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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탈출'이 벗어나고자 한 진짜 재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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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탈출'이 벗어나고자 한 진짜 재난의 모습

    핵심요약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감독 김태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컷. CJ ENM 제공※ 스포일러 주의
     
    수많은 재난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 중 하나는 재난을 마주한 인간이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그중에서도 재난을 헤쳐 나가는 인간의 모습과 함께 그 재난이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그리고 그 재난을 끝낼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어떤 모습인지 초점을 맞추며 나아간다.
     
    기상 악화로 한 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공항대교, 연쇄 추돌 사고와 폭발로 붕괴 위기에 놓인 다리 위에 사람들이 고립된다. 이때 극비리에 이송 중이던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군사용 실험견들이 풀려나고, 모든 생존자가 그들의 타깃이 되어 무차별 공격당하는 통제 불능의 상황이 벌어진다.
     
    공항으로 향하던 안보실 행정관(이선균)부터 사고를 수습하려고 현장을 찾은 렉카 기사(주지훈), 그리고 실험견들을 극비리에 이송 중이던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책임연구원(김희원)까지 사상 최악의 연쇄 재난 발생 가운데 살아남기 위한 극한의 사투를 시작한다.
     
    '굿바이 싱글'의 김태곤 감독이 첫 재난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로 여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탈출'은 칸영화제에 초청을 받으며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것은 물론, 고(故) 이선균의 유작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속 재난은 모두 우리에게 익숙하며 가까운 것들로 구성돼 있다. 바로 '개'와 '다리'다. 붕괴를 앞둔 공항대교 위에서 군사용으로 만들어진 개들이 사람들을 공격한다는 설정은 재난 영화로서 흥미로운 조합이다.
     
    '탈출'은 시작부터 이 영화의 진정한 빌런은 인간을 공격하는 실험견들이 아닌 인간이 지닌 한 부분, 이기적인 마음 혹은 욕망이라는 점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재난 영화에서도 다루는 모습이지만 '탈출'은 극복할 수 있는 재난보다 극복할 수 없는 사람의 어두운 욕망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한다.
     
    오프닝 시퀀스는 영화의 주요 역할로 나오는 실험용 개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정보를 전달한다. 무기로서의 개를 양산하기 위해 인간들은 각종 실험을 자행하고, 그 결과가 영화에 나오는 실험견이다. 즉, 현실에서도 그렇듯이 인간의 이익을 위해 고통받고 희생당하며 탄생한 존재들이 다시 인간을 위협하게 되리라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또한 연쇄 추돌 사고 역시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에서 벌어진 일이다. 시야 확보가 어려울 정도로 안개가 낀 공항대교 위, 위험하리만치 빠르게 질주하며 인터넷 방송을 하던 차량은 결국 대형 사고를 낸다. 바로 이기적인 욕망 때문이다.
     
    이처럼 영화는 시작부터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으로 인해 일련의 사건·사고가 벌어진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이러한 설정은 캐릭터들의 구축에서도 드러난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컷. CJ ENM 제공보통 재난물은 관객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응원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한 명 등장하는데, '탈출'은 어떤 특정 개인 한 명을 응원한다기보다 각 상황에 맞춰 응원 내지 이입할 수 있는 인물이 달라진다.
     
    상황마다 다른 인물을 응원할 수 있다는 건 바꿔 말하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여러 속성이 있고, 이를 단순하게 선악 내지 피아로 나눌 수 없다는 뜻이다. 재난이라는 처음 마주하는, 그것도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앞에서 누구나 잘못된 선택을 하고 누군가는 올바른 선택을 한다. 누군가는 이기적인 선택을, 누군가는 이타적인 선택을 한다.
     
    한순간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해서 이를 '악'이라고 비난하기엔, 두려움과 공포를 겪어보지 못한 이들은 함부로 헤아릴 수 없다. 다만 공항대교 위 사람들은 한 번씩은 잘못된 선택을 했어도 결국 '탈출'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힘을 모은다. 이타적인 선택을 비난하던 이도 어느 순간 이타적인 행동을 하고, 누군가를 위하고자 한다.
     
    다리 위 인간 군상을 통해 영화가 말하고자 한 것은 결국 재난 앞에 우리는 누구 한 명을 타깃으로 비난하기에 앞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그 질문의 해답은 공항대교의 조난자들이 어떻게 위험을 헤치고 엔딩에 다다르는지에 나와 있다.
     
    또한 인간의 이기심이 다른 생명체를 얼마나 잔혹하게 다루고, 잔인한 결말로 이끄는지 실험견들의 모습을 통해 드러난다. '탈출'이라는 재난물의 진정한 빌런은 이기적인 인간임을 다시 한번 못 박는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컷. CJ ENM 제공다만 무너져 가는 다리 위, 실험견들의 공격으로 위험에 빠진 사람들이라는 기획, 그리고 재난을 통해 인간들에 관한 이야기를 던지는 시도는 흥미로웠다. 문제는 좋은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방식이 기시감을 자아내고, 임팩트가 없다는 데 있다. 무너져 가는 다리와 실험견의 공포를 보다 살렸다면 재난물이 가진 이점이 더 효과적으로 드러났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탈출'은 무엇보다 이선균의 유작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선균의 연기는 '탈출'이라는 영화에 왜 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준다. 이기적인 인물이 딸과 함께 재난을 겪으며 이타적으로 변해간다는 설정은 전형적인 클리셰를 따르지만, 이선균의 연기는 클리셰를 벗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엔딩 속 이선균의 모습은 여러 감정을 안긴다.
     
    조박 역 주지훈과 호흡을 맞춘 조디 역 강아지 배우 핀아의 활약과 귀여움은 '탈출'의 숨 쉴 틈을 제공한다. 주지훈 못지않은 핀아의 명연기는 관객들의 눈길을 제대로 사로잡을 예정이다.
     
    96분 상영, 7월 1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포스터. CJ ENM 제공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포스터.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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