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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장 지지의 허와 실 "스포츠카 원하나요? 단, 집을 포기한다면"[한반도 리뷰]

국방/외교

    핵무장 지지의 허와 실 "스포츠카 원하나요? 단, 집을 포기한다면"[한반도 리뷰]

    편집자 주

    북핵 고도화와 북러 밀착을 계기로 자체 핵무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핵무장은 국가 운명을 가르는 위험한 선택이긴 하나 지정학적 상상력을 지레 포기할 이유는 없다.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로 인해 한국 핵무장 용인에 대한 희망적 관측도 나온다. 잘만 하면 한미동맹 훼손 없이도 핵무장이 가능하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철하고 정확한 현실인식이 요구된다. 역사는 '시혜적 핵무장'이 허상임을 말해준다. 파키스탄은 물론 이스라엘도 일시적이나마 고통의 시간을 거쳐야만 했다. 지도자의 결기와 국민의 전폭적 지지, 진정 핵무장을 원한다면 둘 중 하나는 필수인데 우리는 무엇을 쥐고 있나. 과연 우리는 미지의 고난과 역경까지 감내할 각오를 한 채 핵무장을 말하는 것인가.

    ['웰빙 핵무장'은 없다…비상한 각오 없이는 헛구호②]
    70%대 이르는 핵무장 찬성률…뜯어보면 허수도 많아
    단순히 찬반 양자택일만 묻는 여론조사 문항이 다수
    경제제재‧동맹파기 등 반대급부 함께 질문하면 찬성률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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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싣는 순서
    ①'한미동맹 훼손 없는 핵무장'은 허상…이스라엘도 美와 마찰
    ② "스포츠카 원하나요? 단, 집을 포기한다면" 핵무장 지지의 허실
    ③ 핵무장 외치다 자칫 전술핵 들여올라…최악 시나리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의 핵무장 경험은 지도자의 결기와 국민적 지지가 필수임을 보여준다. 국제 제재에 맞서 언제 끝날지 모를 고통을 견뎌낼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비춰 보면 우리의 현실은 첫발을 내딛기도 힘든 수준이다. 여야 공감대는 차치하고 같은 핵무장 진영 내에서도 입장이 갈린다. 강경 행동파도 있지만 미국을 거슬러가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가 다수이다.
     
    그렇다고 국민의 전폭적 지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핵무장 찬성률은 많게는 70%대에 이른다.
     
    시기에 따라 진폭이 있긴 하지만 최종현학술원 의뢰 조사에서 76.6%(2022년 12월), 통일연구원 71.3%(2021년 11월), 아산정책연구원 70.2%(2022년 3월) 동아시아연구원 69.6%(2022년 8월)를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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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여기엔 상당한 허수가 숨어있다. 해당 여론조사의 문항을 보면 단순히 핵무장 찬성‧반대 여부를 묻는 게 대부분이다.
     
    통일연구원 조사의 문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남한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귀하께서는 이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다.
     
    아산정책연구원 조사는 '귀하께서는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라고 묻고 있다. 심지어 '모르겠다' 같은 제3의 선택지도 없이 찬반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여론조사가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핵무장 같은 중대한 사안의 경우, 다양한 정보와 사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 의견 수렴이 가능한 공론조사(숙의형 여론조사)가 필요하다"면서 "그럴 경우 핵무장 찬성 여론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일연구원 조사(2024년 2월)에서 '경제제재'나 '한미동맹 파기' 같은 부정적 반대급부도 함께 제시하며 질문하자 핵무장 찬성률이 60.5%에서 36~39%로 뚝 떨어졌다.
     
    예를 들어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인한 경제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귀하께서는 이 주장에 동의하십니까'라고 묻는 식이다.
     
    물론 통일과나눔 재단의 숙의식 여론조사(2022년 11월)처럼 다소 이례적 결과도 있다. 이 조사에 참가한 2030세대 청년 100명은 토론 후 조사에서도 핵무장 찬성률이 68%에서 64%로 줄긴 했지만 큰 변동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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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관련, 흥미로운 사실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를 신뢰하는 응답자일수록 핵무장을 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의 2022년 11월 조사와 동아시아연구원(EAI)의 2023년 9월 조사 결과다. 이는 핵우산을 신뢰할수록 핵무장 찬성률이 떨어질 것이란 일반적 예상과 다른 것이다.
     
    이렇다보니 미국 주류 전문가 집단에선 한국 내 핵무장 추진론과 그 기반이 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신의 목소리도 나온다. 토머스 컨트리맨 전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담당 차관 대행은 지난 1일 보도된 미국의소리(VOA) 좌담에서 이렇게 문제제기했다.
     
    "만약 (여론조사) 질문이 '당신은 핵무기를 갖고 싶나요'라면, 그건 마치 '새 이탈리아 스포츠카를 갖고 싶나요'라고 묻는 것과 같다. 그런데 만약 질문이 '당신은 새 이탈리아 스포츠카를 갖고 싶나요. 단, 집을 포기한다면요'이라면 대답은 '아니오'일 것이다."
     
    그는 북한이나 이란처럼 '국제 왕따' 취급을 받더라도 핵무장을 원하느냐 라고 물어야 제대로 된 여론조사라면서 "그건 '올해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서 무엇을 원하십니까'라는 성격의 질문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핵무장 같은 중대사를 여론에 의해 결정할 수는 없지만, 강력한 여론의 뒷받침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잘못된 여론조사가 전체 여론에 영향을 미쳐 특정 경향으로 굳어지는 일종의 '밴드왜건' 효과(동조효과)는 조심해야 한다.
     
    확고한 국가 리더십도 부재한 가운데 핵무장 지지 여론에 거품이 있다는 점을 모르고 섣불리 나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한 안보 전문가는 "지피지기(知彼知己)가 중요한데 우리는 미국도 잘 모르고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다는 얘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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