 단 한 곳도 없다"며 "모든 환자들이 문제 없이 진료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기한 휴진 규탄 대자보. 이준석 기자우려됐던 혼란은 없었지만, 집단행동에 동참한 교수들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 10일부터 지하1층과 지하3층 등 병원 건물 일부에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노조는 대자보를 통해 "의자제국 총독부의 불법파업결의 규탄한다. 휴진으로 고통 받는 이는 예약된 환자와 동료뿐!"이라고 주장했다.
대자보를 지켜본 입원 환자 한모(44)씨는 "개인과 단체의 이익보다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게 의사의 본분 아니겠냐"며 "아무리 명분이 정당하더라도 본분을 저버린다면 그 누구도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대병원에 이어 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도 오는 27일부터 응급·중증환자 진료를 제외한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삼성서울병원도 무기한 휴진을 논의키로 했다. 삼성서울병원 등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무기한 휴진에 대해 논의한 후 전체 교수(삼성서울병원·강북삼성병원·삼성창원병원)들을 대상으로 무기한 휴진 관련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전체 교수 총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의대 교수들도 추가 휴진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