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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좌' 유튜버가 된 의원님, 정신은 누가 나갔나요?[기자수첩]

국회/정당

    '극좌' 유튜버가 된 의원님, 정신은 누가 나갔나요?[기자수첩]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기자수첩'은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2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와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2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와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요새 정치부 기자들은 우리 정치를 '뉴노멀'이라고들 합니다. 수십년 이어온 관행이 너무나 쉽게 무시되는 현실을 두고 하는 말인데, 그도 그럴 것이 진보는 진보답지 못하고 보수는 보수답지 못합니다. 진보를 자처하는 민주당 의원이 서슴없이 소수자 비하 표현을 하고 국방과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 진영에서는 외교적 표현을 잘못 써서 상대 당에 공세의 빌미를 줬으니 말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지난 2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대정부질문 질답 도중 일본과의 동맹이 가능하냐는 취지로 물으면서 "여기 웃고 계시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즉각 김 의원에게 사과하라고 권유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사과죠. 다들 아시다시피 김 의원은 끝내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같은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리인이다. 서로 입장이 달라도 상대 존중하고 거친 언사보다 정제된 모습으로 국회 운영에 임할 수 있길 바란다"며 "우리 당 의원의 거친 언사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고 대리 사과를 했죠.

    그런데 사과 받을 사람들은 또 있습니다. 바로 정신 장애인들입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UN장애인권리협약을 인용하며 김 의원이 단순히 무례하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비하하고 차별을 조장했음을 지적했습니다. 김 의원은 "절제된 언어로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길을 제시하고 증오와 배제의 언어를 몰아내는 것은 정치의 소명"이라며 "이런 소명을 실천하는 원동력은 법률과 제도가 아닌 정치인들의 상식과 공동체 의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불편하다는 반응도 상당합니다. 누군가는 너무나 일상적으로 쓰이는 "정신 나갔다"는 표현이 왜 장애인 비하인지 의문을 표하기도 합니다. 어떤 의원들은 김 의원의 지적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다며 지나치게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하는 것은 정신 나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김 의원을 조롱하듯 율동을 추기까지 했고요.  
     
    개혁신당 전성균 최고의원 유튜브 캡처 개혁신당 전성균 최고의원 유튜브 캡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양한 주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김병주 의원이 속해있는 민주당은 어떤 당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왜냐구요? 민주당의 강령을 살펴보겠습니다. "당원은 여성·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거나 지역·세대 등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언행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2년 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 땐 어땠습니까. 경찰청장이 "서울 시민의 발을 묶고 있다"고 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경찰청 내부 진입을 시도했던 것이 바로 민주당 의원들입니다. 민주당의 정신을 담고 있는 강령과 그동안의 모습들, 그리고 김병주 의원의 언행 사이 괴리감이 커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김 의원은 '한미일 동맹'이라는 학술적으로 잘못된 표현, 그의 주장에 따르면 친일파나 쓸 표현을 논평에 담은 상대 당을 향해 '정신에 이상이 생겼다'는 뜻에서 "정신이 나갔다"고 했습니다. 상대 당을 우리 사회에서 경멸의 대상인 친일파로 교묘하게 몰고 가며 정신병자에 비유한 거죠.  

    국회의원들이 일상 속 차별적인 표현을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닙니다. 지난 국회에서 이소영 의원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공명선거추진단이라는 기구를 통해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를 밝히겠다고 한 지 한참 됐는데, 이후 회의도 개최되지 않고 내부적으로 모르겠다는 사실만 밝혀졌다는 입장만 나올 정도로 꿀 먹은 벙어리 상태"라고 해 비판받은 바 있습니다. 김은혜 의원도 같은 표현을 써 논평을 수정했던 적이 있습니다. 추미애 의원은 언론의 편향성을 지적하며 "'외눈'으로 보도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여야 불문 장애인 비하 표현을 관용적으로 썼다가 뭇매를 맞은 경우는 수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김병주 의원의 이번 비하 논란은 이전과 다른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김 의원은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경쟁자인 김민석, 한준호, 민형배, 강선우 의원 등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당락을 좌우할 '개딸(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자)' 사이 존재감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민주당 내에서는 "김 의원이 컷오프라도 피해보기 위해 일종의 선거운동을 대정부 질문에서 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상당합니다. 여당을 향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야 개딸에 눈도장을 찍을 수 있으니, 강성 유튜버가 할 소리를 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던졌다는 얘기입니다.  
     
    이게 진보다운 모습이냐고 감히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참, 안보는 보수라더니 기본적인 동맹 관계조차 헷갈려하는 국민의힘 논평도 뼈아픕니다. 국민의힘 호준석 대변인은 지난달 2일 북한의 잇단 오물풍선 살포를 두고 '계속되는 북한의 저열한 도발 행위는 한미일 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할 뿐입니다'라는 제하 논평을 냈습니다.

    우리가 '동맹 관계'를 맺은 나라는 미국 하나 뿐입니다. 글자 하나, 단어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국제 외교입니다. 한미일 안보 협력과 한미일 동맹은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큰 차이가 있죠. 독자적 핵 무장이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할 만큼 안보를 중시하는 정당에서, 그것도 집권 여당에서 나온 논평에 이같은 실수는 그야말로 보수답지 못했습니다.

    국회의원을 놓고 흔히 한 사람의 헌법 기관이라고들 합니다. 불체포 특권과 같은 각종 특권과 권한이 주어지는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가 막중합니다.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라며 갖가지 명목의 수당을 주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진보가 진보답지 못하고 보수가 보수답지 못한 22대 국회에서 김병주 의원의 대정부질문 발언을 두고 의원답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공허한 지적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김 의원이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에 갖가지 특권이 부여된 이유는 무엇인지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압니까, 최고위원에 당선돼 당 지도부가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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