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당 대표가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새로운 당대표에 선출됐다.
총선 패배 책임론에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인한 당정 분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심과 민심은 당 쇄신의 적임자로 한동훈 당대표를 선택했다. 친윤계의 조직표 동원도,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 유출도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을 꺾지 못했다.
여당 1인자가 된 한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검찰이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조사한 것을 두고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는데, '국민 눈높이'를 무기로 자신이 주도하는 당정관계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벌어진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우선이기에 한동안은 관용과 경청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동훈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화" 첫날부터 대립각
국민의힘은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신임 대표를 선출했다. 한 대표는 당심 80%, 민심 20%를 반영하는 이번 선거에서 합산 62.84%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윤심'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김기현 대표가 52.93%의 지지를 받았던 것보다 약 10%p 높은 득표율이다.
한 대표의 취임 일성은 '국민 눈높이'에 방점이 찍혔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당원 동지들과 국민들이 선택하고 명령한 변화는 무엇인가. 민심과 국민의 눈높이에 반응하라는 것과 미래를 위해 더 유능해지라는 것, 그리고 외연을 확장하라는 것"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여드리자"고 했다.
또 한 대표는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관계와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때그때를 놓치지 말고 반응하자"며 기존 수직적 당정관계의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한 대표는 전당대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했고, 이원석 검찰총장에게는 사후 보고 했는데 절차와 방식이 적절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그동안 조사가 미뤄지던 것을 영부인께서 결단해서 직접 대면 조사가 이뤄진 것"이라면서도 "다만 검찰이 수사 방식을 정하는 데 있어서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원칙이 지켜지지 못했다"며 국민들에게 사과한 이원석 검찰총장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는 발언으로, "(검찰총장이) 사안을 정치화하고 있다"는 대통령실의 입장과는 취임 첫날부터 대척점에 선 것이다.
한 대표는 "대통령을 자주 찾아 뵙고 소통할 생각"이라고도 했는데, '정치인 한동훈'이 주도하는 당정관계에 더 거침이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표는 당선 직후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앞으로 당정이 화합해서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윤 대통령은 "앞으로 잘해 달라"는 취지의 격려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尹 차별화'에 힘 실린 韓…"변화 바라는 민심" vs "지금은 경청해야"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 당선자가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당기를 전달받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한 대표는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이미 수차례 선을 넘나들며 수직적 당정관계에 균열을 내왔다.
'국민 눈높이'를 내세우며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등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전당대회 기간에는 '채 상병 특검법 수정안'을 제시하는 등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상대 후보들은 한 후보를 '배신자'라고 부르고,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보수가 분열할 것이라 주장했지만, 당원들은 그 정도의 이견과 갈등은 감수할 수 있으니, 한 대표가 변화와 쇄신을 이끌어달라고 힘을 실어준 셈이다.
한 초선 의원은 "당에 빚진 것 없는 인물에게 쇄신을 맡겨야 몰락 직전인 여당이 변화하고 정권 재창출도 가능할 것이라는 당원들의 열망이 확인된 것"이라며 "채 상병 특검 등 국민 눈높이가 담겼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한 대표가 소신을 내는 데 더 주저함이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기간 표출된 '문자 읽씹', 댓글팀 공방 등 '자해적' 갈등으로 인한 후유증과 한 대표를 지지하지 않은 3분의 1 이상의 당원들의 외면,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폭로' 사건으로 인한 원내 의원들의 실망감 등을 살피는 내부 안정이 우선돼야 할 시점에, 정권의 가장 민감한 부분부터 건드리는 한 대표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압도적 지지를 받은 당대표이기에, 힘의 균형이 급격히 쏠릴 수 있고, 친윤계의 영향력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 같다"면서도 "허니문 기간도 없이 거대 야당과 맞서야 하는 것이 신임 당대표의 역할이므로, 내부 전선을 넓히기보다 일단 분열을 수습하고, 차차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언급했다.
한 중진 의원도 "패스트트랙 폭로 등 불필요한 갈등은 사과,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반대편을 찾아가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도리인데, 첫날부터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선명한 입장을 밝히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놀랐다"며 "한동안은 모든 제스처와 언행을 통합과 화합에 맞춰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