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스포일러 주의
"할렐루야!" 데드풀이 말하길 자신은 '마블의 예수님'이라고 했다. '데드풀과 울버린' 오프닝 시퀀스를 접하는 순간, 그 말을 긍정하며 감탄사를 외칠 수밖에 없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디즈니 안에서도 데드풀스러움을 잃지 않았고, 10년 만에 찾아온 울버린을 애정 어린 헌사로 환대했다.
2018년 '데드풀 2'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데드풀과 울버린'(감독 숀 레비)은 히어로 생활에서 은퇴한 후, 평범한 중고차 딜러로 살아가던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이 예상치 못한 거대한 위기를 맞아 모든 면에서 상극인 울버린(휴 잭맨)을 찾아가게 되며 펼쳐지는 도파민 폭발 액션 블록버스터다.
'데드풀' 시리즈는 월드와이드 15억 6천만 달러(한화 약 2조 1629억 원)의 흥행 수익을 기록한 것은 물론 국내 마블 청불 영화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달성하며 R등급 히어로 영화의 새 역사를 썼다.
신작 '데드풀과 울버린'을 향한 기대는 '2024년 가장 기대되는 영화 및 히어로 부문' 1위(판당고 설문 조사)로 드러났다. 또한 미국 매체 데드라인은 역대 R등급 영화 중 최고 오프닝인 북미 오프닝 2억 달러(한화 약 2773억 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기대 속에 담긴 건 바로 '울버린'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가장 큰 성과이자 최대 관전 포인트는 지난 2016년 '데드풀'부터 대놓고 휴 잭맨과 울버린을 향해 보낸 러브레터가 결실을 보았다는 데 있다.
외화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울버린을 자신의 세계관 안으로 데리고 온 '데드풀' 시리즈의 신작은 말 그대로 울버린을 향한 애정 어린 헌사로 가득하다.
휴 잭맨이 '데드풀과 울버린' 촬영 현장에서 울버린을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 것이 과장이 아니었을 정도로 영화의 제목은 '데드풀과 울버린'이지만, 24년간 '엑스맨' 시리즈를 책임진 울버린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울버린'에 관한 영화다.
울버린이 어떻게 데드풀과 만나 어떤 식으로 활약할 것인가 기대했을 울버린의 오랜 팬들이라면 러닝타임 내내 묻어나는 진심에 울컥할 것이다.
울버린에 대한 기대로 시작한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20세기 폭스가 아닌 마블 스튜디오 인트로로 시작하는 '데드풀과 울버린'이다. 마블 인트로는 '데드풀'이 디즈니의 품으로 들어왔음을 알림과 동시에 MCU(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와 어떻게 얽힐 것인지 기대하게 만든든다. 역시나 잔망 대장 데드풀은 자신이 마블의 세계관에 진입했음을 만끽한다.
디즈니 안으로 들어왔지만 데드풀은 데드풀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은 '데드풀과 울버린'의 오프닝 시퀀스는 역시나 '데드풀'답다.
엔싱크(NSYNC)의 '바이 바이 바이'(Bye Bye Bye)와 함께 펼쳐지는 데드풀 특유의 액션과 춤은 한 편의 데드풀스러운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자아낸다. 이 오프닝 시퀀스를 보는 순간 '마블의 예수님'이라고 한 데드풀을 향해 '할렐루야'를 외칠 수밖에 없게 된다.
데드풀이 디즈니로 들어왔음은 인트로뿐 아니라 토니 스타크 개인 운전기사 겸 경호원이자 스타크 인더스트리 보안팀장이었던 해피 호건과 TVA(시간 변동 관리국)의 등장을 통해 더욱더 실감하게 된다.
외화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이는 '데드풀' 시리즈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제4의 벽' 넘나들기로도 드러난다. 20세기 폭스가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데드풀' 세계관 역시 디즈니로 들어왔는데, 이를 겨냥하는 데드풀의 대사와 장면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때때로 20세기 폭스와 위기를 겪고 있는 마블을 향한 신랄한 대사는 데드풀의 입을 통해 나온 만큼 제대로 웃음을 자아낸다.
