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말동안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막판 당원들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권 주자 중 한동훈 후보만이 '채 상병 특검 찬성' 입장을 밝혀 '반윤'(反윤석열)으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여사 조사 사실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기존 보수 지지층의 결집으로 이어져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를 흔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이 터지면서 김 여사 문제가 재점화 됐고, 이로 인해 검찰 조사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즉, 한 후보가 총선 내내 당의 발목을 잡았던 '김건희 리스크'를 해소할 유일한 적임자로 부각된 것이기에, 오히려 한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한 후보가 폭로한 나경원 후보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부탁' 이슈 또한 경선판을 흔드는 등 막판 판세가 복잡해진 상황이다. 한 후보에게 불리한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할 경우,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결선투표가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檢, 김건희 여사 깜짝 소환 조사…보수 결집 vs 리스크 해소
21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품가방 수수 의혹 관련, 전날 김 여사를 중앙지검 관할 내 정부 보안청사로 소환해 대면 조사했다. 조사는 오후 1시쯤 시작돼 약 12시간 정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조사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다음 날인 이날 오전으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모바일 투표가 마감된 이후였다. 다만 이날부터 이틀간 모바일 투표를 하지 않은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한 ARS(자동응답시스템) 투표가 시작됐고, 일반 여론조사도 진행 중이다.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김 여사 소환 사실이 정통 보수 지지층을 자극, '대통령 흔들기'로 보여질 경우 '반윤'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한 후보에 대한 비토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당대회 일정과 상관없이 검찰과 조율된 일정으로 조사가 이뤄진 것"이라면서도 "현직 영부인의 검찰 소환 조사는 최초로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아직 (전당대회에) 투표하지 않은 이들에겐 여러 가지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21일 양산시(갑)·김해시(을)·창원시 마산합포구·창원시 의창구 당원협의회 등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한동훈 후보 제공반면 한 후보 덕분에 총선 내내 당의 발목을 잡은 '김건희 리스크'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떠오르고 있어, 한 후보 지지세가 더욱 세질 것이란 정반대의 전망도 나온다. 앞서 이른바 '문자 읽씹' 논란이 터졌을 때도 한 후보에게 불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의 압도적 지지율은 여전했다. 오히려 다른 후보들과 더 벌어지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지지층 사이에서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보여줄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보는 여론이 더 높을 수 있다.
다만 ARS 투표는 모바일 투표와는 달리 '수동적'인 성격이 강하다. 당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직 투표하지 않은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전화를 돌려 투표를 받는 방식이다. 하루에 3시간 간격으로 총 3번 진행된다. 통상 모바일 투표에 비해 투표율이 저조해 전체 결과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직전 보다 7%p 낮은 투표율…"조직표無" vs "어대한 깨져"
이날 당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19~20일간 진행된 당원 모바일 투표에서 84만 1614명 중 34만615명이 투표를 마쳐 투표율 40.4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김기현 대표가 선출됐던 '3·8 전당대회' 모바일 투표율(47.51%)보다 무려 7.04%p 낮은 수치다.
저조한 투표율을 두고 상반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후보 캠프 측은 조직표의 힘이 떨어진 것이란 입장이다. 직전 전당대회는 대통령의 입김으로 '친윤' 후보가 당선됐는데, 당시 움직였던 조직표가 이번에는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원 후보 캠프 측은 레이스 내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던 한 후보의 '어대한' 분위기가 깨지고 있는 시그널이란 입장이다. 정치 신인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투표율로 보여지는데, 이번엔 신인인 한 후보에 대한 기대감보다 실망감이 커 당원들이 투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세 후보 모두 조직을 동원했는데도 불구하고 (투표율이) 이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조직 선거가 작동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후보 간 폭로전이 이어지면서 선거 자체가 (진흙탕으로) 흘러가면서 당원들마저 외면하는 경선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패트 폭로'…"영남, 反韓으로" vs "韓 외 타후보 찍을 동력 안돼"
19일 서울 양천구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5차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 나선 나경원(왼쪽부터), 한동훈, 윤상현, 원희룡 후보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후보가 레이스 막판, '법무부장관 재직 당시 나 후보로부터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요청받았다'라고 폭로한 것도 떠오르는 변수 중 하나다. 이 사건으로 나 후보를 포함해 전·현직 의원과 당협위원장, 보좌진 등 20여 명이 5년 가까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 후보가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지만, 그 이후 열린 토론회에서 "나경원 후보의 개인 차원 부탁은 들어줄 수 없었다"고 말하면서 '사과의 진정성' 논란까지 벌어졌다. 나 후보는 "27명의 의원을 대표해서 말한 것인데, 나를 모욕하고 있다"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해당 이슈로 전당대회를 관망하던 영남 의원들이 '반한'(反韓)으로 돌아섰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절반이 영남 출신이고, 책임 당원 중 영남권 비율은 약 40%에 달한다.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한 여당 재선 의원은 "지금까지 영남 의원들 대부분은 전당대회를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면서도 "한 후보의 그 발언 이후로 영남이 (반한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소 5%p의 영향은 행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해석도 있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이번 선거에는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폭로가) 그렇게 영향이 없었던 것 같다. 당원들이 해당 이슈로 '한동훈 찍으려고 했는데 원희룡 찍어야지' 이런 것은 없는 것 같다"며 "보수에서 고생했던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에 대한 실망감은 있어도, 그렇더라도 그걸 갖고 원희룡·나경원을 찍을 만한 동력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