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10시 31분께 화재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한 일차전지 제조 공장. 화성=황진환 기자경기도 화성의 한 리튬메탈 배터리 제조 공장에서 불이 나 20명 넘게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리튬메탈 배터리 화재'의 특성상 물을 뿌리는 방식의 진화가 어려웠던 데다가, 건물 내외장재가 샌드위치 패널로 돼 있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2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불은 11개 동 가운데 2층짜리 3동 공장 2층에 집중됐으나 배터리 셀 1개에서 시작된 폭발이 거대한 화염으로 순식간에 번지면서 피해를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전날 오전 10시 30분쯤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산단에 위치한 아리셀의 리튬 1차전지 제조공장에서 발생했다. 불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된 2층짜리 공장 3동 2층 작업장에서 리튬메탈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일어났다.
리튬 배터리는 1회용인 1차전지와 충전이 가능한 2차전지로 구분되는데, 리튬의 특성상 물이 닿으면 수소가 발생한다. 발생한 수소는 산소와 만나 불이 오히려 커지게 된다.
불이 난 공장에는 리튬 배터리 완제품 3만 5천여 개가 보관돼 있었다. 연쇄 폭발로 불이 붙은 배터리에서 대량의 연기가 솟구치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날 불이 난 3공장 근무자 67명 가운데 1층에 15명, 2층에서는 3배에 달하는 52명이 작업하고 있었는데 피해는 2층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불로 2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망자 가운데 20명은 중국, 라오스 등 외국인들이었다. 실종자 1명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은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24일 오전 10시 31분께 화재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한 일차전지 제조 공장. 화성=황진환 기자전날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공장 밖에서 만난 생존자 A씨는 "건물 2층에는 배터리를 포장해서 나가는 공정이 몰려 있다"며 "납품 일정이나 규모에 따라 투입되는 인원 변동이 많은데 오늘은 평상시보다 훨씬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평소보다 많은 인력이 2층 포장 작업에 투입됐다는 것이다.
해당 공장 1층에서 화재경보음을 듣고 대피한 생존자 B씨도 "폭발하면 그 파괴력이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에 유독가스가 나오고, 주변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어두워진다"며 "깜깜해져 버리면 그 상황에서 입구를 찾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소방차가 왔을 때는 연기로 완전히 꽉 차 있었을 때라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는 한 그 안에서 숨쉬기 곤란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소방차가 도착한 당시 현장 상황에 대해서 "물은 (리튬메탈 배터리와) 절대 상극이라 물을 뿌리면 더 큰 폭발이 일어난다"며 "(소방대원들이) 다른 동 쪽으로 화재 열기가 넘어갈까 봐 물을 뿌리고 있더라. (불이 난 공장은) 손쓸 게 없어서 와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소방 당국이 150명 넘는 인력과 장비 50대를 동원했지만 초기 진압은 여의치 않았다. 소방 당국은 1차전지가 다 타버린 오후 3시 5분쯤부터 내부에 진입해 본격 수색에 뛰어들었다.
여기에다 건물 내외장재가 샌드위치 패널로 돼 있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샌드위치 패널은 샌드위치처럼 얇은 철판이나 판자 속에 단열재를 넣은 건축 재료다.
단열재로는 우레탄 또는 스티로폼이 들어간다. 단열과 방음 기능이 높고 건설 기간이 짧고 저렴하지만 화재에 취약하고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를 내뿜어 대형 화재의 원인이 됐다.
현재로선 리튬전지 화재 대응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이호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소방기술로는 리튬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불을 끄는 완벽한 방법을 못 찾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에선 이 같은 화재 대응을 위해 팽창 질석에 액체를 담은 소화 약제가 있다고 한다. 장창현 교수는 "광물질이나 유리조각을 가루로 낸 것, 모래가 기타 소화 약제인데, 이것으로 금속 화재를 끄려면 금속에 완전히 도포해야 한다. 밀가루처럼 도포해야 다시 발화가 안 된다"라며 "팽창 질석에 액체를 집어넣은 것이 있다. 외국에서 개발됐다"고 말했다.
아리셀은 2020년 5월에 설립된 전지 제조업체로, 에스코넥의 자회사다. 리튬 등 금속성 물질 화재 대응의 취약성이 드러난 이번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는 지난 1989년 16명이 숨진 전남 여수 럭키화학 공장 폭발 사고보다 피해 규모가 큰 역대 최악의 화학공장 참사로 기록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