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조경태 의원이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간밤 내란 시도를 재석 의원 190명이 신속하게 막아낸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에 여당 의원 18명의 찬성표가 주효하면서, 나머지 110명 의원의 투표 불참 이유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여당에서는 찬성표를 던진 의원 대부분이 친(親) 한동훈 대표계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라 이번 사태 직전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위기에 놓였던 한 대표의 리더십은 '기사회생'한 반면,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본회의장 입장을 방해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4일 새벽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재석 190명 전원 찬성 의견으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더불어민주당 153명, 조국혁신당 12명, 진보당 2명, 사회민주·기본소득·개혁신당 각 1명, 무소속 2명 총 172명에 더해,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은 6선 조경태 의원과 서범수 사무총장, 한지아 수석대변인을 비롯해 정연욱·유의동·신지호·신성범·우재준·김재섭·김상욱·박정하·장동혁·서범석·주진우·곽규택·정성국·김형동·김용태 의원이다. 이 중 16명 안팎은 친한계로 분류된다.
앞서 한 대표는 간밤 긴박했던 상황에서 4일 오전 0시가 되기 조금 전 국회 본관에 도착해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위법·위헌적 계엄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국회 본회의 의결 직후에는 "위법, 부당한 지시는 거부할 권리가 있으므로 이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생하는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반드시 지켜드릴 것"이라며 현장 상황을 수습했다.
날이 밝은 뒤 연이어 소집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와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내각 총사퇴·국방장관 해임 요구와 관련해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등 침착하게 논의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이번 사태 직전 쟁점이던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 관련 친한계의 이탈 우려로 위기에 놓였던 한 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기사회생한 셈이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4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가운데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어두운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황진환 기자
반면,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본회의 개의 당시 본회의장으로 이동해 달라는 한 대표 요청에도 국회 본관 원내대표실을 지켰는데, 긴박했던 당시 의원들에게 본회의장이 아닌 국회 밖에 위치한 당사에 집결을 요청하는 문자를 보냈던 것으로도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선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계엄 해제 요구안 찬성표를 던진 김상욱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추 원내대표가) 의도는 알 수 없지만 혼선을 줘서 방해한 결과가 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탈당, 야당이 주도하는 탄핵에 대한 동참 관련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야6당 의원 191명 전원 주도로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오는 6~7일 표결에 부칠 전망인 만큼, 향후 탄핵 정국에서 당내 분열 양상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번 본회의 투표에는 자의로 불참한 의원들 외에도, 비상계엄이 선포된 시각 지역구 방문 등 이유로 국회에 복귀하지 못하거나, 계엄군의 출입 통제 등으로 국회에 진입하지 못한 의원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의원 90명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 17명, 개혁신당 2명, 진보당 1명도 불참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논란 당시 "몇 번 혼선이 좀 있었다"고 당사로 간 이유를 설명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국회 진입을 시도하다 계엄군에 가로막혀 충돌을 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