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우 기자매년 2천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숲가꾸기 사업.
산림청은 우리 숲이 더 건강해지고 재해까지 예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잘 관리된 숲에서 자리를 잡은 나무 뿌리가 깊이 자라 말뚝 역할을 하고, 뿌리들이 그물처럼 얽혀 산사태 예방 효과를 높인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야생동물 개체 수 증가와 산림 치유기능 향상 등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 개선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국내 산림 곳곳에 적정 밀도를 초과한, 이른바 '숲 과밀 상태'가 관측돼 수목의 생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재난에 대한 취약성이 증가하고 있어 적절한 '산림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도 밝힌 바 있다. 산림에 인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반면, 인간의 개입 없이도 숲 스스로가 건강하고 우량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어떤 것이 사실일까.
숲가꾸기, 나무 생장에 긍정적인 영향 미치지만…
장윤우 기자숲가꾸기 사업의 가장 큰 목적은 나무량 증가다.
지난 2021년 국립산림과학원 숲가꾸기 사업 효과분석 TF가 연구한 '숲가꾸기 사업 효과 분석결과'에 따르면
관리된 숲은 방치된 숲과 비교해 나무의 양이 42% 증가했다.
소나무는 대경재(지름이 40cm이상인 나무)가 숲가꾸기로 42.7% 증가했고 중경재(지름이 20cm이상~40cm미만인 나무)는 21.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수리나무는 대경재가 21.7%, 중경재가 16.3% 각각 증가했다.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나무의 생장과 비례하기 때문에 비슷한 수치의 증가폭을 보였다.
산림과학원 정상훈 임업연구사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숲가꾸기에 대해 "
농사를 할 때도 농부들이 솎아줘야 상품성 있는 농산물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나무 솎아베기도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숲을 자원으로만 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자원이란 인간 생활 및 경제 생산에 이용되는 원료라는 것인데 이런 의미에서 보면 숲은 경제적으로나 환경적, 공익적으로 우리들에게 이로운 자원"이라며
"경제, 환경, 공익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유럽 산림 연구 저널에 실린 '지중해 산악 소나무 숲에서 솎아베기 강도와 빈도가 미래 생태계 서비스 제공에 미치는 영향 모델링(Modelling the infuence of thinning intensity and frequency on the future provision of ecosystem services in Mediterranean mountain pine forests)' 보고서를 보면
낮은 강도로 10~15년 주기로 시행하는 솎아베기가 나무 생장에 가장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높은 강도나 다른 빈도의 솎아베기는, 인위적인 관리 없이 방치한 숲과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응용시스템 분석연구소(IIASA)와 비엔나 천연자원 및 응용생명과학대학교(BOKU) 산림 및 토양과학부 실비재배 연구소가 공동 연구한 '솎아베기와 임목 밀도가 산림 성장, 사망률 및 순 증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일반 모델(Ageneric model of thinning and stand density effects on forest growth, mortality and net increment)' 보고서도
빈번한 솎아베기는 나무량 증가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비용 문제로 현실적이진 않아 실제 솎아베기를 수행하기 전 계획과 최종 수확시기를 고려해 수행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두 보고서의 결론은 사실상 같다. 나무 수종별 차이가 존재해 숲가꾸기 사업의 효과가 크거나 미미할 수 있고 또 비용적인 문제가 있지만, 나무량 증가에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숲가꾸기 사업이 전반적으로 나무의 생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그 효과는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숲가꾸기의 딜레마…비용 대비 효과는?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평균 2천억 원의 숲가꾸기 예산을 활용해 20만 헥타르(ha)의 숲을 가꾸고 있다. 우리나라 산림 면적 620만 헥타르를 전부 돌아가며 숲가꾸기를 하기 위해선 약 6조 2천억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산림청이 예시로 공개한 솎아베기 1헥타르당 단가인 180만 5천 원으로 계산하면 11조 1910억 원이 든다.
심지어 숲가꾸기는 일회성이 아닌 연속적인 진행이 필요한 사업으로 풀베기(1~3년), 덩굴제거(1~3년), 어린나무가꾸기(5~10년), 솎아베기(5~10년 주기로 2~3회), 가지치기 등 수행 과정에 따라 비용차이는 크지만 총 40년 간 진행해야 한다.
