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27일 이틀 동안 일본 도쿄돔에서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을 연 그룹 뉴진스. 뉴진스 재팬 공식 트위터그룹 뉴진스(NewJeans)가 데뷔 2년 만에 일본 도쿄돔에 입성했다. 데뷔곡 '어텐션'(Attention)부터 발표하는 곡마다 큰 사랑을 받아 빠르게 '히트곡 부자'로 자라난 뉴진스는, 팬 미팅만으로 등 9만 명을 훌쩍 넘는 대규모 인원을 동원해 다시 한번 비범함을 뽐냈다.
지난 26~27일 이틀 동안 열린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Bunnies Camp 2024 Tokyo Dome)은 '버니즈'(공식 팬덤명)와 뉴진스의 우정을 다지는 자리로 소개된 팬 미팅이었으나, 20곡 넘는 무대와 밴드 라이브, 디제잉까지 사실상 뉴진스의 '단독 콘서트 미리보기'에 가까웠다. 뉴진스를 향한 높은 관심을 방증하듯, 평일인 수요일과 목요일 공연임에도 전석 매진됐다. 결국 시야제한석을 추가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27일 저녁 7시, 일본 도쿄돔에서 뉴진스 팬 미팅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 마지막 날 공연이 열렸다. 높이 매달린 커다란 뉴진스×파워퍼프걸 캐릭터 풍선이 눈에 띄었던 무대를 연 것은 디제잉이었다. 가수 겸 프로듀서 이오공(250)이 본연의 감성과 개성을 담아 디제잉한 '에이에스에이피'(ASAP) '디토'(Ditto) '오엠지'(OMG) 등 뉴진스의 대표곡은 원곡과는 다른 맛이 있었다.
뉴진스는 이날 총 22곡의 무대를 선보였다. 어도어 제공뉴진스 5인(민지·하니·다니엘·해린·혜인)의 첫 선곡은 그들의 뿌리이자 출발인 데뷔곡 '어텐션'이었다. '주목, 그것만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노래했던 뉴진스를 그 가사처럼 만들어 준 히트곡이기도 하다. 데뷔 앨범의 트리플 타이틀곡 중 하나였던 '쿠키'(Cookie)가 그다음이었다.
지금까지 뉴진스는 싱글을 가장 많이 발표했다. 미니앨범은 단 두 장이고, 그마저도 데뷔 앨범은 4곡만 실려서 조금 더 '미니' 했다. 비슷한 연차의 다른 그룹보다 곡 수가 적은 편이지만, 인지도와 인기가 높은 곡이 대부분이다.
'하이프 보이'(Hype Boy) '허트'(Hurt) '뉴 진스'(New Jeans) '슈퍼 샤이'(Super Shy) '겟 업'(Get Up) '쿨 위드 유'(Cool With You) '이티에이'(ETA) 'OMG' '디토' 'ASAP' 등 기존 발표곡과 5~6월에 각각 한국과 일본에서 낸 신곡 '버블 검'(Bubble Gum) '하우 스위트'(How Sweet) '슈퍼내추럴'(Supernatural) '라이트 나우'(Right Now)까지, 뉴진스는 보유한 수록곡 전부를 세트 리스트에 넣었다.
뉴진스는 데뷔 1년 11개월 만에 도쿄돔에 입성했다는 기록을 세웠다. 어도어 제공"월드 투어를 위해서는 트랙 리스트를 확실히 확보해야 한다"라고 했던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말처럼, 아직 발표곡이 넉넉지 않은 뉴진스로서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팬 미팅에서 선보인 셈이다. 곡 수가 늘어나는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나 매해 새로운 음악을 꾸준히 발매 중이고, 이번 팬 미팅에서 정규앨범도 예고한 만큼 '곡 수 부족'의 문제는 차차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유한 곡 수가 많지는 않아도, 그간 활동한 타이틀곡은 모두 히트곡 반열에 들었다. '음악'이 강점이자 핵심인 뉴진스의 '기세'를 확인한 무대는 단연 '슈퍼 샤이'였다. 110명의 댄서와 야망이 이글거리는 눈빛의 거대 토끼 캐릭터까지 함께한 '슈퍼 샤이'는 공연장을 뜨겁게 달구기에 적격이었다. 마이애미 베이스 장르의 매력이 듬뿍 담긴 '하우 스위트'와 없는 추억마저 새로 만들어 두는 듯한 '버블 검', 드럼 연주가 돋보인 'ETA'도 기억에 남는다.
'버니즈 캠프'가 팬 미팅이라는 걸 고려하면, 무대로만 20곡 넘게 준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팬 미팅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뉴진스가 열 단독 콘서트를 미리 맛보는 자리로 느껴진 이유다. 이날 공연을 보면서도 팬 미팅 취지에 맞는 중간 영상이나 코너보다, 뉴진스가 선보일 '무대'에 관한 흥미와 기대가 컸다.
