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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14년 만에 정권 교체…새 총리 스타머 '시험대' 오른다

국제일반

    英, 14년 만에 정권 교체…새 총리 스타머 '시험대' 오른다

    키어 스타머. 연합뉴스키어 스타머. 연합뉴스

    인권 변호사 출신…스타성 부족하지만 추진력 강해

    영국 총선 출구조사에서 노동당이 압승해 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출구 조사 결과가 현실화되면 영국 총리는 현재 리시 수낵 보수당 대표에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로 바뀐다.  고든 브라운(2007~2010) 이후 14년 만의 노동당 총리다.
     
    그는 1962년 영국 런던에서 공구 제작자였던 아버지와 국민보건서비스(NHS) 간호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리즈대와 옥스퍼드에 입학해 법학을 전공했는데 가족 중 대학에 들어간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이후 글로벌 대기업과 맞선 인권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 스타머 대표는 2008년부터 5년간 잉글랜드·웨일스를 관할하는 왕립검찰청(CPS) 청장을 지냈으며 2015년 하원의원 당선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정계에 진출해 당권까지 잡은 이후에는 중도좌파 노동당을 좀 더 오른쪽으로 이동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임자인 제러미 코빈 대표가 제안했던 영국 에너지 산업 국유화 정책을 철회하고 노동자 가족에 대한 세금 인상 방안도 바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스타머 대표는 노동당을 극좌 성향의 코빈주의(Corbynist)에서 벗어나 보다 중도적이고 선거에 유리한 당으로 재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개인적인 카리스마나 스타성을 바탕으로 인기를 끌려 하기보다 정권 교체를 목표로 당을 결집하고 당의 변화를 추구해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스타머는 스타성은 없지만 무자비한 효율성으로 노동당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스타머 대표는 "변화가 필요할 때"라며 정권 심판론을 펼쳐왔다. 안정적인 경제 성장과 부의 창출, 흔들림 없는 국가 안보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중도화 전략을 쓰면서 지지층을 넓혀왔다.
     

    민심 변화 요구, 국제 정세 혼란…"대내외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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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당의 승리로 향후 영국의 대내외 정책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타머 대표가 보수당 정부와의 결별을 강조하기 위해 총리 취임 즉시 정책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스타머는 임기 첫날 수낵 총리의 대표 정책인 '르완다 계획'(영국에 들어오는 이주민을 르완다로 보내 난민 심사를 받게 하는 것)을 철회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노동당도 이주민 유입 규모가 사상 최고로 치솟은 만큼 국경 통제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국해협을 통해 건너오는 불법 이주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안보본부를 신설하고 밀입국 조직을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노동당은 선거 기간 최우선 공약으로 '경제적 안정'을 내걸었다. 따라서 경제 성장 촉진과 공공 서비스 부분 개선에 역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부족 해결을 위해 5년 내 150만 채 건설을 약속, 이를 위한 도시계획 변경에도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당은 국민보건서비스(NHS) 진료 예약 매주 4만건 추가를 통한 대기시간 감축, 청정 에너지 공기업 '그레이트 브리티시 에너지' 신설, 공립학교 교사 6천500명 신규 채용도 약속했다.이를 위한 재원으로 조세 회피 단속 강화와 사립학교의 20% 부가가치세(VAT) 면세 혜택 폐지를 내세웠다.
     
    그러나 재정 압박으로 인해 공약 이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선거 기간에는 언급을 자제했던 '증세'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다.
     
    대외 정책과 관련해 노동당은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EU와의 관계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관계 개선이 실질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가 혼란스럽고 우파 포퓰리즘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중도 좌파 정부의 대외 역량이 얼마나 발휘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특히 최우방인 미국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대외 정책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한편, 스타머 대표는 5일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로부터 정부 구성 요청을 받는 절차를 통해 총리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주말에는 미국 워싱턴DC로 가서 9~11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오는 17일에는 새 의회 공식 개원과 함께 국왕의 국정연설(King's Speech)이 예정돼 있다. 국왕의 연설은 정부가 작성하는 것으로 이번 연설을 통해 스타머 정부의 주요 정책의 청사진이 제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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