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은 23일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정 단결'을 재차 강조했다. 거대 야당에 대응하기 위해선 '원팀'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유력 주자이자 그동안 용산과 거리를 뒀던 한동훈 후보가 당 대표에 당선되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따라 차분하게 향후 당정 관계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채 상병 특검법 등 각종 현안이나 당 쇄신 과정에서 여러 충돌 가능성도 관측되는 가운데, 양측 간 관계 설정이 어느 때보다 주목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은 저와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집권 여당이다. 우리는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이고, 우리는 하나"라며 "저는 대통령이자 우리 당의 1호 당원으로서 우리 국민의힘이 공감하는 민생정당, 유능한 정책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강력히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거대 야당은 시급한 민생현안, 한시가 바쁜 경제정책들은 외면한 채,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며 "22대 국회가 시작한 지 두 달이 되어가지만, 국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정치가 갈 길 바쁜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며 야권을 비판했다. 아울러 "극단적인 여소야대 상황을 이겨내고 이 나라를 다시 도약시키려면 무엇보다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며 "우리 당이 바로 하나가 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역설했다.
국회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새 지도부와 함께 '원팀'으로 뛰어야 하고, 당 쇄신을 뒷받침하겠다는 약속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운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전당대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상기된 표정에 힘찬 말투로 축사를 이어갔고, 당원들의 환호에 주먹을 불끈 쥐어 화답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와 같이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이번 전당대회는 지난해 친윤계(친윤석열계) 김기현 후보가 유력 주자였던 것과는 달리, 용산과 거리를 둬 왔던 한동훈 후보가 대세론을 형성하며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왔다. 결국 한 후보가 62.84%를 득표하며 압승하는 결과가 도출됐다.
대통령실, 결과에 '차분'…"운명 공동체 의지 표현"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대통령실은 전당대회 결과에 차분한 모습이다. 지난해와 달리 결과와 관련한 별도의 공식 입장도 내진 않았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여러 변수는 있었지만 한 후보가 일찌감치 유력 주자로 떠오른 만큼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기류도 흐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전당대회에서 한 발언이 결과에 대한 입장으로 보면 될 것 같다"며 "운명 공동체다, 하나다, 단결해야 한다는 의지를 이미 표현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한 대표가 지난 총선 전후로 윤 대통령과 꾸준히 갈등설이 제기된 데다, '당정 관계 수평적 재정립'을 공언한 상황에서 향후 재차 파열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대표가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 윤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설 경우 거리는 더욱 멀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비공개로 조사한 데 대해 "검찰이 수사 방식을 정하는 데 있어서 더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실의 "조사에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한 대표가 출마 선언 때 공언했던 제삼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 추진도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국회의 재표결을 앞두고 있다. 야당은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재표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일단 당장 현안에 앞서 '화합'에 방점을 두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절반 넘게 남았고, 한 대표 역시 용산과 완전히 괴리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거대 야당을 향한 대응과 안정적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전략적 공생 관계'로 갈 수 있다는 예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원들의 뜻이고 민심을 잘 받들어서 당정 관계를 가져가도록 해야 한다"며 "한 대표가 승리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과를 언급했고, 같이 힘 모아서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만큼 잘 소통하면서 화합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한 대표 역시 김 여사 조사와 관련 "영부인께서 결단하셔서 직접 대면 조사가 이뤄졌다"고 말했고,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선 "정치는 살아있는 것이고, 당에 절차가 있다"고 답하며 공간을 열어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추경호 원내대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당정 간 중재 역할을 하는 한편, 원외 당 대표라는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채 상병 특검법 등은 원내에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원외 당대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사실은 크지 않다"며 "어차피 당은 추 원내대표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당정 화합의 포부를 전했고, 윤 대통령은 "고생 많았다"며 "잘해 달라"는 취지로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24일 한 대표 등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와 전당대회 낙선 후보들, 퇴임 지도부 등을 대통령실로 초대해 만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