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 연합뉴스노동자 수십 명이 사망한 경기도 화성 리튬 1차전지 공장 화재가 인재(人災)였다는 결정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소방당국이 이미 올해 3월, 아리셀 공장에 대한 화재 위험을 경고한 문건이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드러난 것이다.
특히 소방당국은 문건에서 11개동으로 이뤄진 아리셀 공장 가운데 '3동'을 특정해 "인명피해가 우려된다"고 경고까지 했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고 3동에서 난 불로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게다가 화재 발생 19일 전에는 직접 인근 소방서가 아리셀 공장에 나가 '안전 컨설팅'까지 진행했지만 참사를 막지 못했다.
소방, 3월에 이미 "아리셀 3동, 인명피해 우려" 보고서 작성
남양119센터가 올해 3월 28일 실시한 아리셀에 대한 소방활동자료조사 결과 자료.CBS노컷뉴스가 26일 입수한 화성소방서 남양119센터의 '3월 28일자 소방활동자료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소방당국은 이미 아리셀 공장의 화재 위험성과 인명 피해 가능성을 파악하고 있었다.
3월 당시 현장 조사를 나간 소방당국은 3동 공장에 대해 '다수 인명피해 발생 우려지역'이라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3동 제품 생산라인 급격한 연소로 인한 인명피해 우려가 있음'이라고 일찌감치 경고했다.
당시 소방당국은 아리셀 공장 전체에 대해 화재 위험성이 크다고 봤다.
남양119센터는 '사업장 내 11개동 건물 위치하며, 상황 발생 시 급격한 연소로 인한 연소확대 우려 있음'이라고 진단했다.
리튬에 대한 경고도 있었다. 소방당국은 '리튬 1000kg, 990kg 저장소 2개소, 화재 시 3류 위험물 저장소 내 방수 금지'라고 경고했다. 물이 닿을 경우 급격히 발화하는 물질이 있으니 물을 뿌리지 말라는 것이다.
남양119센터가 올해 3월 28일 실시한 아리셀에 대한 소방활동자료조사 결과 자료.하지만 소방당국은 아리셀 공장 내 소방활동설비에 대해선 '옥내 소화전 5개소 설치'라는 점만 확인했다. 자료에는 D급 화재(금속화재)에 쓰는 소화기 등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화재 시 물을 뿌리면 안 된다고 경고하고선 결과 보고서에는 옥내에 소화전 5개가 설치돼 있다는 점만 담은 것이다.
결국 소방당국이 참사 발생 약 3개월 전 정확히 아리셀 3동 공장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했지만 참사를 막지 못했다. 이번 참사 사망자 23명 모두 3동 공장에서 숨졌다.
소방, 6월에도 아리셀에 화재 안전 컨설팅…참사 못 막아
경기 화성소방서는 당장 이달 5일에도 오후 2시 아리셀을 방문해 화재안전 컨설팅을 실시했다. 컨설팅에는 아리셀 관계자 2명이 참석했다.
소방 측은 이들을 상대로 아리셀이 보관하고 있는 위험물 취급 방법과 화재 발생 시 조치, 대피방법 등을 안내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리튬을 보관하고 있는 옥내 저장소도 살폈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 화성=황진환 기자아리셀은 배터리 제조 여건상 위험물을 취급하기 때문에 지난 4월 컨설팅 대상에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불과 화재 참사 19일 전에 소방당국이 직접 업체를 방문해 안전교육을 실시한 것이다.
결국 3월과 6월 두 차례나 소방당국은 화재 위험성을 인지했고, 아리셀은 경고를 받았지만 참사를 막지 못했다.
소방당국은 3월 조사 당시 아리셀에 D급 화재(금속화재) 소화기를 구비했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여기는(아리셀) 일반 공장으로 나가서 옥내 소화전이 설치돼있는 시설만 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이 현장 조사를 통해 물로 끄기 힘든 리튬 화재 가능성을 인지해 화재 시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도 즉시, 또는 추후 컨설팅에서 D급 화재 소화기 배치 지도 등 구체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면 형식적인 조사·컨설팅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