이처럼 비용과 인력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전 국토의 산림에 숲가꾸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숲가꾸기 사업 집행내역과 산림 평균 임목축적 변화량은 큰 영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숲가꾸기 사업의 효과가 전체 산림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에 대해 산림청은 숲가꾸기 사업으로 5년간 투입되는 1조 3701억 원보다 경제적·공익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5년 간 숲가꾸기 사업이 타 산업의 생산에 미치는 생산유발액은 2조 465억 원, 고용유발은 5407명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벌기령이 도달한 사유림 산주들의 재산권이 보호되며 산림의 가치를 재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의 농림부 소속 산림 및 지역 관리(Forestry and Regions Office of the Director-General)를 담당하는 폴 에어가트너(Paul Ehgartner) 국장. 빈=장윤우 기자반면, 산림 선진국으로 알려진 오스트리아의 농림부 소속 산림 및 지역 관리(Forestry and Regions Office of the Director-General)를 담당하는 폴 에어가트너(Paul Ehgartner) 국장은 숲가꾸기와 관련해
"우리는 가능한 한 자연 갱신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비용 면에서 좋고 지역에 대개 적응된 나무가 자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나무를 심을 때만 수종에 따라 2.5-3m 정도 간격을 두긴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산림 전문가인 정규원 산림기술사는 "숲가꾸기 사업은 어린 나무일 때부터 생산할 때까지 기간 내에 나무에 가해지는 모든 행위를 숲가꾸기라고 하는데,
국가가 모든 산림을 경영하려고 하는 것부터가 잘 못"이라고 지적했다.
정 기술사는 또 "숲이라는 것은 지속적으로 연년 성장을 하고 보통 8~10% 정도 성장을 하는데
자연히 햇빛을 받은 뒤 탄소를 저장해서 부피를 키운다"고 설명했다.
숲 생태계 다양화, 숲가꾸기로 가능할까?
이와 관련 산림청은 숲가꾸기에 대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보전가치가 높은 산림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최우선 가치로 보호 및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목재 수요의 안정적인 공급과 경제안보 기여 등을 위해 나무를 심고, 가꾸고, 수확해 이용하는 산림자원 순환경영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림청이 참조한 산림과학원 자료에서도 체계적인 숲가꾸기는 조림지의 하층식생 발달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해, 숲가꾸기를 실시하지 않은 지역에는 17종의 하층식생이 출연했지만 실시한 지역에서는 55종이 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금 더 성숙한 숲에서는 75종이 출현하기도 했다.
숲가꾸기를 실시하지 않은 같은 연령의 숲에 비해 3.2배~5.4배 풍부한 수치다.
장윤우 기자산림과학원 정상훈 임업연구사도 "솎아베기를 통해 숲에 틈을 만들면 햋빛과 빗물이 숲 바닥까지 수월하게 도달할 수 있어 작은 나무들이나 풀과 같은 하층식생이 잘 발달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숲가꾸기를 통해 숲의 구조가 다양화되면서 생태계가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산림 과학 기술 저널에 실린 '숲가꾸기 작업이 나무 성장과 산림 환경에 미치는 영향(The effect of forest-thinning works on tree growth and forest environment)' 보고서에 따르면 숲가꾸기 실험결과 하층 식생 중 목본식물이 17종에서 30종으로, 초본식물이 20종에서 44종으로 각각 증가해 산림관리 활동은 종 다양성을 증가시키고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반론도 있다. 기후솔루션 송한새 연구원은 "산림청은 숲이 천연의 과정을 가지고 다채로운 환경을 가졌을 때 더 강하고, 더 기후변화에 잘 살아남는 숲이 되고, 산불도 잘 안 나는 점을 말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국제 환경단체 자연과 환경(Nature & Environment)의 피터 드종(Peter De Jong) 에너지 프로그램 리더도 "전체적으로 생태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그래서 자연적 가치가 어떻게 되는지를 봐야 된다"고 말했다.
산불과 산사태의 해법일까?
산림청은 '산불예방 숲가꾸기 사업시행 기준'을 통해 솎아베기, 가지치기, 산물수집 등 산림 내 연료물질 감소를 통해 대형 산불 등 각종 산림재해에 강한 산림으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불에 타기 쉬운 소나무류의 밀도를 줄이고 내화력이 강한 수종은 존치시키거나 작은 수목이나 수풀 등 화재 발생 시 연료가 될 수 있는 위험물질을 제거하는 사업이다.
