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사용자위원 9명이 모두 빠진 채 8차 전원회의가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노·사·공익의 논의가 적용 범위 논쟁을 마무리하고, 구체적인 금액 수준을 정하기 위한 2라운드에 들어선다.
9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어 2025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간다.
이날 노사 양측은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을 각각 제시할 전망이다. 통상 최임위는 노사 양측이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후, 각자 수차례 요구안을 내놓으며 간극을 좁혀간다.
이미 최임위 이인재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제5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에 최초 요구안을 준비하라고 요청했던만큼, 각자 최초 요구안을 마련해놓은 상태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최임위는 지난 1~8차 회의에 걸쳐 최저임금 결정 단위와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했다.
이 기간 동안 노사 간 샅바 싸움이 장기간 이어졌던 바람에 역대 최장 심의기간 기록을 세웠던 지난해를 넘어 올해 기록을 경신할 수도 있다.
특히 7차 회의에는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표결로 결정하려 하자 일부 근로자위원들이 반발하면서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고, 항의 차원에서 보이콧을 선언한 사용자위원들이 8차 회의에 불참해 회의가 하루 공전되기도 했다.
다행히 이번 회의에 사용자위원들이 복귀할 예정이지만, 올해도 법정 심의 기한(6월 27일)은 진작 넘긴 상태다.
지난해에는 110일에 걸친 역대 최장 심의 기간 기록을 세운 끝에, 역대 가장 늦은 날짜인 7월 19일에 심의결과를 내놓았다.
심지어 이번 9차 전원회의에 최초요구안을 제시하더라도, 지난해 최초요구안이 제시됐던 6월 22일(7차 전원회의)보다 약 20일 가까이 늦어졌다.
다만 최저임금의 임금 수준 자체는 예전처럼 주목받는 상황은 아닌만큼, 과거보다 심의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
애초 최임위 회의가 열릴 때마다 언론에 실시간으로 중계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일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선출됐던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주요 후보마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내걸면서 최저임금이 노사관계의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연합뉴스하지만 올해 최저시급은 9860원으로, 여기에서 140원(약 1.42%)만 인상돼도 1만 원을 넘어선다.
최저임금 인상폭에 대해 입장차는 있을 수 있지만, 그동안 최저임금이 동결되거나 삭감된 전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역대 최저 인상률은 2021년의 1.5%로, 이 기록을 경신하지 않는 이상 1만 원을 넘기 때문에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는 무난하게 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 들어선 이후 최저임금 금액수준보다도 적용범위가 주요 쟁점으로 주목받았던 터다.
특히 올해는 경영계가 해마다 반복하던 차등적용 주장에 노동계가 도급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담론을 새롭게 들고 나와 반격하며 최저임금 적용 범위 논쟁이 크게 주목받았다.
다만 노동계는 고물가 기조와 내수 침체 속에 최근 2년 연속 실질임금이 하락한 점을 고려한 대폭 인상을, 경영계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을 근거로 동결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은 노사 간 힘겨루기가 첨예하게 빚어질 전망이다.
최임위가 결정하는 최저임금안은 법정시한과 관계없이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을 고시하는 오는 8월 5일로부터 20일 전까지 결정하면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이의신청 등 절차를 고려하면 7월 중순에는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
일단 최임위는 오는 11일에도 10차 회의를 갖기로 예정한 바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자정을 넘어 12일 0시부터 회의 차수를 변경해 11차 회의로 마라톤 협상을 벌일 가능성도 높다.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1988년 이후 37차례의 최저임금 결정 과정 중 만장일치로 결정된 적은 7번 뿐으로, 특히 최근 10년 동안 합의가 이뤄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난해에는 노사가 내놓은 수정안을 놓고 표결에 돌입한 결과 사용자위원 안으로 결정됐지만, 앞선 최임위에는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토대로 제시한 중재안을 찬반 표결에 붙여 결정해 공익위원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