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SK 측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미술관을 상대로 "SK 빌딩에서 나가달라"며 낸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SK 측이 전대차 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했다고 인정했고, 이번 소송이 배임행위 등에 해당한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21일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을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의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아트센터 나비 미술관)는 원고(SK이노베이션)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고, 10억 456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피고가 원고와 체결한 전대차 계약에 따라 목적물을 점유하면서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원고가 전대차 계약이 정한 데에 따라 적법하게 해지했으므로 피고는 전대차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며 "(피고는) 전대차 계약에서 정한 계약 해지 이후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재판부는 SK 측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가 불가능하며,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은 권리남용과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노 관장 측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노 관장 측은 "해당 전대차 계약은 노 관장이 SK그룹의 정신적 문화유산을 보전하고 SK의 문화경영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체결됐다"며 "그 취지에 따라 노 관장이 위와 같은 목적에서 벗어나는 활동을 하지 않는 한 일방적으로 해지될 수 없다는 것이 이 계약의 '당연한 전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위 주장과 같은 내용이 전대차 계약의 당연한 전제가 된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이혼소송 1심 판결이 선고되자 돌연 SK 측이 해당 소송을 제기한 것은 계약 위반이자 배임행위에 해당해 무효라는 노 관장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 사건 소는 전대차 계약에 따른 해지 통보와 부동산 인도 청구"라며 "달리 이것이 계약 위반이라거나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아트센터 나비미술관 홈페이지 캡처아트센터 나비는 서울 종로구의 SK그룹 본사 서린빌딩에 있는 미술관이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의 모친이 운영하던 워커힐 미술관의 관장직을 이어받아 2000년 12월부터 이름을 아트센터 나비로 바꾸고 해당 빌딩 4층에 자리를 잡았다. 해당 건물에는 SK그룹의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어 실질적인 본사 역할을 하고 있다.
서린빌딩을 관리하는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노 관장이 운영 중인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을 상대로 공간을 비워달라는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을 냈다. 양측의 견해차를 좁히기 위한 조정 절차도 두 차례 진행됐지만, 조정이 결렬되면서 정식 소송에 돌입했다.
SK 측은 빌딩 전대차 계약이 2019년 9월 종료됐음에도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이 무단으로 점유해 경영상 손실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 관장 측은 노 관장은 개인이 아닌 대표로서 미술관 근로자들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책무가 있어 퇴거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SK 측의 요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맞서왔다.
이날 선고 이후 노 관장 측 대리인 이상원 변호사는 취재진에 "25년 전 최 회장이 요청해서 미술관이 이전했던 것인데, 이렇게 돼서 저희로서는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며 "더운 무더위에 갈 데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