뉴진스는 이틀 동안 팬 미팅으로 9만 12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어도어 제공밴드 라이브 연주로 한층 더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주고자 했고, 뉴진스와 그 음악에 관한 이해가 높은 프로듀서 250이 디제잉으로 몰입감을 높였다. 전날(26일) 혼성 듀오 요아소비(YOASOBI)에 이어 이날 초대된 가수는 리나 사와야마로, 혜인과 듀엣 무대 후 솔로곡 2곡 무대를 펼쳤다.
관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풀 아이맥 스크린으로 시원한 시야를 확보했다. 레이저, 조명, 불꽃 폭죽, 꽃가루 등 무대 효과도 화려했다. 명성대로 도쿄돔의 음향은 깨끗하게 전달됐고, 이 점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일본 유명 밴드 '킹누'(King Gnu)의 베이시스트인 아라이 카즈키(베이스)를 시작으로, 오히 유다이(키보드), 이소가이 카즈키(기타), 소이(드럼)까지 최고의 세션으로 뭉친 밴드는 세트 리스트 절반 이상 함께하며 존재감을 빛냈다. 후반부에는 '밴드 잼'을 따로 편성하기도 했다. 보사노바풍으로 편곡한 '허트'나, 베이스 소리가 잘 들려서 좀 더 몽환적으로 다가온 '쿨 위드 유', 뉴잭스윙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잘 표현한 '슈퍼내추럴'은 특히 '밴드 연주'로 들어서 반가웠다.
왼쪽부터 뉴진스 다니엘, 혜인, 민지. 어도어 제공멤버들의 매력을 부각하는 데 공들인 듯한 개인 무대도 관전 포인트였다. 10명의 댄서와 함께 관능적인 무드의 무대를 꾸며 열기를 돋운 해린의 '힐 댄스'(Heel Dance) 퍼포먼스, 아련한 추억 속 첫사랑 같은 이미지로 등장한 민지의 '무희'(踊り子), 최초 공개하는 다니엘의 자작곡 '버터플라이스'(Butterflies)(with U), 마츠다 세이코 원곡을 재현하는 동시에 하니답게 풀어낸 '푸른 산호초'(青い珊瑚礁), 리나 사와야마와 만들어 간 힙한 느낌의 '배드 프렌드'(Bad Friend)까지.
매 무대 뜨거운 반응이 나왔다. 뉴진스의 대표적인 '춤 멤버'로 꼽히는 해린이 기량을 살려 댄스 퍼포먼스를 해냈고 특히 성숙한 분위기로 감탄을 불러일으켰다면, 하니는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치마 등 복고풍 의상까지 '80년대 소녀 가수'의 이미지를 옮겨와 향수를 자아냈다. '무희'는 '보컬' 민지를 본격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웠다.
노래에 집중하다가 후반부 댄스 퍼포먼스를 선뵌 다니엘이 자작곡으로 '송라이터'의 가능성을 시사했고, 혜인은 두건과 힙합 스타일의 의상이라는 '겉'뿐 아니라 능숙한 '노래 소화력'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다섯 명의 멤버가 서로 겹치지 않는 점이 신선했다.
왼쪽부터 뉴진스 해린, 하니와 다니엘, 하니. 어도어 제공다니엘과 하니 듀엣곡 '홀드 잇 다운'(Hold It Down)은 미공개 곡으로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에서 첫선을 보여 의미를 더했다. 하니는 무대를 마치고 "이 곡을 정규앨범에 넣을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발등 부상으로 활동을 쉬었던 막내 혜인은 '어텐션' '쿠키' '하이프 보이' '버블 검' 등의 무대에 참여했다. 혜인은 공연 말미 그동안 다른 멤버들이 너무 고생했다며 울음을 터뜨렸고, 이에 언니들이 혜인을 다 같이 안아줬다.
민지는 "저희도 네 명이서 활동하는 동안 혜인이 생각도 많이 했는데 그 빈자리 느끼지 않을 만큼 나머지 멤버들 진짜 열심히 했고 혜인이도 늘 응원해 주고 노력해 줬다. 그래서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 관객석 모습. 어도어 제공
다니엘은 "이 '버니즈 캠프'를 위해 정말 많은 노력과 많은 땀 열정이 들어갔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진짜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로 버니즈가 너무 많은 사랑을 주셔서 뭔가 진짜 진짜 꿈 같다"라고 돌아봤다. 해린은 "저도 버니즈 덕분에 이렇게 큰 무대, 이렇게 좋은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너무너무 행운인 거 같다"라고 밝혔다.
하니는 미리 일본어로 준비한 소감을 읽어 내려가다가 눈물을 보였다. 그러자 민지는 "나 몰라! 나 안 해!"라며 드러누워 웃음을 자아냈다. 민지는 "정말 이런 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꿈만 같다"라며 "저희 뉴진스 앞으로도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소속사 어도어에 따르면, 이번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은 이틀 동안 회당 4만 5600명, 총관객 수 9만 1200명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