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일 국무회의를 열고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관한 특별검사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기로 한 데 이어 법무부가 "다시 발의된 특검법은 이전보다 위헌성이 강해졌다"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정부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결과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 가능성을 막아 '이해충돌' 논란이 있다는 말에는 "이해충돌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검토 과정에서 그런 사항까지 다 고려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이날 A4용지 9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5월 정부가 지적한 위헌 요소들이 수정·보완되지 않고 외려 한 달여 만에 위헌성이 가중된 형태로 법안이 반복 의결됐다"며 정부의 재의요구를 옹호했다.
법무부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총 6가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특검의 임명권이 헌법상 대통령에게 있는데도 사실상 임명권을 야당이 행사하도록 규정해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수처나 검찰의 수사가 남아 있는데 특검을 도입하는 것은 헌정사상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검이 재판 진행 중 사건에 대해 공소취소 권한을 갖도록 한 것을 두고서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의사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를 부여한 것으로 헌법에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채상병 특검법안과 관련해 국무회의 의결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최장 특검 기간인 150일과 출범 준비기간 중에도 수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는 과잉수사 및 인권침해 우려가 상당하고, 수사 대상 공직자의 수사 방해 금지 및 회피 의무 규정은 정부에 대한 부당한 정치 공세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거대 야당이 충분한 숙의 절차 없이 수적 우위만을 내세워 강행 처리한 법안으로서 민주주의 다수결 원칙을 크게 훼손한다"며 "헌법 수호의 책임이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위헌적 법률을 방지할 의무가 있고 재의요구권은 권한인 동시에 의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또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수사를 당할 수도 있어 거부권 행사 자체가 이해충돌로 보일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는 말에는 "해당 부분에 대해 검토한 결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법안의 위헌성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재의요구는 대통령의 의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과거 특정 정당이 단독으로 특검 추천권을 행사한 전례가 있다는 지적에는 "여야 혹은 입장이 다른 정치인, 정당, 정부 사이 최소한의 합의나 수용이 전제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사안과는 사실 관계나 배경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22대 국회에서 처리된 1호 법안으로,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