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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1948년 제헌국회와 2024년 국회+대통령제 논쟁…'헌법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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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1948년 제헌국회와 2024년 국회+대통령제 논쟁…'헌법의 순간'

    페이퍼로드 제공 페이퍼로드 제공 1948년 5월 10일 748만 명의 투표인이 참여해 95.5%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첫 제헌국회 국회의원 198인이 당선됐다. 1948년 6월 23일에 헌법초안이 제헌국회 본회의장에 상정된 후 약 20일간 논의를 거쳐 7월 12일 대한민국 헌법안 10장 103개 조항이 모두 통과된다.

    1948년 제헌국회의 헌법 제작 과정을 다룬 '헌법의 순간'은 대한민국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그날의 순간에 담긴 민주공화국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미래를 찾는다.

    당시 국회는 남한 단독 선거가 남북 분단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와 각자의 목적과 정파, 정치사회적 격동기를 겪으며 숱한 위기에 둘러싸였다.

    저자는 제헌국회 회의록을 통해 제헌국회를 뒤흔든 14개 논쟁을 엄선해 치열한 논쟁의 순간을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서술한다.

    국호가 '대한민국'으로 결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제헌헌법 전문과 총강에 명시돼 있다. 국권을 강탈한 일제는 통합된 한국을 염원한 '대한'이란 이름을 말소하고 망국을 상징하는 '조선'을 부활시켰다. 1919년 3월 1일의 혁명은 대한의 이름과 뜻을 회복하기 위한 투쟁이었다는 역사적 맥락에서 '대한민국'이란 국호에는 자주독립정신과 항일정신으로 성립된 임시정부를 계승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1987년 10·29 개정 헌법 전문에서는 '임시정부의 법통과 4·19민주이념 계승'을 수록했다.

    마찬가지로 국토를 부르는 명칭인 '한반도' 역시 빼앗겼다 되찾은 말로 여기며 헌법에 담겼다.

    독립운동을 대한민국의 시원으로 세우기 위한 작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승만을 포함한 여러 의원은 3·1혁명을 3·1운동으로 명칭을 바꾸며, 그 의미를 격하했다. 친일파 청산을 규명한 제101조 통과 여부를 둘러싼 갈등에서는 한국민주당을 포함한 보수세력은 끈질기게 친일파 청산조항을 만들지 못하도록 끈질기게 방해했던 상황을 설명한다. 훗날 반민특위가 제대로 활동도 하지 못한 채 무참히 탄압받았던 것처럼, 공동체의 정의를 확립하려는 시도는 친일세력의 저항에 번번이 시달려야 했다.

    제헌헌법에는 당대 사회문제를 극복하고자 노력한 흔적도 엿볼 수 있다.

    당시 만연했던 축첩(첩을 둘 수 있는 관행)의 폐단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여성참정권이 도입되고 여성 후보도 출마했으나 제헌국회는 남성이 모두 입성했다. 고위공직자 마저도 축첩하고 아내를 억압하는 상황에서 헌법초안에 없던 제헌헌법 제20조는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제20조 '혼인은 남녀동권을 기본으로 하며 혼인의 순결과 가족의 건강은 국가의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는 전통적 가부장제를 해체하고 더 평등한 사회를 이룩하고자 했던 혁신적인 제헌국회의 노력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한국식 대통령제도는 당시 시대적 정치 상황 때문에 탄생한 독특한 구조였다. 사실 미국과 유럽을 모델로 한 양원제와 의원내각제를 지향했던 대다수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제에서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마땅한 방도가 없고, 정부와 국회가 대립하는 국면을 해소할 방도가 없었던 점을 고심했다.

    헌법 설계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유진오 박사는, 공교롭게도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가 지닌 문제가 무엇인지를 1948년 그날에 예측했다.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이나 정부가 아무리 무능하거나 문제가 있어도 불신임 할 수 없다. 국회가 무슨 횡포를 저지르든 다음 선거 때까지는 국회를 해산할 방도가 없다. 헌법을 위반하거나 크나큰 위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한, 대통령제 아래서는 정부나 국회에 책임을 물을 수 없고 견제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의원내각제가 만장일치로 통과된다.

    결국 정국 주도권을 누가 쥐는가에 대한 정치적 대립의 산물이지만 당시 임시국회의장이던 이승만이 강렬히 반대하면서 헌법초안이 뒤바뀌게 된다. 결국 '사회안정과 강력한 통치력이 필요하다'는 정세론에 밀려 대통령제가 채택된다.

    현 대통령의 무리한 거부권 남발 논란, 정부와 제1야당의 대립 등으로 현실 정치에 유감을 느끼던 독자라면, '헌법의 순간'에서 소개하는 제헌의원들의 논쟁이 절묘하게 느껴질 것이다.

     박혁 지음 | 페이퍼로드 | 3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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