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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병대 캠프서 일어난 참사, 잊지 않아야 할 이유

대전

    사설 해병대 캠프서 일어난 참사, 잊지 않아야 할 이유

    7.18 병영체험학습 참사 11주년 희생학생 기억의 날

    공주사대부고에서 열린 '7.18 병영체험학습 참사 11주년 희생학생 기억의 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김정남 기자공주사대부고에서 열린 '7.18 병영체험학습 참사 11주년 희생학생 기억의 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김정남 기자
    그 일이 없었다면 20대 후반이 됐을 터였다.

    '갯골'이 도사리는 바닷속에 아이들을 밀어넣었던 그 일이 없었다면, 구명조끼도 없이 바다에 들어가야 했던 그 일이 없었다면, 다단계 재하청에 무자격 교관으로 드러났던 그 일이 없었다면…

    지난 2013년 7월 18일, 충남 태안의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던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들이 안전 대책 없이 바다로 내몰렸다가 김동환·이병학·이준형·장태인·진우석 학생이 숨졌다. 학생들이 다녔던 공주사대부고에서는 '7.18 병영체험학습 참사 11주년 희생학생 기억의 날' 행사가 학교 구성원과 학부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다섯 학생과 함께 학교를 다닌 57회 동문들, 또 이후에도 이어진 재난과 참사의 유가족들도 함께해 마음을 나눴다.

    아이들의 영정이 마지막으로 학교 운동장을 바라보던 그날도 비가 많이 왔는데, 올해 추모식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7.18 병영체험학습 참사 11주년 희생학생 기억의 날' 행사에서 재학생이 추모시를 낭송하고 있다. 김정남 기자'7.18 병영체험학습 참사 11주년 희생학생 기억의 날' 행사에서 재학생이 추모시를 낭송하고 있다. 김정남 기자
    유가족들의 노력으로 충남교육청 안전수련원에는 '학생안전체험관'이 건립됐다. 참사 10주기인 지난해에는 백서가 발간됐다. 백서에서는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참사'로 알려진 사고를 '7.18 병영체험학습 참사'로 명명해 교육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유가족들은 장학회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날도 재학생 2명에게 '이준형 장학금'이, 5명에게 '오성 장학금'이 전달됐다.

    교정에는 사고 당일을 뜻하는 숫자 '0718'을 아로새긴 타일이 벽에 붙은 '다섯손가락' 카페가 있다. 희생된 5명의 학생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다. 타일은 전교생이 참여해 완성했다.

    학교에서는 안전과 관련된 교내 활동들, 매년 사고일을 기억하는 행사 등 다섯 학생과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다섯 학생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인 '다섯손가락' 카페. 김정남 기자다섯 학생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인 '다섯손가락' 카페. 김정남 기자
    20년 이상 학교에 몸담으며 제자들을 잃은 공주사대부고 윤현수 교장은 "이제 그만하라고, 피로하니 잊으라고 억울하고 아픈 7월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이들도 있다"며, "어떤 슬픔은 평생 잊히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의 이름만 잊지 않은 것이 아니다. 또한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항상 우리 주변의 안전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각오만이 아니라 늘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병영체험학습 참사 약 9개월 뒤 제주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을 포함해 승객 476명이 탄 배가 침몰했다. 세월호 참사였다.

    이후에도 거듭된 참사들. 정치권에서도 책임을 되새겼다. 공주사대부고 동문이자 지역구 국회의원인 박수현 의원은 "선배로서 또 책임 있는 국회의원으로서 절대 이 다섯 별을 가슴속에서 지우지 않겠다"고 말했고 추미애 의원과 강훈식 의원도 추념사와 영상 인사를 각각 전해왔다.

    다섯 학생의 친구이자 사대부고 57회 동기인 강우승씨는 "저의 소중한 친구였던 그들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그들이 이 세상에 왔다가 떠나갔음을 오래 기억하고 그 기억이 많은 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운 죽음이 없는 사회가 절실하다는 생각으로 자리잡았으면 한다"며, 친구들에 대한 옅어지지 않는 그리움을 전했다.

    학교 앞에 걸린 추모 현수막. 김정남 기자학교 앞에 걸린 추모 현수막. 김정남 기자
    "7월만 되면 마음이 불안정하고 울컥하며 작은 일에도 민감해지고 순간순간 화가 치밀어오는 것이 참사 이후 우리의 삶입니다… 11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이 병은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업보입니다. 이것이 자식을 지켜주지 못한 부모의 천형이라면 받아들이겠지만 도대체 왜 우리 아이들을 사지에 몰아놓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했는지 그 사실만은 알아야겠습니다."

    고 이병학군의 아버지는 "피해자들의 경험이 개인의 경험이 아닌 사회의 경험으로 남겨져 우리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데 사용되기를 원한다. 다시는 어른들의 욕심으로, 잘못으로 어처구니없는 희생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 김동환군의 아버지 또한 "사고 후에 다시는 이런 재난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이후의 사고는 더 처절했고 작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은 고통 그 자체"라고 전했다.

    추모식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공주에 있는 충남교육청 안전수련원을 방문하고 천안공원묘역으로 이동했다.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해 12월 재난참사피해자연대를 발족하고 아픔을 함께하고 있다. 4.16연대의 생명안전버스도 이날 추모식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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