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전(前)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범행 전 현장 내부와 피해자 신발 등을 여러 장 촬영했다. 당시 제주지검은 고유정 휴대전화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을 진행해 사진을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범행 시간을 특정했다. 제주지검은 자체 분석 장비나 인력이 없어 광주고검 등 육지에 있는 검찰청의 조력을 받았다고 한다.
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은 이달 내로 제주지검에 디지털포렌식팀을 신설한다. 조직 신설과 함께 십수 년 경력의 포렌식 전문 수사관을 발령하고 디지털 수사 장비를 구비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나설 계획이다.
디지털포렌식 수사는 최근 압수수색과 디지털 증거가 증가하면서 그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전국 검찰청에서 처리한 디지털 증거분석 건수는 6800여 건으로 1년 전(2021년)보다 2천여 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간 제주지검은 자체 포렌식 장비나 인력이 없어 광주나 부산, 창원, 울산 등 인접 지역의 검찰청 도움을 받아 포렌식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 5년간 비행기를 타고 육지를 오가며 진행한 증거 분석 건수가 150여건에 이를 정도다.
대검 관계자는 "증거물 분석 자체 어려움도 적지 않은 데다 피압수자가 참관하려면 반드시 육지를 오가야 하기 때문에 참관 비율도 낮았다"며 "앞으로 압수물 선별 과정에서 참여권을 적극 보장할 뿐 아니라 압수물 멸실·파손 위험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지검은 포렌식팀 신설로 향후 포렌식 수사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국의 많은 검찰청에는 전담 포렌식팀이 없다. 이런 곳은 필요하면 대검이나 고검 등에서 지원을 받지만, 대형 사건이나 수사가 몰릴 경우 신속한 지원이 어려워 수사가 한없이 늘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한다.
지난해 서울동부지검에 이어 올해 제주지검에 포렌식팀을 신설한 대검은 향후 관련 예산·인력을 추가로 확보해 전담팀을 전국청으로 확대해 수사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