감사원이 지난달 발표한 '산사태·산불 등 산림재난 대비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 이후 2022년까지 10년간
전체 산불의 74%가 산행인구 증가에 따른 입산자 실화와 산림 인접지에서 영농부산물 등의 소각과 같은 인위적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
지난해 4월 발생한 강릉 산불. 황진환 기자폴 에어가트너 국장도 "오스트리아에서는 85%의 산불이 인간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다"며
"숲에 마른 물질이 많을수록 화재가 더 쉽게 퍼질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오스트리아 브루크안데어무어(Bruck an der Mur)에 소재한 연방산림학교(HBLA) 산림학과 학과장(headmaster)인 볼프강 힌트슈타이너(Wolfgang Hintsteiner) 박사는 "보통 부산물을 숲에 두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수분을 많이 흡수한 토양 부식토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식토는 수분을 많이 저장하므로 실제로는 산불에 대한 방어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연구한 '숲가꾸기 실행 및 미실행지의 임분특성에 따른 산불위험성 비교분석' 논문에 따르면
숲가꾸기 실행지역이 미실행지역에 비해 임목본수가 적어 산불의 수관화(나무의 잎과 가지에 불이 붙어 강한 화세로 퍼져가는 위험한 불)의 위험도가 낮고, 초본층의 식생이 많이 분포해 산불위험도도 낮다고 나타났다.
뿌리가 드러난 나무들. 브루크안데어무어=장윤우 기자산사태의 경우에도 굵은 뿌리가 암반층까지 뚫고 들어가 말뚝과 같은 역할을 한다. 주변 토양의 유실을 방지하는 '말뚝효과', 또한 나무의 가는 뿌리들이 서로 얽혀 그물망을 형성해 흙이 쉽게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그물 효과'를 유발해서다.
한국임학회지에 기고된 '숲가꾸기가 산사태 발생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살펴보면 숲가꾸기를 시행한 지역의 경우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산사태 발생률이 줄어들었으나 강한 강도로 숲가꾸기를 한 지역은 오히려 산사태에 취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과학원의 장윤성 임업연구사도
"관리를 안 하게 되면 아무래도 나무들이 더 재해에 취약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산림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지만 적절한 관리를 통해 재난에 보다 더 잘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숲에 도움되는 숲가꾸기…'경제' 목적 보단 '환경' 우선돼야
산불예방 숲가꾸기 사업시행 기준. 산림청 자료 캡처산림청의 숲가꾸기 사업 목적을 살펴보면 산불예방 숲가꾸기는 '산불 위험요소 제거를 통한 재해예방',
일반 숲가꾸기는 '우량 목재 생산'으로 확인된다.
일반 숲가꾸기는 안정적인 목재 생산을 위한 산림을 조성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다시 말해 경제적으로 활용 가능한 목재를 만들기 위해 숲을 가꿨지만,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일부 있었다는 뜻이다.
지난 8일 임상섭 신임 산림청장은 취임사를 통해 "목재생산을 위한 벌채에 대한 편협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밝혔다.
극복해야 할 과제로는 "숲은 그냥 두어야 잘 자란다는 편협된 인식, 임도 등 산림경영 기반시설의 후진성 등으로 산주와 임업인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꼽았다.
우리나라의 목재 자급률은 2022년 기준 15.0%로 매우 낮아 산림청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지만
오히려 원목자급률은 58.6%로 직전 년도 대비 2.9%p 상승했다.
수입되는 목재의 1/4은 발전 연료로 사용되는 산림바이오매스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차이다. 따라서 나무를 키워 연료로 사용할 목적이 아니라면 목재 자급률이 낮다고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폴 에어가트너 국장도
"건강한 나무를 태우는 건, 경제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우리나라의 산림면적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산림면적은 10년 전과 비교해 7만 709헥타르가 줄어들었다. 이는 부산광역시 면적과 비슷한 규모로 축구장 3만 9773개에 해당하는 크기다.
이러한 추세를 고려할 때, 남은 산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산림은 단순히 나무가 모여 있는 공간이 아니라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대기 정화와 수자원 보호 기능을 하며, 탄소 흡수원 역할을 하는 등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산림 면적의 감소는 단순히 녹지의 축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생태계 서비스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숲가꾸기는 우리 숲의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으나, 경제 목적보단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와 적용에 있어 지속적인 연구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산림청은 CBS노컷뉴스 보도 후 ▲전국 산림 630만ha 중 국가가 직접 경영하는 산림은 131만ha(21%)로 모든 산림을 경영하는 것은 아니며 ▲'입목 재적의 시·도별 평균생장률 적용 기준'에 따른 전국 산림의 연평균생장률은 2.5%이며 ▲ 산림바이오매스용으로 수입되는 비율은 653만㎥으로 전체 목재 수입량의 27%이므로 1/4 수준이라고 밝혔다.
※독이 된 녹색, 친환경의 배신: 숲이 위험하다
-기획·취재 : 박기묵 정재림 장윤우 최보금
-본 기획물은 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인터랙티브]독이 된 녹색, 친환경의 배신: 숲이 위험하다 페이지 바로가기