데드풀스러운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서도 영화가 가진 진심이 곳곳에 묻어난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여러 의미에서 '히어로 영화'다. 앞서 '데드풀과 울버린'은 울버린을 향한 헌사라고 했는데, 이는 비단 울버린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과거 어느 한 시절, 영화 팬들을 설레게 했던 여러 잊힌 마블 히어로들을 영화 안에 소환한다.
우리에게 마블 히어로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토르, 호크 아이, 헐크 등이 익숙하겠지만, 그 이전에도 여러 마블 히어로가 영화에 나왔었다. 그들을 알아보는 관객도, 알아보지 못하는 관객들도 있겠지만, '데드풀과 울버린'은 그 언젠가 '우리의 (마블) 히어로'였던 그들을 다시 한번 마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이는 '데드풀과 울버린'이 '마블의 히어로'임을 여러모로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20세기 폭스를 비롯한 잊힌 히어로 영화의 무덤 같은 보이드(MCU 등장하는 장소로, TVA가 제거한 것들이 오는 일종의 쓰레기장)에는 이제는 과거의 흔적으로 남은 히어로들이 있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히어로들을 과거에서 건져 올려 그들이 단지 잊힌 존재가 아닌 마블의 '유산'임을 확인시켜 준다.
외화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데드풀' 세계관 안에 들어온 만큼 어느 정도 코믹한 모습을 보이지만, 이 영화가 히어로들을 대하는 태도는 영화다운 방식으로 정중하다. 극 중 한 히어로의 대사처럼, 영화는 울버린에게 그러했듯이 각 히어로가 자신만의 엔딩을 향해 가도록 길을 터준다. 극 중 데드풀은 친구들을 위한 히어로가 됐고, '데드풀과 울버린'은 히어로들의 히어로이자 마블의 히어로가 됐다.
히어로에 진심인 '데드풀과 울버린'을 보고 나면 '엑스맨' 시리즈뿐 아니라 다른 영화 속 히어로들과의 추억을 다시 꺼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반가운 얼굴들 가운데 많은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며 반전 아닌 반전 매력까지 선보일 히어로도 등장한다. 같은 마블 아래 두 히어로의 신분을 가진 이 히어로는 '데드풀과 울버린'의 치트키 중 하나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 히어로'이기 이전 '이 히어로'였다는 걸 잊었던 관객들의 기억을 일깨우며 역시나 데드풀스러운 재미를 안겨준다. 쿠키에서도 활약하니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말고 지켜봐야 한다.
외화 '데드풀과 울버린' 비하인드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의 구세주가 되기 위해 나타난 데드풀이 마블 세계관 안에서 제대로 놀 준비가 됐음을 알리는 일종의 예고편이자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영화다.
과연 앞으로 데드풀이 어떻게 MCU 안에서 당당하게 데드풀스러움을 뽐내며 활동할지, '어셈블!'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데드풀 역시 자리할지, '데드풀과 울버린' 이후에 큰 기대를 걸게 된다. 데드풀이 데드풀스러움을 잊지 않는다면, 어쩌면 망한 멀티버스도 부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현실 절친인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의 케미는 스크린 안에서도 돋보인다. 영화 안에서는 데드풀과 울버린으로 처음 만났지만, 절친인 두 사람의 연기는 이전부터 한 팀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 외에 스포일러 때문에 직접 언급할 수 없는 여러 캐릭터와 그들을 연기한 배우들 역시 한 명 한 명 반갑게 다가온다. 신스틸러 도그풀을 연기한 강아지 배우 페기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는 말에 걸맞은 사랑스러움으로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엔딩 크레딧에서도 울버린을 향한 헌사를 잊지 않으니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꼭 자리를 지키길 당부한다. 거기에 진실 검증의 쿠키가 있으니 이 역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127분 상영, 7월 24일 개봉, 쿠키 1개 있음, 청소년 관람 불가.
외화 '데드풀과 울버린' 메인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