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 진료과 대기실 앞에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정남 기자의료계가 집단휴진을 선언한 18일 오전 대전 충남대병원 신장내과 앞. 대기실과 대기실 밖 의자에까지 가득찬 환자들의 기다림이 이어지고 있었다.
일부는 눈을 감은 채 의자에 기대있었고, 일부는 대기명단만 지켜보고 있었다. 모니터에는 대기명단과 함께 '진료지연 30'이라고 떠있었다.
신장내과 앞에서 기다리던 한 환자는 "웃음밖에 안 나온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의사가 안 나왔어요. 아직 의사가 안 나왔다고요."
이 환자는 "곧 나올 거라고 하는데 언제쯤 진료 볼 수 있는지는 알려주지도 않고… 몸도 아픈데 기다리려니까 굉장히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같은 과 내에서도 일부 교수는 정상진료를 했지만 일부 교수는 자리를 비우면서 진료에 시간이 걸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환자는 "지금 이게 뭐 환자들을 가지고 노는 것밖에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 역시 아픈 목을 붙든 채 이비인후과 앞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너무 목이 아파서 어젯밤에도 한숨도 못 잤는데 진료를 못 보고 가는 거예요. 오늘 쉰다고 하더라고요 이비인후과가"라고 말했다.
병원 벽에 붙은 비대위의 '호소문'을 한동안 바라보던 이 환자는 "마음이 그렇다"고 했다.
18일 휴진하는 한 진료과 대기실이 비어있다. 김정남 기자병원에서 만난 한 암 환자는 "2주에 한 번씩 병원에 오고 있는데 오늘은 또 상황이 어떨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 사태 이후 그는 긴 기다림 중이다. "통증 때문에, 몸에 넣는 진통제가 일반 마약 진통제보다 부작용이 없고 통증 조절도 잘 된다고 해 시술을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의사가 없어서 올해는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부작용이 심해서 괴로워죽겠어요."
큰 혼란이 보이진 않았지만 곳곳에서 환자들이 불편을 겪거나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립대병원인 충남대병원은 전체 전문의 263명 가운데 46명이 이날 휴가를 신청했다. 이비인후과를 비롯한 4개 과는 이날 휴진을 한다고 환자들에게 전달된 상태다.
대전성모병원은 의사 137명 중 9명이 휴가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건양대병원은 181명 중 10명이 휴가를 냈지만 병가 등 개인사정으로 예전부터 휴가가 예정된 경우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 속 무기한 휴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큰 실정이다. 충남대 의대의 경우 무기한 휴진 여부에 대한 논의에서 그 뜻에는 공감하지만 무기한 휴진에는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번 주 전의교협이나 의협의 논의와 결정을 주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황진환 기자전날까지 대전·세종·충남 지자체에 신고된 병·의원 휴진율은 4~7%대로 파악됐지만 하루 휴진의 경우 의무신고 사항이 아닌 만큼 실제 문을 닫은 병의원은 더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평소 이용하던 병·의원이 이날 휴진인지 묻는 질문과 답들이 내내 오갔다. 실망감과 분노도 표출되는 모습이다.
세종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파업 동참하는 의사도 본인의 자유이자 권리, 해당 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것도 소비자의 자유이자 권리"라며 휴진 병·의원 명단을 공유하려는 움직임 등도 나타났다.
각 지자체는 보건소와 의료원을 중심으로 비상 근무체계를 가동하고 연장 운영하는 등 대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