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컷. CJ ENM 제공김태곤 감독이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에서 열연을 펼친 고(故) 이선균을 향한 고마운 마음과 기억들을 꺼냈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는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 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선균의 유작 중 하나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탈출'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이선균 배우는 홍상수 감독 작품에도 나오고, 멜로에도 나오고, '나의 아저씨' 같은 묵직한 드라마에도 나오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재난 영화는 안 했더라. 그래서 정원 역을 이선균 배우가 하면 좋을 것 같았다"라고 캐스팅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컷. CJ ENM 제공극 중 이선균은 뛰어난 정무 감각과 빠른 판단력,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는 안보실 행정관 정원 역을 맡았다. 정원은 딸 경민(김수안)과 함께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중 최악의 재난을 만나며 공항대교에서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김 감독은 "아버지기도 하니 자식과 아버지의 관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거라 제안을 했다"라며 "처음에는 재난 장르도 안 해봤고, 정원이 극을 이끌고 가야 하니 부담스러워했다. 그러나 중심에 있는 역할을 정말 잘해줬고, 난 되게 만족했다"라고 말했다.
이선균이 연기한 정원은 연쇄 추돌 사고, 헬기 추락, 예기치 못한 군사용 실험견의 습격과 붕괴 위기에 놓인 공항대교까지 목숨이 위태로운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불안과 공포에 빠진 사람들을 침착하게 진두지휘한다. 또한 냉철한 판단으로 공항대교를 탈출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인물이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컷. CJ ENM 제공
이처럼 영화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관객들은 정원을 따라가야 하고, 그런 만큼 정원 역을 연기할 배우가 무게중심과 균형을 잘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김 감독은 "보이지 않는 개들을 정말로 목도한 것처럼 위협적인 표정을 짓고,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입장에서 부담스러웠을 텐데 충분히 잘 소화해 냈다"라고 이야기했다.
영화의 마지막 역시 이선균이 책임졌다. 96분의 러닝타임을 끌고 온 이선균과 함께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마지막은 김태곤 감독에게도 남다른 감정을 안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영화 엔딩에서 이선균의 모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장면을 두고 "나도 느낌이 다르더라. 안타까운 일 이후에 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라며 "그렇지만 원래 있던 계획대로 가는 게 작품을 지키면서 가는 방향이 아닐까 싶었다. 이선균 배우도 그런 걸 원하지 않았을까 싶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