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송호재 기자원자력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부산시의회에 발의되자 야당과 시민사회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탈핵부산시민연대는 16일 오전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대착오적이고 시민 안전은 뒷전인 원자력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부산은 세계 최대 핵발전소 밀집 지역인 데다 수명이 다한 노후 핵발전소가 3기에 달해 시민 생명과 안전이 계속 위협받고 있다. 이는 안중에도 없이 원전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조례는 부산이 처한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자력산업을 육성시킬 게 아니라 정의로운 에너지전환과 산업전환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이며 부산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부산시의회는 원자력산업 육성 조례안을 폐기하고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원자력산업 육성' 조례안은 지난달 28일 부산시의회 성현달 의원(남구3·국민의힘)이 발의했다. 제안 이유로는 "부산은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인데도 원자력산업은 활성화되지 못한 채 단순히 원전 가동에만 머물러 있는 실정"이라며 "원자력산업 발전 기반을 조성하고 원자력산업 고도화를 통한 관련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조례안 내용을 보면 부산시장은 5년마다 원자력산업 육성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하고, 이를 위한 실태조사와 각종 사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심의·자문 기구인 '원자력산업육성위원회'도 설치해 운영하게 했다. 부칙에는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 주도로 제정한 '부산시 원전해체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는 폐지한다는 조항을 담았다.
이에 대해 시민연대는 "고리1호기 해체가 올해 본격화한다는데 어떤 때는 해체 정책을 주장했다가 이제와서 정부 눈치를 보며 입장을 바꾸는 부산시와 부산시의회의 일관성 없는 행태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탈핵부산시민연대가 16일 오전 '원자력산업 육성' 조례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진홍 기자
부산시의회 일부 야당 의원도 시민연대와 뜻을 같이하며 '원자력산업 육성' 조례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명확히 밝혔다.
부산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 소속 전원석 의원(사하구2·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원전 해체를 지원하는 상황이어서 '원자력산업 육성' 조례안은 다른 지자체와의 경쟁에서 실효성이 없는 조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준위 방사능 처리시설 하나 없는 실정에 아무런 대안 없이 원전산업을 육성한다는 정책은 무책임하다"라며 "시민 안전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지켜야 할 부산시의회가 이율배반적 조례안을 상정하는 건 부산시민 대의기관으로서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원자력산업 육성 조례안은 오는 18일 부산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반대 의견을 재차 밝힌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